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선발과 AC(평가센터) 방법 ③
앞서 평가센터(Assessment Center)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하며 축구 선수 선발을 예로 든 적이 있다.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직접 슈팅, 드리블, 헤딩 등을 시켜보고 그 숙련도를 관찰할 수 있으며 팀워크, 전술 이해력 등을 평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신입·경력 사원을 선발하거나 승진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보고, 어떤 특성을 평가해야 하는가.미국은 시민법으로 고용 차별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입사 1~2년 안에 교육·개발을 통해 습득 및 개선이 가능한 일반적인 지식·기술 수준을 선발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일부 전문 영역을 제외하고는 제한돼 있다. 또한 다른 평가 기준들도 그 점수가 좋은 사람이 실제 입사 후 성과도 높다는 통계 데이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준거 관련 타당도) 입사 후 수행할 직무와도 충분한 관련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내용 타당도).예를 들어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영어 시험점수(TOEIC, TOEFL, TEPS)를 선발 기준으로 삼으려면 입사 후 업무 처리 상황에서 영어가 많이 사용되고 능숙한 영어 실력이 필요한 직무여야 하는 것은 물론 예전에 선발한 신입사원들 중 입사 영어 성적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현재 회사 내에서 우수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통계적 증거 자료도 갖춰야 하는 것이다.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직무에 관계없이 영어 성적을 입사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전공·상식 시험이 선발의 중요한 잣대로 여겨져 왔다. 심지어는 학교, 학력, 성별, 가족 관계 등 여러 차별적 요소를 버젓이 선발 기준으로 사용해 온 기업도 적지 않았다.이처럼 무분별하고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평가 요소를 기준으로 선발한 신입사원들을 실무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의 재교육이 필요했고, 회사에 적응하지 못한 신입사원들의 조기 이직 또한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단지 스펙이 뛰어난 인재보다 자사에 적합한 인재(Right People), 우수한 성과를 창출할 인재를 선별해 낼 수 있는 타당한 평가 요소를 찾게 됐고 이미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은 ‘역량(Competency)’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1973년에 하버드대의 행동심리학 교수인 매클리랜드(McClelland)는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사용하는 시험과 같은 필기시험, 혹은 지능검사(IQ) 등을 통해 측정한 지적 능력 정도가 입사 후 업무 성과나 조직 적응 정도와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음을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역량’의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역량은 조직 내 우수한 성과자가 보이는 특징들 중 저(低)성과자들과 구분되는 고(高)성과와 연계된 것이다. 이를 밝혀내고 정의하는 절차를 역량 모델링이라고 한다. 역량 모델링을 통해 도출된 우수 성과자의 특성, 즉 역량은 직접 눈으로 관찰해 확인할 수 있는지와 교육이나 개발을 통해 습득, 또는 개선 가능한지의 정도에 따라 역량의 빙산 모델로 표현될 수 있다. 역량의 빙산 모델에 따르면 지식·기술과 같이 직접적인 관찰(평가)이 가능하고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향상될 수 있는 것들은 수면 위에 위치하고 행동 자기개념 태도 흥미 특질 동기 인성 잠재의식 등 쉽게 파악할 수 없고 직접적인 측정이 까다로우며 개발하기 어려운 특성들은 수면 아래에 깊이를 달리해 잠재돼 있다.이 가운데 평가센터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행동’요소인데, 관찰 가능성으로 보자면 수면 위에 위치해야 하지만 교육을 통한 개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수면 아래에 위치한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한 사람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관찰해 평가하는 것은 수월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의 몸에 밴 행동, 즉 습관이나 버릇을 들이거나 고치는 것은 일반적인 교육과 학습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보아야 하는가. 평가의 목적과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평가센터에서는 여러 역랑 요소들을 지식·기술 요소, 행동 요소, 조직 적합성 요소, 심리적 요소의 4가지 평가 요소로 구분해 사용한다.국방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코리아리서치&컨설팅 전문위원. 한국경영컨설팅학회 이사. 포스코경영연구소 인재평가부문 자문위원(현). L&I 컨설팅 AC사업본부장(현).이규환·엘앤아이컨설팅 AC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