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고효율 … 안전성 확보 ‘과제’

진에어는 오는 7월 17일 김포~제주 노선에 1일 8편(4회 왕복) 운항하는 것을 시작으로 운항 횟수를 크게 늘려 나갈 방침이다.10월부터는 1일 16편, 12월부터는 18편으로 늘린다. 12월부터는 김포~부산에 신규 취항해 1일 8편 운항하고 내년 5월부터 12편으로 증편한다. 이와 함께 부산~제주 노선에 내년 4월부터 1일 8편 운항을 시작하며 5월부터 12편으로 확대한다.진에어는 항공기 보유 대수에서도 올해 말까지 최첨단 B737-800 차세대 항공기를 모두 3대로 늘릴 계획이다. B737-800은 189석 규모로 모두 이코노미 좌석으로만 구성돼 있다.내년 3월과 4월에 292석 규모의 A300-600 항공기를 한 대씩 도입해 모두 5대를 운영할 예정이다.진에어는 김포~제주 노선 기본 운임을 편도 6만9000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기존 항공사의 주중 운임 8만8800원보다 22% 저렴한 수준이다. 이 회사는 단순하게 주중·주말로 구분하는 기존 항공사와 달리 시간대에 따른 할증 요금을 운영한다. 따라서 주말에도 주중보다 시간대에 따라 더 싸게 항공권을 구입할 수도 있다. 진에어 김재건 대표이사는 “올해 국내선 취항과 내년 국제선 취항을 통해 3년 내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계획”이라며 “아시아 최고의 프리미엄 실용 항공사로 발돋움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진에어가 출범함에 따라 한성항공과 제주항공으로 대표되던 국내 저가 항공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6월 13일부터 김포~제주 노선에 B737-800기를 투입한 제주항공과의 본격적인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진에어의 기본 운임은 제주항공과 견줘 1만 원가량 비싸다”며 “동일 노선에 동일 기종의 항공기가 투입되는 만큼 소비자들이 좀 더 저렴한 항공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양사의 공방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올해에만 에어부산, 인천타이거항공 등의 추가 취항이 예정돼 있는 만큼 저가 항공사 사이에 본격적인 경쟁 체제가 구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국내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저가 항공사는 한성항공이다. 2003년 설립된 충청항공이 이듬해 8월 한성항공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2005년에 부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하고 그해 5월 면허 취득을 마치면서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들어갔다.이후 2005년 8월 항공운항증명(AOC)을 취득하면서 청주~제주 구간을 시작으로 첫 운항을 시작했다. 이후 경영진이 바뀌고 활주로 착륙 도중 앞바퀴 파손 사고를 겪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2006년 제2의 창업을 선언한 이후 현재까지 청주~제주뿐만 아니라 김포~제주로도 노선을 넓히면서 성장하고 있다.한성항공은 첫 저가 항공사인 만큼 기존 항공사와 차별화를 위해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요일별, 시간별로 1만9900원부터 6만9900원까지 20여 개의 탄력 요금제를 적용하도록 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요금을 낮춘 것이 그 예다. 또 ‘얼리 버드(Early Bird)’ 제도를 도입해 일찍 예약하는 고객에게는 20~25%의 할인 혜택을 주기도 했다.한성항공과 함께 저가 항공 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는 또 다른 항공사는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은 2005년 8월 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 및 노선 면허를 취득한 뒤 2006년 6월 운항증명을 획득했다.제주항공은 관광객 감소를 우려한 제주도가 직접 출자해 설립한 지역 항공사로 애경그룹과 공동 출자한 국내 최초의 민관 합작 법인 항공사라는 점이 특징이다.지금까지의 성적표는 괜찮은 편이다. 지난해 4월 취항 10개월 만에 탑승객 50만 명, 취항 1년 5개월 만인 11월에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올 5월 말 현재 누적 탑승객은 135만 명, 하루 평균 탑승객은 2300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제주항공은 올 하반기에는 제주 기점 국내 노선을 신규 개설해 수송 능력을 키우고 국제선에도 취항해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제주항공은 앞으로 5년 동안 추가로 13대의 B737-800 항공기를 들여오기로 했다.국제선은 국토해양부의 승인을 얻는 대로 7월 11일 제주~히로시마를 시작으로 18일 인천~기타규슈, 26일 인천~고치 등에 취항할 예정이다. 또 청주~오사카 및 청주~삿포로 등에도 수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적극 검토 중이다.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월 230억 원을 투자하면서 46%의 지분을 갖게 된 에어부산은 올해 10월 정식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8월 부산 지역 15개 기업이 출자해 설립한 부산국제항공에 아시아나항공이 출자하면서 사명이 바뀌었다.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을 다른 저가 항공사들이 지향하는 사업 모델과는 차별화된 모델로 운영하겠다는 점을 강조한다. 단순히 싼 요금을 제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안전과 서비스를 살리면서도 원가 혁신을 통해 낮은 요금을 제공하는 지역 기반 항공사로 키우겠다는 설명이다.이들 회사 외에도 저비용 항공사를 표방하는 여러 법인들의 시장 진출 준비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영남에어는 2006년 12월에 법인을 설립, 지난해 11월 부정기항공운송사업 등록을 마치고 현재 운한증명 검사가 진행 중이다. 조만간 운항을 개시할 예정이며 부산~제주, 대구~제주 노선의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이 밖에 올 초 인천시와 싱가포르 타이거항공이 합작으로 설립한 인천타이거항공이나 아시아나 퇴직 조종사 등이 중심이 돼 설립한 이스타항공, 제주도 관광 헬기 사업 등을 하다 사명을 변경한 코스타항공(옛 대양항공) 등도 취항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우리나라에선 저가 항공 시장이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지만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저가 항공은 세계적인 트렌드로 볼 수 있다.유럽과 미주 지역은 저가 항공 시장이 성장 단계를 지나 성숙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 역시 저가 항공 시장이 확산되는 양상이다.저가 항공 붐이 일어나고 있는 데는 기존 항공사와 저비용 항공사의 사업 방식 차이에서 비롯되는 면이 적지 않다.저비용 항공사의 경우 자산 효율성 면에서 단일 기종 보유를 통한 전체 항공기 보유비용 절감, 높은 항공기 가동률, 짧은 항공기 회전 기간을 통해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기존 항공사의 경우 다양한 기종을 보유하고 회전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효율성이 낮다.저비용 항공사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가격 구조와 함께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는 기획성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다.상품에서도 기존 항공사의 경우 복수 클래스 정책을 비롯해 다양한 부대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는 반면 저가 항공사는 단일 클래스로 높은 좌석 밀도를 추구하고 좌석 배정 절차도 폐지하는 게 대체적인 추세다. 이와 함께 탑승권은 재활용하고 부가 서비스는 없애 가격 상승 요인을 근본적으로 줄이고 있는 것이다.유통 채널에 있어서도 기존 항공사는 여행사, 인터넷 등 다양한 판매 유통망에 의지하고 있는 반면 저비용 항공사는 커미션을 없애고 종이 발급권도 없앤다는 방침에 따라 철저히 직판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이 같은 이점을 지닌 저비용 항공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OAG사의 지난해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저비용 항공사들의 운송 능력은 지난 4년간 2배 이상 증가하고 전 세계 항공편과 좌석에서 약 16%, 20%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최근 들어 저가 항공에 대한 관심은 아시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01년 운항 횟수 및 공급 좌석이 3900회, 60만 석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7년에는 약 6만 회의 운항 횟수와 약 900만 석의 공급 좌석을 기록하면서 급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 한국기업평가 측의 분석이다.저가 항공 시대가 본격적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저비용 항공사들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운항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확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저가 항공사들의 낮은 운임 가격은 매력적인 부분임에 틀림없지만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이 같은 장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분석이다.여기에 대부분의 저비용 항공사들이 궁극적으로 국제선 운항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안전성 문제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저비용 항공사들의 가장 큰 메리트는 뭐니 뭐니 해도 낮은 가격이다. 요일이나 시간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일반 항공사 대비 저가 항공사의 요금은 주중의 경우 27~ 71%, 주말의 경우 47~84%, 성수기는 43~75% 정도다.하지만 기존 국내 저가 항공사들은 운항 초기 경험과 정비 인력 및 대체 항공기 등의 부족으로 인해 잦은 결항, 지연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상당 부분 희석됐다는 지적이 많다.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경우 2006년 항공기 고장으로 인한 결항률이 10.58%를 기록해 기존 항공사 결항률(대한항공 3.47%, 아시아나항공 3.53%)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실제로 제주항공은 지난해 김해공항에서 활주로 이탈 사고를 낸 바 있으며 이에 앞서 지난해 2월에는 김포공항에서 착륙 도중 뒷바퀴 하나가 빠지면서 활주로에 멈춰서기도 했다.한성항공도 2005년 10월 활주로 도착 후 브레이크에 문제가 생김에 따라 항공기 자체 방어 시스템이 가동돼 왼쪽 타이어 2개의 바람이 빠지는 일을 겪었다. 2006년 11월에는 제주공항에 착륙하던 비행기의 앞바퀴가 부러지면서 승무원들이 경상을 입기도 했다.저가 항공 업체가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많은 항공사들이 살인적인 고유가와 자금 압박 등의 이유로 연내 이륙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여건이 악화되다 보니 투자 유치는 힘들어지고 조종사 확보나 비행기 도입도 더뎌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대한항공과 같은 대형 항공사들의 경우 유류 할증제로 적자를 일부 보전할 수 있지만 아직 국내선 위주의 저가 항공사들은 이런 혜택마저 받을 수 없어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지난해 전북 군산을 근거로 한 출범한 중부항공이 최근 경영악화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은 데 이어 3세대 항공사를 표방하던 퍼플젯도 자금 압박에 대외 활동 자체를 중단한 상태다.퍼플젯 관계자는 “유가가 치솟고 있어 버텨내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준비는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면 내년 취항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올 하반기 취항을 목표로 운항증명(AOC) 절차를 밟고 있는 영남에어도 당장 매출이 없어 투자자를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저가 항공사는 특성상 비용에서 기름 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형 항공사보다 훨씬 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아시아나 퇴직 조종사 등이 중심이 돼 설립한 이스타항공은 아직 비행기조차 갖추지 못했다. 이에 따라 목표로 했던 오는 10월 국내선 취항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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