비인기 종목 발굴…차별화로 ‘승부수’

현대캐피탈의 스포츠 마케팅 성공 비결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거치면서 스포츠 마케팅은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수많은 소비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들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후원사로 이름을 올리거나 마케팅 파트너로 참여하기 위해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붓는다.투자 효과를 고려하면 더 많은 스포츠 팬과 시청자의 이목이 쏠리는 인기 종목의 빅 이벤트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체조를 스포츠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이 있다면 어떨까. 바로 현대캐피탈의 ‘세계 체조 갈라쇼’ 이야기다.지난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서울 올림픽공원 한얼광장 특설 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캐피탈의 이번 행사는 시작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체조 쇼인데다, 대기업 계열 금융 회사인 현대캐피탈이 축구 야구 농구 골프 등 인기 종목이 아닌 체조를 들고 나온 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체조계의 김연아’로 불리는 신수지 선수가 나오고 국내에서도 유명한 왕년의 ‘체조 여왕’ 나디아 코마네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기계체조 3관왕 카탈리나 포노가 직접 참여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사흘 내내 1200석의 관람석이 가득 찼다. 여름밤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파격적이고도 심미적인 몸짓은 관중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했다. 비인기 종목이라도 ‘꾸미기’에 따라 성공적인 스포츠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행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현대캐피탈이 비인기 종목을 통한 스포츠 마케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국 일주 사이클 경기인 ‘투르 드 코리아’를 개최해 비인기 스포츠인 사이클을 전국적으로 알린 바 있다. 이 경기에는 암을 극복하고 지옥의 레이스인 ‘투르 드 프랑스’ 7연패를 달성한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을 초청했다. 올해 열린 세계 체조 갈라쇼는 현대캐피탈의 역발상 스포츠 마케팅 시리즈 제2탄인 셈이다. 현대캐피탈은 여기에 ‘인비테이셔널(Invitational)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현대캐피탈 스포츠 마케팅 성공의 5가지 비결을 분석해 본다.◇첫째, = 현대캐피탈 스포츠 마케팅의 가장 큰 특징은 우선, 다른 기업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종목을 선정한다는 데 있다. 기업들이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는데 주로 활용하는 종목은 대부분 유사하다. 축구 야구 농구 골프 등 인기 스포츠에 편중돼 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사이클과 체조 등 국내에서는 ‘비인기 스포츠’에 속하는 종목에 포커스를 맞췄다.인기 종목은 기업들 간 경쟁이 치열한데다 차별화도 쉽지 않다. 만족할만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도 필요하다. 현대캐피탈은 비인기 종목으로 새로운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해 대대적인 흥행을 이끌어냄으로써 국내 스포츠 마케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둘째, = 대중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인기 종목이라고 해서 무조건 마케팅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캐피탈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의 대상 종목을 선택했다. 전통적인 고급 스포츠와 수준 높은 애호가 및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종목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다. 사이클과 체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이를 통해 스포츠 종목과 기업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국내에서는 비인기 종목이지만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종목을 보다 가깝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이벤트를 개최해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했다.◇셋째, = 현대캐피탈 스포츠 마케팅 성공의 또 다른 비결은 ‘사회 공헌’이다. 현대캐피탈은 체조 갈라쇼에 참가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신수지 선수에게 장학금 5000만 원을 전달하고 다가온 베이징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당부했다. 갈라쇼 무대에서 빼어난 연기를 보여준 데 보답하고 비인기 종목인 체조의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취지다.지난해 열린 ‘투르 드 코리아’도 마찬가지다. 사이클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스포츠에 속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이클의 인기는 초라한 수준이다. 실업팀은 남녀 합쳐 44개, 등록 선수는 250여 명에 불과하다.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메달을 획득하는 효자 종목이지만 사이클을 스포츠로 인식하는 사람이 드문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현대캐피탈이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코리아 2007’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다고 했을 때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었다.하지만 현대캐피탈의 생각은 달랐다. 현대캐피탈은 사이클이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고 친환경 그린 스포츠라는 점에 주목했다. 또 국내에서 소외 받고 있는 비인기 종목의 저변 확대에 기여함으로써 신뢰받는 금융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위상을 제고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현대캐피탈이 타이틀 스폰서로 참가하면서 ‘투르 드 코리아 2007’은 대회의 면모를 일신했다. 예년 800~900km에 불과했던 경주 구간을 아시아 최고 수준인 1300km 이상으로 늘리고 ‘사이클의 제왕’ 랜스 암스트롱을 초청했다. 대회의 내실과 흥행 요소를 모두 업그레이드한 것이다.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친환경 스포츠를 지원하는 기업, 비인기 종목의 저변 확대를 위해 힘쓰는 기업,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대회 개최를 통해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세계에 알리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환산하기 힘든 기업 홍보 효과를 거뒀다.◇넷째, = 스포츠 마케팅에서 여러 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스폰서십은 홍보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한계가 있다. 현대캐피탈은 메인 또는 단독 스폰서로서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아닌 ‘온리 원(Only One)’ 스폰서 기업만의 독점적 홍보 효과를 철저히 누리고 있다.현대캐피탈이 주최한 ‘투르 드 코리아’와 세계 체조 갈라쇼를 위해 각각 방한한 랜스 암스트롱이나 코마네치는 입국에서부터 출국까지 국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투르 드 코리아’의 개막 경기와 축하 퍼레이드는 공중파 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으며, 세계 체조 갈라쇼도 공중파 방송과 케이블 TV를 통해 수차례 방영됐다. 특히 ‘투르 드 코리아’는 전국을 무대로 9일간 펼쳐지는 대회였기 때문에 구간별 경기 결과가 매일 신문과 방송에 보도됐다. 3일간 개최된 체조 갈라쇼 역시 그 화려함과 참신한 기획으로 연일 언론에 소개됐다. 이 과정에서 타이틀 스폰서인 현대캐피탈이 대대적으로 노출된 것은 물론이다.◇다섯째, = 현대캐피탈은 스포츠 마케팅이 단순한 홍보 효과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매출 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고객들의 로열티를 높이는 전략을 짰다.‘투르 드 코리아’ 개막 퍼레이드 행사에 고객들을 초청, 암스트롱과 함께 사이클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참가자들에게 사이클 저지(유니폼)와 거푸(두건) 등 푸짐한 사은품을 증정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도 했다. 체조 갈라쇼 역시 일반인 대상 이벤트와 고객 초청을 통해 현대캐피탈 만이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했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