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주는 세일즈 행정

한번은 남미 투자 유치단이 경북도를 방문했다. 대사관을 통해 투자 유치단에 속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좋아하는 노래가 멕시코 민요인 ‘라 쿠카라차’라는 것을 알아내 오찬장에서 틀었다. 그 CEO는 흥에 겨워 숟가락으로 장단을 맞추며 필자에게 ‘이 노래를 아느냐’고 물었다.필자는 미리 연습한 대로 ‘라 쿠카라차… 병사들에게… 사랑은 장소가 필요없네’라고 노래를 부르며 ‘항상 탱고를 즐겨 듣는다’고 대답했다. 그 회사 사장은 크게 좋아했고 결국 좋은 분위기 속에서 대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이런 일도 있었다. 일본의 섬유 대기업인 도레이사 사장이 왔을 때 비행기가 연착돼 빗속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뒤늦게 도착한 도레이 사장은 감동했고 바로 투자 협약이 체결됐다. 지금까지 이 회사는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 경북도에 투자하고 있는 일본의 72개 보배 기업 중 하나로 경북과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이것은 10년을 넘겼지만 밑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은 태생적 한계와 세계화라는 충격 속에서 허약할 수밖에 없는 지방 자치 현장, 그중에서도 정보, 인프라, 정주 여건 모든 것이 열악한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중 하나인 경북도가 살아가는 모습을 소개한 것이다.요 몇 년 사이 지방은 큰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경제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져 가게는 문을 닫고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을 못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게다가 수도권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지방은 각종 규제로 꽁꽁 묶여 있다.도민이 살기 힘들고 기업하기가 어려운데 도청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필자가 도정의 모든 주파수를 ‘일자리’에 맞춘 것은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먹고살 수 있는 일자리의 터전을 만드는 것, 지방의 어려움은 거기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확고한 신념이다.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인가. 일자리 만들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기업이다. 앨빈 토플러가 ‘지리적 종언’을 선언했듯이 기업은 국적이 없어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마치 전쟁과도 같은 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특히 지방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문제는 숲이 있어야 새가 날아 들 듯이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먼저 기업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방은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다. 그렇다고 상황만 탓하면서 무작정 환경이 조성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민간 기업 못지않게 행정에서도 CEO의 판단과 행동이 중요한 대목이다.그래서 정성과 신뢰로 무장하고 기업이 감동을 할 때까지 적극적 공격적으로 노력하는 투자 유치 전략을 선택했다. 주요 투자 유치 프로젝트별로 기업인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로 프로젝트 매니저를 임명하고 기업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관련 부서가 합동으로 참여, 원 스톱 처리할 수 있도록 기업민원 부서합의제를 시행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지역 공무원들의 생각과 판단에도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해당 공무원들이 개발지구 지정 같은 환경부, 산림청 등 중앙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기존에 공문으로 요청하고 수동적으로 기다리던 관행을 깨고 중앙부처를 직접 방문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앙부처 인근에 숙소를 잡고 밤잠을 줄여 가며 자료를 작성, 현안을 설명하고 부족한 부문을 즉시 보완함으로써 통상 1개월 이상 걸리던 협의를 2~3일 만에 완료했다.정성과 신뢰로 기업을 유치하고 ‘그 지역에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은 그 어떤 인프라보다 강력하다.미래학자 존 나이스비츠의 ‘미래는 현재의 마음 자세에 달려 있다’는 말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진실인 것이다.경북도지사약력: 1942년생. 대구사범학교, 영남대 경제학과 졸업. 61년 구미초등학교 교사. 71년 행정고시 합격. 89년 구미·용산 세무서장. 91년 대통령 민정비서실 행정관. 95년 구미시장. 2006년 경북도지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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