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경영으로 고부가가치 창출해야죠’

이청승 세종문화회관 사장

이청승(63) 신임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홍익대 미대 재학 시절 학생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동창회장을 맡고 있지만 그에겐 대학 졸업장이 없다. 졸업식 전날 자퇴했기 때문이다. 졸업장에 얽매이는 ‘껍데기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불과 대학 1학년 때 스스로 창업을 하기도 한 기업가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한·중·일 문화 교류에 앞장서며 3국간 문화 공동체를 표방하는 베세토 회장으로서 문화 활동 전반에 관심을 기울여 온 문화 예술 경영인이기도 하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예술 공간 세종문화회관의 새로운 수장이 된 그를 만나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들어 봤다.“무엇보다 세종문화회관은 설립 목적에 충실해야 합니다. 문화 예술의 진흥을 도모하고 시민의 문화 복지와 행복 구현에 크게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높은 수준의 공연과 전시로 대한민국과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 예술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봅니다. 시야를 아시아로 더 넓힌다면 한강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자리 매김하도록 세종문화회관을 육성할 방침입니다.”“그렇습니다. 앞으로는 문화 예술 기관도 우리나라를 넘어서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과의 교류도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중국과 일본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공연이나 전시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또한 일본과 중국에 우리나라 문화를 알릴 계획입니다. 문화라는 것은 이질적 문화가 서로 부딪칠 때 영감을 얻고 또 도전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실사구시입니다.실제의 사실 위에서 올바름을 추구해야 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도 모르게 쌓아온 권위의식이나 관행이 있다면 과감히 탈피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의 소통을 위해서지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과 요구 속에서 우리가 대입해야 할 새로운 가치관이 있다면 이 역시 과감히 받아들여 창의적으로 바꿔 나가야 할 것입니다.”“올 가을께 한반도 선진화를 위한 오피니언 리더 그룹 최고위 과정인 가칭 ‘서울문화아카데미’를 만들 계획입니다. 이곳에서는 차기 지도자 그룹의 양성도 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문화아카데미에서는 서울의 발전 모델을 디자인하고 세종문화회관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을 겁니다. 사교적 성격이 강한 여타 최고위 과정과 달리 서울을 디자인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다른 최고위 과정은 사교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서울문화아카데미는 이러한 사교적 성격을 줄이는 대신 학구적인 기능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최고위 과정 수업료가 대개 6개월에 500만 원 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문화아카데미는 비용도 200만~300만 원 정도로 잡아 문턱을 크게 낮출 생각입니다.”“우리는 흔히 디자인이라고 하면 시각적인 어떤 것을 연상하는데, 이는 디자인을 너무 협소하게 보는 것입니다. 디자인은 혁신입니다. 쉽게 말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모든 창조적인 활동을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내 나름의 계획에 따라 설계해 나가는 것도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지요. 중요한 것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디자인의 개념을 실제 경영에 도입하는 것입니다. 평소 오세훈 서울 시장이 디자인 서울을 강조하는데 이는 서울을 단순히 아름답게만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울을 새로운 개념과 가치관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뜻이 포함돼 있습니다.”“세종문화회관은 우리나라 공연 업계의 맏형이자 ‘문화 1번지’ 역할을 하면서도 다소 보수적으로 운영되면서 정체된 부분도 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예술의전당은 세종문화회관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시설이나 프로그램 면에서 앞섰던 부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미술 전시도 예술의전당이 더 적극적이었지요. 앞으로는 예술의전당과 우리 세종문화회관이 강남과 강북에서 쌍끌이가 돼 문화 예술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석 중인 예술의전당 사장님이 곧 임명될 것이라고 들었는데 임명되는 대로 찾아가 만나볼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카네기가 평소 유언처럼 했던 말 중에 ‘전임자가 한 데서부터 시작하라. 그러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임자가 한 일을 꼼꼼히 체크해야 시행착오도 없애고 일을 더욱 능률적으로 할 수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전임 사장의 장점을 더욱 발전시키고 보완해 나갈 것입니다. 전임 김주성 사장은 전 직원과 합심해 ‘세종 예술의 정원’, ‘뜨락 축제’, ‘별밤 축제의 공연’ 등 많은 성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그 선상에서 내실을 기하고 ‘대한민국 문화 1번지’로서의 이미지와 자긍심을 더욱 고취해 나갈 것입니다.”“공연에서 콘텐츠가 중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수익성, 즉 돈을 벌지 못하면 그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고급 공연일수록 고급 관객을 모을 수 있다고 봅니다. 즉, 공연도 잘 되게 만들고 돈도 벌 수 있다는 말입니다. 고급문화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지요. 이제 우리나라도 그런 수준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어떤 것이 우선이 아니라 콘텐츠와 수익성,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요.”“수많은 시민들에게 볼거리와 휴식거리를 제공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을 현재 서울시와 협의 중입니다. 세계적인 명품을 비치해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로 키울 복안도 갖고 있습니다.”“졸업장에 매이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내 나름의 원칙에 따라 그랬습니다. 세잔은 미대를 졸업하고 미대에서 배운 것을 잊어버리는 데 3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저는 다만 기존 관행이나 기득권에 기대지 말고 진짜들끼리, 진짜로 일해 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관행상 여러 가지 제약도 받았지만 그만큼 또 억압받지 않고 자유로웠습니다. 기존 관행과 이별함으로써 새로운 ‘만남’의 의미를 되새겼고 철저히 자립함으로써 인간 관계의 소중함도 깨달았습니다.”“기업 경영을 하면서 ‘많이 묻는 사람이 많은 대답을 한다’는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한동안 많은 일들 속에서 하나로 관통하는 이치를 찾아 왔는데 결국 문제는 사람이고 해답은 자연이었습니다. ‘스스로(自) 그러하다(然)’는 뜻처럼 자연은 완벽하고 우리는 그 자연의 일부분일뿐입니다. 그 속에서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하지요.” 1945년생. 용산고 졸업. 홍익대 미술학부 수료. 서울대 행정대학원 수료. 고려대 컴퓨터과학기술대학원 수료. 1986년 한국 POLA 창업. 국제디자인대학교 이사·원장. 한국능률협회 디자인경영위원회 위원장. 베세토(BESETO) 발행인. 북경현우예술대 이사장. 2008년 세종문화회관 사장(현).이청승 세종문화회관 사장‘디자인 경영으로 고부가가치 창출해야죠’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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