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공무원의 자기비판

‘세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그는 자전거 같은 사람이다. 페달을 멈추면 쓰러지고 말기 때문에 끊임없이 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다.’드라마나 소설 속에서 종종 등장하는 표현이다. 야심이 큰 사람, 자기 일에 너무 몰두해 다른 일에 소홀한 사람을 가리킨다. 하지만 자전거라고 다 같은 자전거는 아니다. 세발자전거는 페달을 밟지 않아도 넘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자전거라는 물건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세발자전거는 안심하고 탈 수 있다.‘세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공직 사회에 대한 비판서다. 저자는 8년간의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36년 동안 공직에 몸담은 엘리트 공무원 출신이다. 따라서 책은 일종의 ‘내부 고발’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책은 저자가 겪은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들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고 있어 말로만 듣던 공직 사회의 문제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저자는 전형적인 공직 사회를 ‘싫다’고 잘라 말한다. ‘그저 편하게 하는 시늉만 하면서 월급 타 먹으려는 심보’가 싫고 ‘온 나라가 경제 불안으로 불안정한데 월급 인상을 요구’하는 게 싫고 ‘집단 이기주의에 의해 끝까지 철밥통 붙잡고 민영화 반대를 부르짖는 그들의 사리사욕’이 싫다는 것이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천재와 수재가 공직 생활 몇 년 만에 남의 눈치나 보며 세금을 축내는 둔재로 돌변시키는 공무원 사회에도 분노한다.이쯤 되면 저자는 공무원 제도 자체에 염증을 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만하다. 사실 그렇다. 그는 현재의 공무원 집단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잃어버린 ‘사명감’과 ‘주인의식’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갑 중의 갑’이라는 터무니없는 권위주의는 멀리 던져버리고 국민을 주인으로 섬겨야 하는 공직의 근본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문제는 방법이다. 먼저 이대로 편하게, 시늉만 하면서 월급이 올라가는 시스템부터 뜯어고치자고 주장한다. 민간 기업과 같은 경쟁 환경을 만들어 ‘복지부동’으로는 생존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도 세계를 향해 뛰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엘리트 공무원의 ‘자기비판’은 공직 사회의 개혁이 왜 필요한지 설득력 있게 전하고 있다. ● 서사현 지음/콜로세움/320쪽/1만 원1.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엘런 싱어 지음/공경희 옮김/한국경제신문사/1만 원2. 굿바이 허둥지둥/켄 블랜차드·스티브 고트리 지음/조천제·황해선 옮김/21세기북스/1만 원3. 경제학 콘서트 2/팀 하포트 지음/이진원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3500원4. 집중-성공을 만드는 강력한 힘/리사 헤인버그 지음/박정길 옮김/마젤란/1만2000원5. 커뮤니케이션 불변의 법칙/강미은 지음/원앤원북스/1만2000원6. 배려-마음을 움직이는 힘/한상복 지음/위즈덤하우스/1만 원7. 몰입-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황농문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1만2000원8. 삼성과 소니/장세진 지음/살림Biz/1만7000원9. 그림 읽는 CEO/이명옥 지음/21세기북스/1만5000원10. 부자가 되는 기술/이대표·이부연 지음/토네이도/1만2000원 (집계: YES24)황인원 지음/고요아침/256쪽/1만2000원성공한 최고경영자(CEO) 중에 시를 사랑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책은 성공한 CEO라면 그가 누구든 시를 잘 알고 있다고 단언한다. 성공의 요소와 시의 창작 요소가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아이디어 상상력 감동 배려 도전 변화 신뢰 교육이 그것이다. 자수성가한 CEO들의 성공담을 시를 이용해 풀어내는, 흔치 않은 형식의 글을 보여주고 있다.오윤 지음/한국학술정보/310쪽/2만 원국경을 초월한 자본의 이동은 이제 거역할 수 없는 현상이 됐다. 이 과정에서 한 국가의 조세 제도는 자본의 흐름을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 세계의 거대 자본이 조세 회피 지역을 찾아 전 세계를 뒤지고 다니는 것이나 조세를 이유로 분쟁이 빈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책은 법적 해석과 입법론의 관점에서 이러한 현상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안한다.허버트 마이어스·리처드 거스트먼 지음/강수정 옮김/에코리브르/352쪽/1만8000원화가 디자이너 연출가 건축가 등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창의성의 대가들을 인터뷰해 창의성에 대한 그들의 비결을 분석하고 있다. 창의적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하라는 식의 실용적인 제안은 없지만 창의성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구하고 있다. 현대 예술에 대한 교양과 창의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심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최인호 지음/랜덤하우스/304쪽/1만1800원작가 최인호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지만 불교에 대한 관심도 지극한 인물이다. 책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불교와 고승들의 삶에서 찾은 깨달음의 기록이다. 자신의 삶을 불가적이며 범신론적인 지혜로 돌아본다. 일상, 욕망, 해탈이라는 3개의 주제로 45개의 에세이를 담았다. 풍경소리와 물소리가 들릴 듯한 문장이 남기는 여운이 쉽사리 가셔지지 않는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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