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책임투자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과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SRI)에 관한 관심과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는 태안반도의 기름 유출 사고나 대기업의 비자금 문제 특검 등을 교훈삼아 압축 성장을 위한 과거의 부적절한 경영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와 경영자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CSR에 관한 최초의 학술적 논쟁은 “경영자는 기업의 주주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고 주장한 아돌프 베를(Adolf Berle) 컬럼비아대 교수와 “경영자는 보다 넓은 범위의 책임을 진다”는 메릭 도드(Merrick Dodd) 하버드대 교수에 의해 1930년대에 벌어졌다. 도드 교수는 대기업은 근원적으로 법에 의해 허가되고 장려되므로 경영자는 주주에 대해 경제적 책임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진다고 주장, 기업의 CSR에 관한 이론적 기초를 만들었다. 주주중심주의(shareholder primacy)에 대한 찬성론자들은 여전히 동의하지 않지만 베를 교수는 도드 교수의 의견을 지지하며 논쟁은 끝났다고 선언했다.보수적 정치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오염 감소나 소수 약자 고용과 같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이익을 줄이는 기업의 임원은 정부의 기능을 대신하게 돼 기업 임원이 공무원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며 기업은 자선 행위를 하거나 지역사회를 위한 일을 할 수 있지만 사회적 책임의 명분으로서 이를 합리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노동자 또는 주주 이익의 희생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이러한 학계의 논의와 함께 지난 수십 년 동안 CSR는 다양한 개념으로 발전돼 왔다. CSR의 초기 형태는 기업의 자선 행위로, 기업의 수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으면서 공익적 측면을 강조했다. 그 후 1950~70년대 다양한 행동주의 그룹이 기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기업은 상품, 정책 등을 변화시켜 이에 대응하게 됐다. 장기적으로 사회·경제적 목적은 내재적으로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연결돼 있으므로 기업은 사회와 기업 모두에 이익을 주는 자선 행위 영역을 발견해 기업 전략으로 이용하게 됐다.SRI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CSR란 기업 경영에 있어 기업의 경제적 이익과 사회 및 환경 문제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기업의 경영상 책무이고, SRI는 CSR를 잘 수행하는 기업에 투자, 투자자를 위한 수탁자의 책무를 다하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CSR에 관한 국제표준화기구의 국제표준이 제정되면 표준화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기업은 국제금융이나 국제 상거래에 있어 불리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유엔은 SRI의 원칙으로 환경, 사회, 기업 지배 구조(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ESG)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한국에 적용해 보면 기름 유출 사고는 기업이 환경 문제를 소홀히 한 데서 발생한 것이고 대기업의 비자금 문제는 비합리적 지배구조 하에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 이러한 기준은 기업이 장기 존속을 위해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지켜야만 하는 원칙이 될 것이다.최근 CSR의 수행이 기업의 주가에 긍정적인 결과를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SRI의 투자자는 자신의 효용에 적합한 위험 대비 수익률을 SRI 투자로부터 실현할 수 있으면 투자를 결정한다. 그러면 SRI 투자가 활성화되고 그 결과 CSR를 잘하는 기업의 주가는 선순환적으로 상승하고 기업, 사회, 자본시장이 모두 발전할 것이다. CSR와 SRI의 적극적 추진은 국제적 대세이며 선택 사항이라기보다 필수 사항이 될 것이다.약력: 1954년생. 78년 성균관대 무역학과 졸업. 90년 조지아대 경제학 박사. 78년 한국산업은행 입행. 98년 한국산업증권 국제투자팀장. 2000년 한국증권연구원 기획실장. 2007년 정책제도팀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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