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기 따라 취업률 확 달라져요’

1999년 어느 항공사 입사 시험에서 일어난 일이다. 응시자 가운데는 수원전문대에서 막 이름을 바꾼 수원과학대 항공관광과 학생들이 섞여 있었다. 면접관은 영어로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주문했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응시자는 수원과학대 학생들뿐이었다. 좋은 인재를 필요로 했던 기업에는 그야말로 혜성과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 후 수원과학대 항공관광과는 항공과 호텔 업계에서 취업 잘 되기로 소문난 학교가 됐다.청년 실업이 만연한 시대에 더 눈에 띄는 항공관광과의 취업문 돌파 뒤에는 함봉수 교수가 있다. 함 교수는 27년 동안 기업에 몸담고 있다가 학교로 부임했기에 누구보다 기업이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있었다. 학생들을 취업 전선으로 내보내야 하는 전문대에는 기업이 최고의 고객이라고 강조하기 시작했다.“13년 전만 해도 4년제 대학 몇 군데를 떨어지고 나서 실패의 경험 때문에 전의를 상실한 아이들이 전문대에 왔었지요. 나만 쳐다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팔자를 고쳐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1995년 1기 졸업생을 낼 때만 해도 40명이던 항공관광과는 현재 인기가 많아 200명까지 모집하는 학과가 됐다. 또 내로라하는 서비스 기업 취업자 중 20~30%가 수원과학대 항공관광과 학생들이다. 남이 보면 어리둥절할 정도의 성공은 학생들에게 이제까지와 다른 경험을 하게 한 ‘마음먹기’의 결과다. 동료 교수와 행정 직원들은 물론이고 교육 당사자인 학생들도 변화할 수 없다고 할 때 함 교수 홀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전방에서 소대장을 하던 군 시절과 기업 근무를 하는 동안에 마음먹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글을 못 읽던 사병들이 하루아침에 복무 규율을 외우고, 작업 개선은 일본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나 하는 것이라던 현장 작업자들이 품질 개선 분임조 활동을 2~3년 만에 정착시키는 경험을 했었죠.”함 교수는 수원과학대 항공관광과에 고객 만족 교육 혁신 26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는 문제점과 목표 인식, 목표와의 수준차 해소, 점검 및 평가의 3단계를 거쳐 인성 개발과 현장 교육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또 서비스 교육만 받던 학생들이 기업의 생리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경영학도 가르치기 시작했다.우선 항공관광과에 들어온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자기 소개를 영어로 외워야 한다. 문안은 관련 교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게 하고 학생마다 다른 문안을 각각 원어민의 목소리로 녹음해 항상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그 후 한 학기는 마찬가지 방식으로 일본어 자기소개가 이어진다. 숙달되면 자기소개 암송 대회에서 직접 발표해야 한다. 졸업 전에는 국어 영어 일본어로 자기소개를 하는 발표 대회를 열고 기업 입사부장을 심사위원으로 초빙한다.“발표 수업을 진행하고 과훈을 수업 전후에 복창하는 한편 복장이나 태도를 항상 제대로 갖추고 체육대회 마라톤에 참가하게 하는 등 학생들이 크고 작은 부분에서 서비스 기업이 원하는 여성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함 교수는 수원과학대 항공관광과의 성공이 단순히 한 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대학 혁신으로 퍼져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얼마 전에는 그동안의 노하우와 성공 사례를 담은 책‘현장에서 건져 올린 전문대학 자기 혁신(삼성경제연구소, 2008)’을 펴냈다.“사람은 누구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꺼립니다. 보수적인 대학사회는 더 그렇지요. 이사장, 학장, 교수, 행정 직원까지 전 전문대학인이 인식 전환을 통해 고객 만족이라는 목표를 공유해야만 합니다.”수원과학대 항공관광과 교수약력: 1969년 인하대 기계공학과 졸업. 1969년 제일제당 입사. 1985년 연세대 경영학 석사. 1992년 경기대 관광경영학 박사. 1993년 대웅제약 상무. 1995년 수원과학대 항공관광과 교수(현).김희연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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