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상승 여력 있지만 조정 우려

은행 업종 전망과 투자 전략

2008년 들어 은행업 주가는 큰 폭의 변화를 겪고 있다. 1분기 중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3월 말 이후 은행주에 대한 저평가 인식이 강화되면서 반등세가 점차 강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외국인들의 은행주에 대한 순매도세가 지속됐다. 반면 국내 기관들의 매수세 대응이 나타나지 않았던 점이 은행주의 하락 폭 확대로 이어졌던 것으로 판단된다.2008년 들어서도 미국 투자은행 및 상업은행들의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 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고 향후 서브프라임 문제 해결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됐다. 이후 투자은행들의 손실 규모 확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행주의 하락세가 지속됐다.그러나 1분기 후반 들어 미국 발 서브프라임 문제가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는 인식이 제기되면서 국내 은행주가 반등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1분기 실적이 당초 전망치에 비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됐던 점도 주가 상승의 한 원인이 됐다. 여기에 연초부터 하락한 은행업 주가가 주가순자산배율(PBR) 1.0배 이하로 하락했던 점도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주가 하락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판단된다.향후 은행업 업황을 보기 위해서는 이번 1분기 은행들의 실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은행의 2008년 1분기 실적은 크게 세 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첫째,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순이자수익을 수익성 자산으로 나눈 수치: NIM) 하락은 1분기에도 지속됐지만 향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자산 성장에 대한 은행들의 입장이 성장 조절 쪽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자산 건전성은 당초 예상했던 대로 악화됐지만 은행들이 감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향후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자산 건전성 악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비이자 부문 이익 중 수수료 이익이 1분기 국내외 주식시장 상황 악화에 따라 펀드 판매 수수료를 중심으로 다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이상의 세 가지 특징을 고려할 때 은행업 업황은 2007년보다 크게 나빠지거나 크게 호전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먼저, NIM의 하락이 점차 제한되면서 안정을 찾아간다는 점은 2007년 상황보다는 개선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NIM은 2006년보다 하락세가 진정됐지만 하락세가 지속됐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2006년과 2007년 NIM 하락에 대한 우려의 원인이 변한 것도 부정적이었다. 2006년 NIM 하락은 경쟁 격화가 그 원인이었다. 2007년 들어 경쟁이 다소 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조달비용 상승에 의해 NIM의 하락세가 지속됐다. 이러한 상황은 NIM 하락에 대한 새로운 우려의 빌미를 제공했고 이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됐던 것으로 판단된다.2008년 들어서는 NIM의 하락이 방어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자금 조달비용 부담은 지속되고 있지만 2007년에 비해서는 완화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대출금리 재조정 노력이 지속되고 있어 NIM의 방어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특히 정책 금리가 인하될 경우 은행들은 조달비용 부담 경감에 의해 NIM 방어가 용이해질 것이다. 다만 정책 금리가 인하될 경우 대출금리 인하 압력도 발생할 것이므로 금리 인하가 연속적으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현금 흐름 구조상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고 향후 대출 경쟁이 심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대출 시장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NIM 방어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또 하나, 자산 건전성이 다소 악화될 것이라는 점은 은행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는 국내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경기 둔화는 성장의 둔화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자산 건전성의 악화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경기가 둔화되면 가계 부문은 소득 여건 악화로 인해 원리금 상환이 어렵게 된다. 기업들도 원리금 지급이 힘들어질 수 있다. 특히 미분양 증가로 건설 업종이나 부동산 관련 업종의 연체율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악화시킴에 따라 대손비용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자산 건전성 악화가 은행이 감내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날 것인가 여부다. 은행이 감내하지 못할 정도로 자산 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은행 실적은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동안 자산 건전성 관리 행태나 1분기 실적을 볼 때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 관리 능력은 상당 부분 향상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바젤 II 시행을 앞두고 자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 왔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이 감내하지 못할 정도로 악화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경기 둔화가 예상했던 것보다 심화되면 국내 경기 전반에 걸친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므로 은행들도 여기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마지막으로, 비이자이익 중 수수료 순이익이 위축됐지만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은행의 전반적인 업황이 구조적으로 악화된다고 보기 어렵다. 실적 개선을 이끌 동인이 다소 약화되는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은행업 업황은 크게 좋아지거나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은행의 이익 안정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NIM이 안정될 것으로 보이고 자산 건전성 악화로 대손비용 증가가 예상되지만 감내할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비이자부문 이익도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증가세는 강하지 않겠지만 안정적인 흐름은 유지될 것이다.이상을 종합해 볼 때 은행업에 대한 투자 의견은 비중 확대를 유지한다. 은행의 이익 안정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역사상 PBR 밴드의 고점을 크게 하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1분기 실적 내용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고 향후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당분간 은행주는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최근 은행주가 단기간에 급등했음을 감안할 때 3분기 중에는 주가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문제가 해소 국면에 진입하고 있지만 은행 업종이 넘어야 할 ‘경기’라는 장애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2008년 4분기에는 3분기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저점이 2009년 1분기에 나올 가능성이 있고 경기 둔화기에도 은행의 이익 안정성이 지켜질 것으로 보여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날 경우 은행업 주가가 선행해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이 상황에서 은행주에 대한 투자 전략은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은행업 밸류에이션이 저점 대비 상당 부분 올랐고 은행 업종의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상승은 저평가 종목의 밸류에이션 갭 메우기 과정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투자 유망 종목으로는 기업은행과 우리금융을 제시한다. 기업은행과 우리금융은 이번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기업은행과 우리금융은 NIM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자산 건전성도 시장의 우려와 달리 양호한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공적은행 민영화 관련 종목이라는 점과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는 점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특히 우리금융은 서브프라임 관련 외화구조화채권에 대한 손실 처리를 대부분 완료해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제거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구용욱·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 yuku@beste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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