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MC ‘격돌’…집에선 우군 밖에선 적군

장철 한세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 성기영 KBS 아나운서 부부

KBS1 라디오(97.3Mhz) 채널에서는 평일 오후 4시 10분마다 ‘성기영의 경제투데이’가 방송된다. 이 프로그램은 동시간대 KBS FM과 AM을 통틀어 수년 동안 꽤 높은 청취율을 자랑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02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장기간 끌어 올 수 있던 배경에는 여성 아나운서로는 드물게 경제·경영 분야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은 ‘경제 방송 전문가’성기영(39) 아나운서의 힘이 컸다.한편 지난 4월 30일에는 뉴스와 시사 정보 채널인 KBS1 라디오에 맞서 24시간 보도 채널 YTN 라디오(94.5Mhz)가 개국했다. YTN 측은 오후 4시대에 ‘경제투데이’에 맞불을 놓을 ‘YTN 생생경제’를 두 시간이나 편성했다. 이 정도로도 본격 대결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프로그램 진행자로 성기영 아나운서의 남편인 장철(42) 한세대 경영학부 겸임교수를 섭외하는 초강수를 뒀다.“선의의 경쟁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각자의 강점이 있고, 방송 모니터링도 해 줄 수 있으니까 우리는 좋습니다.” 장철 교수의 말대로라면 방송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피 말리는 생방송 경쟁을 즐기는 지독한 부부임에 틀림없다. 못 말리는 이 부부는 집에서 대화할 때도 주로 경제나 시사 관련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뉴스 채널을 항상 틀어놓고 주요 이슈에 대해 비판도 하고 상반된 분석을 내놓기도 하며 지낸다는 설명이다.“부모님이 해외에 계셔서 남보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이 살 집을 구하고 계약하는 일을 직접 하다 보니 경제에 일찍 눈떴죠. 학부 때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지만 왠지 자꾸 경제 쪽 뉴스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남편이 금융 전문이라면 저는 부동산이 주 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 진학한 후 경제투데이를 맡게 된 성 아나운서는 경제 분야에서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여성 아나운서가 방송이야 잘 하겠지만 경제를 얼마나 알겠느냐는 사람들의 편견을 이내 불식시킨다. KBS 내에서는 비공식 자산관리 상담가로도 소문이 자자하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설명이다.“좋은 정보, 당장 돈 되는 정보를 말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 집의 가족이 몇 명인지, 재정 목표가 무엇인지, 직장과의 거리는 어떤지 등등 여건을 고려해 흐름에 맞는 정보를 주려고 합니다.”반면 장 교수 쪽은 CJ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이라는 직함이나 경력으로 볼 때 경제야 알겠지만 방송에는 미숙할 듯도 싶다. 허나 이쪽도 마찬가지다.현재 한국경제TV ‘출발 증시특급’ MC를 맡고 있고 여러 TV와 라디오 진행 경험이 쌓여 아내인 성 아나운서 못지않게 방송에 이력이 났다. 생방송 조명이 켜지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쪽은 아나운서인 아내가 아니라 남편 장 교수다.“성 아나운서의 방송을 들으면서 진행 기술을 많이 배웁니다. 예전에는 아내가 이것저것 아무리 조언해도 감이 없어서 못 알아들었는데 이제는 방송을 듣기만 해도 어떤 기술을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적용해야 할지 알겠더라고요.”경제와 방송 베테랑인 두 사람이 공히 꼽는 경제 MC의 자질은 인맥 관리다. 주어진 화제가 무엇이든 누구를 만나야 하고 그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경제 프로그램을 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에 대해 죄다 알기는 불가능하므로 해당 전문가를 제대로 찾아 도움을 청할 줄 아는 것이 경제 MC가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이라고 말한다.장 교수가 아침 TV와 오후 라디오 방송을 맡으면서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이전보다 대폭 줄었다. 성 아나운서가 주말 당번이라도 맡게 되면 주말에도 얼굴 볼 시간이 거의 없다. 맛난 음식도 만들어 먹고 보고싶은 영화도 감상하며 틈틈이 여행 다니는 걸 즐기지만 둘의 스케줄을 맞춰 짬을 내기가 어려워졌다.“저보다는 남편이 오히려 더 감성적이에요. 비디오를 쌓아놓고 보고 오페라 구경이나 여행에도 먼저 나서고요. 남편은 제가 좋아서 따라나서는 줄 알고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남편 취향에 맞춰주는 거랍니다. 좀 창피한 얘기지만 여권 만기 연장도 잊어버릴 정도로 여행에 무심해서 공항에서 되돌아 온 적도 있어요.”그런 성 아나운서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좋았던 기억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본 셀린 디온의 콘서트였다. 환상적인 무대를 바라보며 타이타닉 주제곡을 듣고 있자니 자신들 부부의 사랑과 지난 인생 여정이 떠올라서 감동했다고 한다.“1999년에 결혼해 이제 10년째가 됐지만 그 흔한 권태기도 없었고 최근 몇 년 동안 싸운 적도 없어요. 상류의 모난 돌이 깎여서 하류에 오면 둥글둥글해지듯이 결혼 초기에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맞춰 놓았더니 지금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가 됐습니다.”남편은 부부 사이를 돌에 비유하고 아내는 ‘남편이 미우면 알고 싶지 않았겠지만 가만히 있어도 알아지는 것이 부부’라고 정의한다. 서로 배려하고 채워주었기에 배우자로서는 부족함이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인으로서 점수를 매긴다면 어떨까.“세상 물정을 잘 알면서도 때 묻지 않고 영혼이 맑은 사람이어서 반했거든요. 방송인으로서도 더 큰 꿈을 가지고 많은 프로그램을 맡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사 논문이 끝나면, TV에서도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고민보다 일단 행동에 나서고 보는 남편은 일에 앞서 주저하는 아내가 적극적으로 행동하길 바란다. 아내에게는 그런 남편의 저돌성과 고집이 큰 도움이 되어 왔다.“남편은 방송에 적합한 자질을 여럿 가지고 있어요. 비디오적인 측면에서 얼굴도 괜찮고,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가졌다는 점에서 오디오도 겸비하고 있습니다. 늘 자기 일을 열심히 해줘서 고맙고 건강만 챙긴다면 더 바랄 것이 없네요.”경제 MC 둘이 한 집에 모여 사는 만큼 재테크 질문을 빼놓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답은 분산 투자다. 각자의 특기를 살려 주식 펀드 부동산에 골고루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재테크에 대한 대화가 잘 되는 것도 이 부부가 화목한 이유인 듯했다. 장철 성기영 부부의 재테크 원칙 1조는 ‘한쪽의 말대로 투자해서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방을 탓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을 쫓아가다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진짜 중요한 가치를 놓쳐버리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두 사람이 진행하는 방송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성기영 1991년 KBS 공채 18기 아나운서(현). 이화여대 경제학 석사 졸업, 박사 수료. KBS 라디오 ‘경제세미나’, ‘성기영의 경제투데이’ 진행.장철 CJ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현). 한세대 경영학부 겸임교수(현). 한국경제TV ‘출발 증시특급’, ‘장철의 YTN 생생경제’ 진행.김희연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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