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 '숨은 진주' 찾기

‘어휴.’직장인 A 씨는 주가지수만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대박은 아니더라도 은행 예금보다는 낫겠지’라는 기대로 펀드에 가입했다가 수익은 고사하고 10% 이상 손실이 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해외 펀드에 가입한 동료에 비해 손실이 적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는 형편이다.A 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은 주위에 흔하디흔하다. 지난해 말 무렵에 펀드나 주식에 투자한 경우라면 십중팔구 A 씨와 동병상련을 느낄 것이다. 더욱 답답한 노릇은 최소한 한동안 손실이 회복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국내는 물론 대외적인 경제 여건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부동산 투자자라고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이 힘겨우면 부동산 시장이 주목받는 게 일반적이다.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부동산으로 옮겨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도 않다. 기대와 달리 새 정부는 부동산 규제의 끈을 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도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그렇다면 언제쯤 투자 여건이 긍정적으로 전환될까.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실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최근 국내외의 경제 상황은 투자에 절대로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물가가 오르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위축되고 그렇게 되면 기업의 이익도 훼손된다. 이는 다시 고용 부진으로 연결되고 소비는 더욱 위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은 내려서지 않아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백약이 무효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실제로 소비 부진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카드 사용액 감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4월 개인 사업자들의 신용카드 매출 증가율은 3.8%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7%보다 무려 7.8%포인트나 빠진 것이다. 특히 외식 업종의 사용액이 부진했다. 한식은 마이너스 0.6%, 일식 양식 등 그 외 업종은 0.9%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율은 각각 9.4%, 8.9%여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최근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는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IMF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분기 5.8%에서 2분기 4.1%, 3분기 3.6%, 4분기 2.6%로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반기 평균 성장률은 3.1%에 그친다는 것인데 이는 물가성장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는 전망에 다름 아니다.‘경제 읽으면 투자 전략 보인다’이렇게 보면 하반기에 재테크를 하겠다는 것은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느 것 하나 낙관적이기는커녕 부정적이거나 불확실성투성이인 상태에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지도 없이 오지 탐험에 나서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투자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시장을 떠나지 말라’는 피터 린치의 명제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이번 세계적 경제 불안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주식시장이다.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이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지만 이번에 특히 금융 위기 성격이 강해 타격이 더 크다. 여기에 그동안 한국 시장의 최대 매력으로 꼽혔던 밸류에이션도 빛이 바랜 측면이 적지 않다. 그래도 투자할 여지는 존재한다.먼저 한국 경제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수출에 주목하면 길이 보인다. 세계적인 달러 약세 흐름과 반대로 움직이는 환율 덕에 한국의 수출 기업이 경쟁국에 비해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주에서도 희망은 있다. 소비 부진이 이어지더라도 필수 소비재의 소비는 줄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면 유망한 종목을 고를 수 있다.최근 몇 달 동안 수많은 투자자들을 울린 펀드에서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경제의 큰 흐름을 살펴보면 꽤 괜찮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펀드를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중소형주 펀드나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를 받고 있는 원자재 펀드는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내고 있다. 해외 펀드 중에서도 자원 부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들은 기운이 넘쳐난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품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부동산이라고 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반기에 높은 상승률을 보인 강북권 아파트는 하반기엔 힘을 잃을 공산이 크지만 오피스텔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는 은평뉴타운, 판교신도시, 광교신도시 등 유망 지역의 분양 물량도 쏟아질 예정이다. 공실률이 낮은 오피스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토지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새만금 개발 지역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향후 토지 시장은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내수 부진은 창업 시장에 치명적인 악재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두드리면 문은 열리게 마련이다. 창업 시장의 큰 흐름을 분석하면 길이 열린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리모델링 창업, 웰빙 트렌드에 부합하는 아이템, 전문화된 창업 아이템을 통합하는 컨버전스 전략으로 접근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지금으로선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안개 속 같은 상황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안개는 걷힌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엔 세계 경제가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가와 물가 상승률이 꺾이고 소비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오는 3분기를 경제 불안의 정점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추세의 맥을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이다. 맥을 놓치지 않으려면 경제 동향에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성공하는 투자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취재=변형주·김재창·이홍표 기자사진=서범세·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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