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 1000억 달러… 한국 ‘걸음마’

폭발하는 로봇 시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봇을 연상할 때 ‘우주소년 아톰’과 같이 사람처럼 생긴 로봇이나 ‘태권브이’ 같은 거대한 로봇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 시대 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모습이 아니라 단순한 작업을 하는 ‘기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일상을 도와주거나 악당을 무찌르는 로봇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거나 각종 전자부품을 만드는 로봇 속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로봇에 대한 정의는 의견이 분분하나 일반적으로 사람의 조작 없이도 일 또는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제품을 가리킨다.로봇이라는 용어는 체코 소설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가 1920년 발표한 희곡 ‘RUR(Rosuum’s Universial Robots)’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로봇은 체코어로 노동을 의미하는 ‘로보타(Robota)’가 어원으로, 차페크는 자신의 희곡에서 인간처럼 작업 능력을 갖췄으나 감정이나 혼을 가지고 있지 않은 로봇을 등장시켰다.그동안 로봇 개발 업체들은 우선 단순한 반복 작업이나 위험한 일들을 해결해 주는 로봇들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아톰’과 같이 사람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로봇을 만들기에는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물론 산업용 로봇 시장은 앞으로도 큰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는 분야다.시장조사 기관들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은 앞으로 10년 내에 10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 중 산업용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최근 로봇 시장은 기존 산업용 로봇 시장보다 엔터테인먼트, 청소 로봇 등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분야가 부각되고 있다. 또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휴머노이드 부분도 최근 10년 사이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글로벌 기업들이 로봇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성장 고점에 다다른 사업과 달리 로봇 사업은 향후 높은 성장성과 부가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단순 조립이나 기술로는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낮은 노동력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개발도상국의 추격도 당분간 걱정없다.글로벌 기업들은 로봇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오랜 기간 연구를 해 왔다. 특히 혼다 도요타 미쓰비시 등 일본 업체들은 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중 선두주자는 혼다로 1986년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로봇 아시모를 내놓은 뒤 로봇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아시모는 기능을 개선하며 현재 11번째 버전 제품이 나왔으며 매번 새로운 능력을 더하고 있다. 혼다는 아시모에 이동하는 사물 인식, 주변 환경 인식, 음향 분석, 제스처 인식, 얼굴 인식 등의 기능을 구현했다.세계 자동차 시장 왕좌를 넘보고 있는 도요타는 지난해 로봇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회장은 지난해 그동안 개발한 차세대 로봇을 공개함과 동시에 2010년을 목표로 로봇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도요타가 공개한 로봇은 장애물이 있는 곳이나 경사에도 안정적으로 주행이 가능한 로봇과 바이올린을 켜는 로봇 등 2종이다.도요타는 그동안 축적한 자동차 관련 기술을 응용해 세계 최초로 선보일 로봇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도요타는 로봇 관련 개발 인력도 현재 100여 명에서 앞으로 200여 명으로 늘리고 새로운 로봇 개발 공장을 만드는 등 공격 경영에 나섰다. 미쓰비시도 길 안내와 단순한 회화를 할 수 있는 로봇을 출시하는 등 로봇 시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소니는 로봇 분야 1세대 업체라고 불릴만하다. 2000년대 초 강아지 로봇 ‘아이보’를 내놓는 등 엔터테인먼트 로봇을 이끌어 갔다. 다른 업체들이 산업, 생활 로봇에 주력할 때 엔터테인먼트 로봇 시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재 소니는 아이보를 비롯한 로봇 사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했지만 언제든지 엔터테인먼트 로봇 분야 강자로 나설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미국은 로봇을 군사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다. 최근 인터넷에는 미국 국방부가 개발 중인 전투용 로봇 ‘빅 독(Big Dog)’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빅 독은 전투 시 차량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 병사들에게 물자를 보급하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바퀴 대신 지면을 인식할 수 있는 센서가 내장된 네 개의 다리로 걸어 다니며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빅 독은 바퀴가 달리지 않아 빠르게 이동하지는 못하지만 바닥을 인식하는 센서로 평평하지 않은 곳도 이동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그동안 로봇은 개발자가 개발 당시 설계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에 제한됐지만, 최근 등장하는 로봇들은 네트워크 기능을 통해 인터넷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보강하는 등 변신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업무용으로만 사용되던 PC가 인터넷을 통해 활용성이 높아진 것처럼 로봇도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PC를 켜지 않고 날씨, 뉴스 등 간단한 정보뿐만 아니라 인터넷 검색도 로봇을 통해 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과 연결되는 순간 로봇은 과거 만화 속에 등장했던 척척박사가 된다. 현재 나와 있는 로봇이 인간과 같은 인지 능력 또는 움직임을 흉내 내는데 그쳤지만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순간 실생활에 바로 접목해 사용할 수 있다. 또 인식과 판단에 대한 주요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할 수 있어 생산 가격도 낮출 수 있다.한국의 로봇 산업은 과거 산업자원부가 주관했었으나 올해 부처 개편으로 지식경제부가 맡게 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로봇 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정하고 반도체와 같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발의했으며 이 법은 로봇 투자회사 설립 및 조세 감면과 투자 위험에 대한 정부 보증 등 제도적 지원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아직 정부 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지만 국내 로봇 업체들은 업계 주목을 받으면서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현재 국내 로봇 부문에서 주목받는 분야는 엔터테인먼트 로봇이다. 엔터테인먼트 로봇은 다른 로봇들과 달리 바로 상용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사로봇은 자체 내장된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사진을 무선 인터넷으로 전송할 수 있는 애완견 로봇 ‘제니보(Genibo)’를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만화 캐릭터 둘리를 형상화한 ‘둘리로봇’을 내놨다. 이지로보틱스도 인터넷 메신저와 연동되는 캐릭터 로봇 ‘아이펫(I pet)’을 개발했다.하지만 아직 국내 로봇 업체들은 인공지능, 생체 센서 등 로봇 기술에 핵심 부문에 있어서는 원천 기술이 부족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로봇은 부가가치가 떨어지고 경쟁 업체에 따라잡힐 수 있기 때문에 국내 로봇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원천 기술 확보가 급선무라고 말하고 있다.SF 영화나 SF 만화에는 주인공 옆에 사이보그, 안드로이드, 로봇 등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사이보그, 안드로이드, 로봇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들 구분은 얼마나 사람과 가까운지에 달려 있다.사이보그는 인간과 기계장치가 결합된 것을 말한다. 인공(Cybernetic)과 유기체(Organism)의 합성어인 사이보그는 의족, 의수 등 인간의 일부 기능을 인공적으로 결합한 것을 뜻한다. 기본은 사람이면서도 눈이나 다리를 기계로 만든 ‘육백만불의 사나이’나 ‘소머즈’를 연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안드로이드는 인공지능에 사람과 흡사한 피부도 갖춰 외관상 인간과 흡사한 로봇을 말한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나 ‘AI’에 나오는 기계인간들이 그들이다. 사이보그는 생각하고 인지하는 능력을 사람의 뇌를 통하지만 안드로이드는 인공지능을 사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안드로이드(android)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인간을 닮은 것’이라는 뜻이다.로봇은 스스로 작업하는 능력을 가진 기계를 포괄해 지칭한다. 이전까지 로봇은 단순한 작업을 하는 기계를 통칭했으나 최근에는 관련 기술이 발달해 인간과 같은 자율신경계를 갖춘 로봇도 등장하고 있다.이형근·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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