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종신보험 ‘꼭’…특약으로 비용 ‘뚝’

가족을 위한 최적의 보험 설계

주식 투자만으로 세계 1위의 부자가 된 워런 버핏이 말하는 자신의 첫 번째 투자 원칙은 절대로 돈을 잃지 말라는 것이며 두 번째 원칙은 그 첫 번째 원칙을 절대 잊지 말라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위험 관리의 중요성은 비단 투자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자산 운용을 비롯한 삶의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문제다.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관심은 위험보다는 수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현재 지불하는 비용은 확정적인데 반해 이를 통해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불확정적이고 쉽게 드러나지도 않아 위험 관리에 소홀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2월 600년의 역사를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숭례문 화재 사건은 위험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얼마나 큰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가 되고 있다.아무리 위험 관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정작 자산을 운용할 때 적절한 비용으로 효율적인 보장안을 마련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험료를 과다하게 불입하고 있거나 보험료에 비해 미흡하게 보장받는 등 비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가장 큰 이유는 보험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보험이란 단지 자신이 부담할 수 없는 위험을 보험사로 이전하는 위험 처리 방안의 하나일 뿐이다. 이 때문에 보험을 통해 모든 위험을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설령 그것이 가능할지라도 비용을 수반하는 만큼 경제적으로도 결코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따라서 하나의 저렴한 보험 상품으로 감기와 같은 사소한 질병에 이르기까지 마치 모든 질병과 사고의 위험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처럼 선전되는 보험 상품일수록 숨겨진 허점이 많을 수 있고 정작 중요한 보장에 대해서는 공백이 크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보장안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발생 가능한 위험의 종류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각각의 위험들이 현실화됐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위험의 크기를 평가하는 일이다. 부담이 가능한 위험은 보험사로 위험을 이전하기보다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사 위험이 현실화되더라도 저축한 자산을 활용해 대응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부담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험을 통해 위험을 이전해야만 한다.그렇다면 재무적으로 부담할 수 없는 큰 위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소득 중단의 위험이다. 대표적으로는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의 조기 사망을 들 수 있다.소득의 중단은 미래의 재무 목표들은 물론 당장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마저도 위협하게 된다. 실제 통계적으로도 자녀들이 교육을 마치고 독립하기 이전에 가장의 사망으로 경제적인 고통을 받게 되는 가정이 20%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보장이 필요한 위험이 된다. 이와 같은 가장의 조기 사망 위험에 대한 보장안을 마련하는 수단이 바로 종신보험이다.대부분의 경우 종신보험을 가입할 때 단순히 주계약 1억 원이니, 2억 원이니 하는 식으로 설계를 하는데 이는 결코 합리적인 설계가 아니다. 종신보험에서의 사망 보험금은 가정의 소득이 중단되는 경우 이를 보완하는 목적인만큼 먼저 자신의 가정에 향후 필요한 자금의 규모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필요 자금의 규모가 줄어드는 대신 준비 자산은 늘어나게 될 것이며 그만큼 부족 자금의 규모도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생애 전 기간에 걸쳐 동일한 금액을 보장받는 주계약으로만 사망 보장을 설계하기보다는 일정 기간만을 보장받는 정기 특약이나 가족 수입 특약 등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러한 사망 보장의 목적에서 볼 때 이미 준비된 자산이 충분한 가정, 혹은 별도의 안정적인 소득원이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과다한 사망 보장 설계는 그만큼 불필요한 지출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사망 못지않게 경제력을 상실할 수 있을 정도의 큰 재해 사고나 질병들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위험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고나 위험은 소득의 중단만을 야기하는 사망과는 달리 소득의 중단과 더불어 의료비라는 지출까지도 부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사망 사고보다 훨씬 큰 재무적 위험이 될 수 있다.이러한 위험들을 처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상해보험이나 암보험 등 개별적인 위험에 한정해 보장하는 상품을 이용하는 방법과 종신보험이나 통합보험 등에서 특약의 형태로 보장안을 구성하는 방법이 있다. 대개는 개별 상품에 가입하기보다는 특약의 형태로 마련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방안이 된다. 현재 보험 상품들은 재해 사고의 경우 장해 등급에 따라 일시금이나 연금의 형태로 지급하며 암과 뇌졸중 등과 같은 중대한 질병에 대해서는 진단 자금의 형태로 보험금을 지원하고 있다.경제적으로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사망이나 중대 질병, 후유장해를 남기는 재해 사고에 대한 보장안이 구성됐다면 다음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내용은 각종 질병 및 사고에 대한 의료비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생명보험에서의 의료비 보장은 크게 수술 급여와 입원 급여로 구성돼 있으며 어떠한 보험 사고에 대해 사전에 약정한 정액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정액 보장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반면 손해보험은 수술과 입원에 대한 정액 보장 특약 외에도 실제 발생한 의료비를 일정 한도 내에서 실비로 지급하는 실손 보장을 원칙으로 하는 의료 실비 특약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생명보험에서 지급이 불가능한 검사비나, 진료비, 약값 등 소소한 부분에까지 보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실손 보장의 원칙에 따라 초과 이득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여러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지급받는 보험금 총액은 동일하다.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은 서로 위험 보장의 범위가 상이한 부분이 있는 만큼 상호 보완적인 개념이 강하므로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보다는 이 둘을 적절히 조합해 설계할 때 가장 이상적인 보장안이 마련될 수 있다.보험은 저축이 아닌 위험 이전에 따른 비용이다. 이 때문에 무조건 보장이 많다거나 보험료가 저렴하다고 해서 좋다고 할 수 없다. 자신이 부담할 수 없는 위험들에 대해 필요한 만큼의 비용만을 지불하도록 설계될 때 최적의 보험 설계라고 할 수 있다. 가정의 소득원이 가장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하나에만 의존하고 있다면 우선적으로 가정의 필요 보장액에 맞춰 종신보험을 통한 사망 보장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그리고 재해 장해와 질병 및 사고에 대한 생명보험의 의료비 보장안은 종신보험의 특약으로 구성하고 손해보험의 실손 보장 특약을 통해 종신보험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형태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여성의 경우 굳이 사망 보장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면 생명보험에서의 건강보험을 활용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자녀의 보장안과 관련해서도 별도의 자녀 보험 상품을 이용하기보다는 부모님의 상품에서 특약의 형태로 부과하는 것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손해보험의 경우 통합보험을 활용한다면 가족 모두의 보장안을 하나의 상품으로 구성할 수 있다.위험이란 잠재돼 있는 상태에서는 우리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그것이 이미 현실화됐을 때에는 위험의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 말고는 다른 어떠한 해결책도 허락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신에게 발생 가능한 위험을 올바로 평가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일은 지난 시간 힘들여 쌓아온 자산을 지키고 원하는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기본 바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한만형·머니트리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hjacob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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