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짜는 해외 펀드 투자 전략
꽁꽁 얼어붙었던 겨울이 지나고 이제 봄이 오는가. 그동안 글로벌 시장을 억눌렀던 미국의 신용 경색 완화와 중국 증시의 반등 등으로 해외 펀드 투자자들의 불안이 조금씩 풀리는 듯하다. 반등 기대로 자금이 몰리는가 하면 한 달간 10% 이상의 높은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반등 이후 오히려 투자자들의 환매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이 등락을 보일수록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 동안 펀드 시장으로 약 8조90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5조 원가량이 머니마켓펀드(MMF)에 몰리기도 했지만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 등으로 해외 펀드에도 약 2조 원 이상이 유입됐다.해외 펀드 수익률 역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1개월간 중국주식펀드가 12.10%를 기록했으며 친디아주식펀드 11.57%, 글로벌자산배분펀드 10.84%, 브라질주식펀드 10.77%, 브릭스주식펀드 10.40%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신용 위기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책을 내놓은 데 따른 반등의 결과였다. 물론 아직 미국의 신용 위기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 이르지만 위기에 비해 크게 위축됐던 투자 심리가 다소 안정을 찾아가는 것으로 풀이된다.시장이 반등하면서 오히려 투자자들의 환매 욕구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내 주식 펀드의 경우 최근 코스피지수가 1800을 기준으로 아래에 있을 때는 자금이 유입되다가 1800 이상으로 올라서면 자금이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익을 실현하거나 손실 폭을 회복한 투자자들의 환매가 시장에 나왔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중국 등 해외 펀드 역시 지난해 말 뒤늦게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겪으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 등이 부각돼 여전히 투자 심리가 위축돼 있는 상태다. 막연하게 나선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심각한 패닉 상태에 빠졌다가 조금만 반등하면 ‘아이코, 역시나 위험해’라면서 빠져나오기 일쑤다. 이러한 국면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한 발짝 물러서서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의 원칙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왜 투자해야 하는지, 목적이 확실한 투자자들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수익을 거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부자들은 투자할 때 가치를 잘 이해할 수 없는 것, 불확실한 것에 무작정 자금을 쏟아 붓지 않는다. 그들은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곳에 투자를 결정하고 ‘왜 이런 헐값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사들인다. 역시 잠깐 반등할 때 위험을 피하느라 수익의 기회를 놓치지도 않는다.환매를 하기에 앞서 우선 펀드와 주식 종목이 다르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주식 종목은 수익률이 주가와 연관된 단 하나의 실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장에서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지거나 투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에 반해 펀드는 투자 전략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 여러 투자 자산으로 이뤄진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포트폴리오의 장점은 분산 투자에 있다. 포트폴리오 내 몇몇 종목의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자산에 의해 가격 하락이 상쇄돼 포트폴리오의 자산 가치가 덜 하락하거나 오히려 오르기도 한다. 결국 펀드는 주식 종목 투자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사거나 파는 것이 유용한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그렇다면 펀드 환매는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까. 근본적으로 펀드의 환매 시기를 따지려고 하는 것은 투자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비나 노후 준비와 같이 투자 목표가 확실하다면 자금이 필요한 시기가 됐을 때 비로소 환매하면 된다. 즉, 시장 상황에 따라 환매를 결정하기보다 자신의 투자 목표가 달성됐거나 변경됐을 때 환매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는 환매를 고려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해외 펀드의 포트폴리오 구성은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투자 우선순위에 따라 해외 펀드에 투자한다. 우선 해외 펀드는 투자 지역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 세계 주식에 골고루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형, 특정 지역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지역 투자형이 있다. 또 특정 국가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국가형과 금융업이나 원자재 등 특정 업종에 투자하는 섹터형(Sector) 등으로 나눠진다.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는 글로벌 투자형, 지역 투자형, 국가형 섹터형 순으로 가입한다. 예를 들어 처음 해외 펀드에 투자한다면 글로벌 펀드나 아시아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가입하고자 할 때 동유럽형이나 친디아 펀드 등을 선택하는 식이다. 만일 자신의 해외 펀드 포트폴리오가 국가형에 집중돼 있다면 글로벌 투자형이나 지역 투자형을 추가해 위험을 낮출 수 있다.둘째, 핵심-위성(Core-Satellite)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 마치 지구와 달처럼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이란 상대적으로 투자하는 범위가 넓은 펀드를 말하며 위성 펀드는 투자 범위가 상대적으로 특화돼 있는 펀드를 말한다. 핵심 펀드로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한다면 위성 펀드로 추가 수익을 얻으려는 것이다.예를 들어 글로벌 펀드를 핵심으로 삼았다면 친디아 펀드는 위성에 해당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아시아 펀드를 핵심으로 정했다면 중국 펀드가 위성에 해당한다. 이때 핵심과 위성의 투자 비중은 60 대 40, 70 대 30 식으로 핵심 펀드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만일 자신의 해외 펀드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위성 펀드에 몰려 있다면 투자 비중 조절을 통해 적절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다만 이러한 포트폴리오는 무조건 ‘50 대 50’으로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각자의 투자 목적과 이에 따른 투자 기간, 위험에 대한 인내 정도, 투자 지식의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만일 장기적인 투자 목적이라면 포트폴리오의 중심을 중국 등 이머징 지역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특히 중국은 최근 수출 감소나 인플레이션, 긴축 정책 등 여전히 투자 위험이 있지만 올해도 역시 10%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세기가 미국의 시대였고 그 이전이 영국의 시대였다면 다음 시대는 결국 중국이 주인공이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중국 주가가 하락했다고 해서 중국이 끝장났다고 보는 것은 어리석다. 투자자 입장에서 오히려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끝으로 일부에서 투자 시점을 판단하려고 하는데 그러지 말고 언제든지 투자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시점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보다는 여러 번에 나눠서 투자한다. 즉,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주가나 채권 가격은 매일 매일 변동하며 지금이 상투인지 바닥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자칫 한꺼번에 목돈을 특정 시점에 투자했다가 지나고 보니 그 시점이 상투였다면 큰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보다는 매월 단위로 나눠서 투자한다. 그래야 단기적으로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견딜 수 있고 장기적으로 투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민주영·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