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A·B·C로 ‘돌발변수’ 준비해야

인생 재설계 - 직업 바꾸기

이직·전직과 관련된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은 ‘웬만하면 직업을 바꾸지 말라’다. 그동안 쌓아온 경력들을 하나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력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커리어 코치로서는 만류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뒤늦게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분야 전문가인 스타코칭 하영목 박사와 윤코치연구소 윤영돈 소장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첫째, 이직·전직만이 전부는 아니다. 영업맨들에게는 이런 원칙이 있다. 새로운 고객을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에게 그 노력을 기울이면 그 가치는 더 크게 돌아온다는 것. 이를 ‘로열티 셀링(royalty selling)’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조직·상사를 찾아가기보다는 현재 나의 업무·동료·조직·상사에게 최선을 다해 현 직장에서 한 번 승부를 해 볼만하다는 것이다.둘째, 39세 전에 준비하라는 것. 이직·전직의 기회가 항상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40세가 되기 전에 준비하는 것이 좋다. 또 40세는 한 조직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그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나이다. 40세 이후에는 새로운 일을 찾기보다는 기존 경력을 살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셋째, 시나리오 C까지 작성해야 한다. 전직을 고려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흔히 한 가지 대안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시나리오 A밖에 준비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계획이라는 것이 항상 정해진 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예측 불허의 상황에서 시나리오 B·C가 없다면 최악의 경우 회복 불능의 사태가 오기도 한다.예를 들어 현재의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고 비전이 없다면 세 가지 경우를 고려해 볼 수 있다. A: 나가서 다시 취업하는 경우, B: 1인 기업 또는 나 홀로 일하기, C: 최악의 경우 야채 장사라도 하겠다는 대비가 있어야 한다.넷째, 자신의 성취 스토리를 만들어 보자.서양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공구상자 속에 망치 밖에 없다면 세상에 못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직장을 찾든, 새로운 일을 하든 그것은 자신의 능력 안에서 이뤄진다는 얘기다. 스타코칭의 하영목 박사는 “자기 능력의 70%는 지금 하는 업무에서 밝혀진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직장에서 업무 경험을 쌓고 성공 스토리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무슨 일을 하든 성취와 생존의 가능성은 이력서에 나타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 또한 거기서 나온다”고 조언한다. 과거에 성공과 성취를 경험하지 않고는 새로운 것에서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얘기다.다섯째, 자신의 프로필을 작성해 보자. 작가가 되고 싶다면 일단 이력서를 써 보자. 자신의 프로필을 보고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일단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재테크 서적을 낸다면 금융회사, 또는 부동산 개발 회사에서 일했던 경력이 도움이 된다. 이는 작가뿐만 아니라 모든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항상 검증이 필요하고 테스트를 한 뒤에라야 일을 맡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창업이나 전직에서뿐만 아니라 현재 일하고 있는 직장 내에서도 그렇다. 그 사람의 성공 가능성은 프로필 안에 존재한다.여섯째, 취미를 직업으로 삼고 싶은 경우 ‘내추럴 트랜지션’이 중요하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히트를 치면서 한때 ‘파티시에(제빵 전문가)’에 대한 인기가 올라간 적이 있다. 하영목 박사는 이런 예를 들었다.“은행에 다니는 처남이 제과점을 차리고 싶다고 하기에 충고했다. 너에게 제과점을 잘할 수 있다는 보증이 어디 있나. 그래서 1단계로 제과·제빵 학원을 다니며 자격증을 먼저 따고, 2단계로 경험을 쌓기 위해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했다. 아르바이트든 무료 봉사든 일단 실전 체험을 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조금 해 보더니 스스로 포기했다. 만약 이런 절차 없이 시작했다면 실패한 많은 사람처럼 그의 제과점은 문을 닫았을 것이다.” 이처럼 자격증을 취득하고 실전 경험을 해보는 것이 ‘내추럴 트랜지션(자연스러운 전환)’ 전략이다.“직접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수석에 앉아 아무리 운전석을 관찰한다고 하더라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겁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조수석에서 관찰해 놓고 100% 준비가 됐다고 자신하다가 실패의 쓴맛을 봅니다.”그렇지만 자신이 뭔가를 진짜로 좋아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하 박사의 조언이다. 정말로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성공 확률도 높고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만족감을 얻었으니 손해 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일곱째, 무작정 창업은 금물이다. 전문가들이 안타까워하는 것 중의 하나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취업하기도 힘든데 카페나 차릴까, 와인바(wine bar)나 열까”라며 무작정 창업을 하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레스토랑 운영이라는 것이 마케팅, 입지, 환경 분석 등의 준비와 기획이 필요하고 종업원과 고객 유지·관리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노하우를 요구하는데, 단지 다른 할 일이 없다는 이유로 시작하면 성공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것이다.또 젊은 사람들의 경우 운영 노하우보다 인테리어에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음식의 품질과 고객 만족도에 신경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옷가게든 식당이든 소규모 창업에서 공통되는 원칙이다.사회 경험 없이 바로 창업에 나서는 것도 위험하다. 창업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실패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하기를 꺼리는데다, 조직 문화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큰 조직에 들어가서 적응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여덟째,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자신의 성공 스토리, 평판, 경력에 대해 스스로 확신을 갖고 있더라도 본인의 판단은 객관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는 막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 주변의 여건들을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성급히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커리어 코치나 커리어 컨설턴트 같은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실행 가능할 때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가능성이 없더라도 ‘아, 내 조건이 이렇구나’라며 미련을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어느 경우에도 마음이 편해진다.다만 전문가 중에서 객관적인 조언이 가능한 경우와 이직을 해야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서치펌(search firm) 소속을 구분해야 한다. 후자의 경우는 이직·전직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① 이력서보다 면접이 중요하다 현직에 있을 때 면접을 보러 가면 “회사에는 뭐라고 하고 오셨습니까?”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무심코 대답할 수 있는 이 질문에는 책임감을 알아보기 위한 경우가 많다. “아파서 병원에 간다”고 대답하기보다 “옆 사람에게 업무를 잠시 맡겨두고 휴가를 내고 왔다”고 대답하는 것이 적당하다.②이직·전직의 이유를 납득시켜라 “지금 회사가 나빠서” “내 적성과 맞지 않아”라기보다는 “외근직을 원하는데,내근직을 하다 보니 활동성이 떨어져서”라고 납득할 만한 대답이 좋다.③‘편년체’가 아닌 ‘기전체’로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디 회사에서 무슨 직책’ 이런 식으로 이력서를 작성하기보다는 어떤 프로젝트를 했고 어떤 성과를 이뤘는지를 스토리화한 자기소개서가 좋다.④단점을 보완하기보다는 장점을 돋보이게 하라 단점을 고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만 장점을 부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단점은 장기 프로젝트, 장점은 단기 프로젝트로 접근하라.⑤전직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이직이 6개월 프로젝트라면, 전직은 2~3년의 장기 프로젝트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의장도 의사에서 프로그래머가 되는데 7년이 걸렸다. 작곡가였던 슈바이처도 37세에 의사의 길로 전직했다. 2년 또는 3년의 계획을 세우고 분기별로 데드라인을 정해 목표를 실행해야 한다. 3년을 목표로 한 공무원 시험 준비가 안 됐다면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났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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