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수요 ‘빵빵’…밸리 이펙트 ‘NO’

올림픽 후 경제 어디로

베이징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올림픽 효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은 오는 8월 8일 오후 8시에 개막된다. 중국 안팎에서는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물론 올림픽 덕에 수혜를 보는 업종에 대한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역대 올림픽 개최국들이 올림픽 이후 경기 하강을 겪은 이른바 ‘밸리 이펙트(Valley Effect)’나 ‘V-low 이펙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중국 인민은행의 판강 통화정책위원은 “중국이 올림픽 이후 경기 침체를 겪은 일부 개최국들과 달리 경기 침체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가 빠르고 건전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낙관했다. 그 근거로 긴축 효과가 이미 나타나면서 경착륙보다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들었다. 경제 성장률과 수출 증가세 등이 과거에 비해 둔화됐고 증시와 부동산도 열기가 식으면서 작년 말 이후 과열 방지를 위해 실시해 온 거시 조정 정책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하지만 올림픽 이후 투자 격감으로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당초 143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실제론 200억 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판 위원은 “베이징 올림픽 관련 투자는 중국 총 고정자산 투자의 3%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올림픽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억제됐던 다른 분야의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 인프라 건설과 산업 구조 고도화를 위한 투자 수요가 여전히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 베이징의 경우 현재 지하철 노선은 197km이지만 2012년이면 274km로 늘어나고 2015년이면 지금의 3배 가까운 561km가 돼 세계 최장 지하철을 운행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공항 증설도 대표적인 인프라 확충 사례다. 최근 문을 연 베이징 소우두국제공항의 제3여객청사의 바닥 면적은 영국 히드로공항 5개 여객 청사를 합친 것보다 크지만 베이징에 제2공항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베이징 2공항은 2010년 이전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후보지로는 베이징 시내 동쪽의 퉁저우구 장자완, 시내 남쪽의 다싱구 팡거좡과 반비뎬 등 세 곳이 거론되고 있다. 항공 업무를 총괄하는 중국 민항총국은 베이징 2공항을 비롯해 2020년까지 97개의 공항을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이 프로젝트에 투자되는 자금은 640억 달러에 이른다. 2006년 말 기준으로 중국 본토에는 147개의 공항이 있고 이 중 45개는 군용과 일반 항공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민항총국 관계자는 “전국의 중대형 공항들이 대부분 용량이 포화 상태인 데다 상당수 공항이 군용과 민용을 겸하면서 불편이 가중돼 확장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2020년이면 전국의 현 단위 행정구역의 75%가 100km 이내에 공항을 갖게 되고 항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구도 전체의 78%로 늘어나게 된다는 게 중국 민항총국의 설명이다. 특히 2010년 상하이 엑스포와 광저우 아시안 게임 등 굵직한 국제 행사들이 올림픽 이후에도 몰려 있어 경기 전망이 밝다는 지적이다.판 위원은 다만 “중국 경제는 미국발 신용 위기와 국제 유가 급등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9~10월 혹은 연말에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올림픽 효과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세계은행의 린이푸 부총재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은 경제 규모가 크고 올림픽 이후 각종 세계적인 행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다른 올림픽 개최국과 달리 경기 침체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린 부총재는 “일부 개최국들이 올림픽 후 경기 침체를 겪은 것은 올림픽과 연관된 투자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경제 규모는 이런 국가들과 달리 충분히 크다”면서 올림픽 후 경기 침체설을 일축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개최한 그리스의 경제 규모는 1850억 달러,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 열린 호주의 경제 규모는 3900억 달러이지만 중국은 3조 달러에 달한다는 것. 올림픽이 어느 지역에서 열리든 필요한 경기장 시설은 비슷하다는 걸 감안하면 올림픽 관련 투자가 중국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다는 설명이다. 린 부총재는 대표적인 중국 경제 낙관론자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30년쯤 되면 미국의 2.5배에 달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젠과 루카 빈델리는 최근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베이징에서의 투자 감소가 일어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의 성장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베이징 올림픽 이후 증시에 대해서도 비관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JP모건의 징 율리히 중국주식부 회장은 “중국에서 올림픽이란 상징적인 의미만 있을 뿐”이라며 “올림픽 이후 주가가 크게 떨어졌던 1988년 한국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은 국내 인구의 38%, GDP의 40%를 차지했었지만 베이징은 중국 인구의 3%, GDP의 5%에 그치고 있어 올림픽 이후에도 성장 둔화 우려는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오히려 올림픽 개최로 수혜를 볼 업종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비스업이 올림픽을 계기로 발전의 모멘텀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에서 서비스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그쳐 선진국의 65~75%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최근 이와 관련, 올림픽 수혜 업종으로 8대 산업을 꼽았다.우선 관광업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 베이징의 관광 수입만 4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올림픽 참관객들을 위해 성급 호텔만 해도 800여 개로 늘어난 상태다. 국내 호텔 관련 업체인 글로벌익스터널트러스트(GXT)가 올 초 베이징에서 호텔 운영을 지원하는 식으로 현지에 진출한 것도 관광업이 유망하기 때문이다. GTX는 베이징의 코리아타운인 왕징지역의 이스턴국제호텔을 인수해 이스턴스테이7 호텔로 명칭을 바꿔 운영하는 중이다. GTX는 호텔을 5년간 함께 운영해 주고 브랜드 사용료를 받기로 한 상태다.베이징 올림픽 경제연구연합회의 천젠 주임은 “60만 명의 외국인이 베이징 올림픽을 참관할 것”이라며 “올해 전체적으로 450만 명의 외국인이 베이징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가 올림픽 기간 중 피크를 이루면서 유통과 같은 상업도 유망 업종으로 꼽혔다. 올림픽 이후 교통 등 인프라와 상업 환경이 개선되면서 부동산 시장도 좋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건축업도 큰 수혜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베이징의 건축업 총규모는 5000억 위안(75조 원)에 달했으며 이를 통해 8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지하철 등에 대한 투자 확대 덕에 교통 운수업도 수혜 업종으로 꼽혔다. 이미 베이징은 교통에만 900억 위안(13조5000억 원)을 투자했다. 베이징 올림픽이 첨단 올림픽을 내걸면서 대체에너지 자동차 등 첨단 기술의 산업화 전망이 밝아졌다. 스포츠 산업 역시 올림픽 수혜 업종이다. 중국의 나이키를 꿈꾸는 스포츠 의류 업체인 리닝은 올림픽을 본격적인 성장의 계기로 삼는다는 전략이다.오광진·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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