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 최우선…논리 대결도 ‘팽팽’

경제 관료 출신 당선자

이번 18대 총선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 관료 출신 의원들이 많이 배출됐다. 이들은 지역은 물론 나라의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과 함께 국회 입성에 성공해 이들의 경제 정책 향방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집권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MB 노믹스’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는 반면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MB 노믹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맞서고 있어 경제통들 간의 치열한 논리 대결도 흥미로울 전망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한 관계자는 “경제계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한 것은 ‘경제 살리기’를 바라는 유권자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먼저 한나라당에선 재경부 산업경제과장을 지낸 임태희(경기 성남 분당을) 의원이 3선에 성공했고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이종구(서울 강남갑) 의원,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원을 거친 최경환(경북 경산·청도) 의원이 재선 고지에 올랐다. 재경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의 배영식(대구 중·남) 의원은 이번에 처음 금배지를 달았다.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의원은 국회에서 MB 노믹스의 중심축을 잡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 당선자 비서실장 시절에도 인수위 경제 정책을 조율해 왔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함께 임태희 의원에게 경제 정책의 무게가 쏠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특히 재경부에서 예산 및 산업 정책을 담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규제 완화 및 정부 예산 감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한나라당 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히는 이종구 의원은 감세 정책에 주력할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소위 ‘세금 폭탄’ 때문에 고충을 겪은 중산층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며 “민간의 경제 활력을 위해 적극적인 감세 정책을 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이 당선자는 종합부동산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6억 원 이상으로 돼 있는 종부세 기준을 9억~10억 원 정도로 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 이와 함께 법인세도 낮춰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마련해 나간다는 구상이다.금융정책국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당선자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포부도 소개했다.산자부 차관보와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허범도 당선자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의정 활동의 중점을 둘 계획이다. 허 당선자는 “공직에 있을 당시 ‘하루에 한 번은 공장을 방문한다’는 나름의 원칙을 세워 12년간 1773개사를 찾아갔다”며 “생생한 현장 경험을 통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해 나가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허 당선자가 생각하는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기업에 물건을 납품할 때 원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원재료비가 올라도 대기업이 이를 납품 단가에 반영해 주지 않아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허 당선자가 생각해 낸 것이 납품 단가 연동제. 그는 “18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 이에 따라 자동으로 납품 단가가 올라가는 납품 단가 연동제를 입법화하겠다”고 밝혔다.대구 중·남에서 당선된 배영식 당선자는 낙후된 대구 지역 경제를 살리는 일에 매달리기로 했다. 그는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대구 지역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광역시 중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지역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한국기업데이타 사장을 지낸 배 당선자가 향후 신용정보법 개정안 추진에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사다.국내 최초 기업 신용정보(CB) 집중 기관을 설립하는 데 공을 세운 배 당선자도 현 정부의 금산 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시장 친화적 정책에 편승, 신용정보법에도 활발한 입법 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통합민주당에서는 강봉균(전북 군산) 홍재형(충북 청주상당) 김진표(수원 영통) 의원 등 이른바 ‘경제부처 장관 출신 3인방’이 나란히 3선과 재선에 성공했다.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강 의원과 김 의원이 18대 국회 민주당에서도 주요 정책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행정과 입법 기관을 두루 거치며 현행 경제 법안을 만들고 집행한 경험이 있는 만큼 여당 정책에 대한 반대 논리로 한나라당을 곤혹스럽게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김진표 의원은 “반대할 것은 반대하고 협조할 것은 협조할 방침”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은 이미 주요 경제 정책을 두고 대치하고 있다. 법인세 및 소득세, 금산 분리, 출총제, 수도권 규제, 부동산 규제 등 한나라당이 손대려 하는 현안들은 대부분 구여권이 만든 정책이나 규제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참여정부에서 행정자치부와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이용섭 당선자도 알아주는 경제통이다. 그는 “한나라당의 특권층 우선 정책과 반대로 중산층, 서민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역량을 지원하겠다”고 앞으로의 의정 계획을 밝혔다.민주당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인물은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된 이성남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다. ‘금융계의 대모’로 불리는 이 당선자는 한국씨티은행에서 한국재정담당 수석 등을 거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냈고 국민은행 상근감사를 거쳐 역대 최초의 여성 금융통화위원이 됐다.금융 산업 현장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어 여야 간 금융 산업 개편과 관련한 심도 있는 논쟁이 기대된다. 지난해 7, 8월 한국은행이 시중 유동성 제어 및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2개월 연속 금리를 인상했을 때도 이 당선자는 소신 있는 주장을 펼쳐 이목을 집중시켰다. 향후 의정 활동 방향에 대해 그는 “여당에 협조할 것으로 협조하겠지만 잘못된 것은 확실하게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인들이 믿음을 주지 못한 것도 고쳐줘야 한다”고 덧붙였다.각 당은 지도 체제 정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문성을 갖춘 이들 경제 관료들을 정책 라인 전면에 포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경험’을 살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 이들 위원회가 여야의 최대 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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