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편중·과다 부채 ‘조심 또 조심’

투자전략 - 포트폴리오

지난해 여름 이후 본격화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는 내로라하는 세계적 금융회사들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며 전 세계 금융시장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사태의 직접적 당사자인 미국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경제 상황이었던 지난 1929년 대공황 시절 이상의 위기론이 제기됐고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장기 호황을 누려오던 글로벌 경제에 대해서도 이제 장기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 의지와 함께 최근의 글로벌 주식시장의 추세는 다소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움직임을 보여 다행히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태의 모든 위험 요인이 시장에 반영됐다는 확신이 없는 탓에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더욱이 한국에서는 달러의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오히려 달러당 1000원 수준으로 오르며 물가 불안의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 역시 최근 변화된 정치 상황과 맞물리며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모든 유형의 자산에 걸쳐 가치의 변동성이 확대돼 있는 상황이며 이러한 상황은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자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해 운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것은 그만큼 향후 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며 이러한 불확실성의 확대는 곧 위험이 증가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개인이 취해야 할 합리적인 자산 운용 방향은 무엇일까.지극히 당연한 얘기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자산 운용의 원칙을 지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산 운용에 있어 많은 이들이 어떻게 하면 지금의 자산을 보다 빨리, 그리고 보다 많이 증식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며 겪게 되는 모든 일에서 그렇듯 자산 운용에 있어서 또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내용은 ‘수익 추구’가 아닌 ‘위험 관리’다. 즉, 현재의 상황에서 부담할 수 없는 위험은 부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자산 운용 전략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이다.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 개인 가계 자산의 구성을 볼 때 위험을 증가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총자산에서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의 편중 현상이다. 한 번 자신의 총자산에 대한 부동산 자산과 금융자산, 그리고 부채와 순자산의 비율을 확인해 보라.주택을 마련한 가정이라면 대개의 경우 총자산 중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70~80%에 이르고 있을 것이며 심할 경우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자산의 구성은 20~30%를 차지하고 있는 나머지 자산의 가치가 아무리 높게 상승하더라도 총자산에 미치는 영향은 2~3% 수준에 불과할 수밖에 없으며 총자산 가치의 미래는 오로지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어떠한 결과가 오로지 한 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이것은 지금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버블 논란을 떠나서라도 그만큼 높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더욱이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 자산의 특성은 시장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동산 자산 가치의 하락이 현실화될 경우 이 같은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과도한 부채로 인한 현금 흐름의 악화 또한 지금 당장 드러나지 않는 미래의 잠재적 위험을 키우는 요소가 된다. 만일 주택 자금 마련을 위해 과도한 부채를 활용할 경우 대출 비용은 현금 흐름상에서 저축과 투자의 비율을 낮추게 될 것이며 이것은 미래에 해결해야 할 자녀들의 교육 자금이나 결혼자금, 노후 자금 등에 대한 부족 자금 발생의 원인이 돼 결과적으로는 어렵게 마련한 주택조차 지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따라서 부동산 자산과 금융자산 간의 적절한 배분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또한 레버리지 효과를 위한 부채의 활용 시에도 반드시 관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한정해야 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투자에 따른 위험은 크게 피할 수 있는 위험과 피할 수 없는 위험으로 나뉘게 된다. 현재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우리가 아무리 뛰어난 종목 선택 능력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시장의 참가자로서는 피할 수 없는 시장의 위험이다. 이러한 시장의 위험은 비단 지금의 사태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무수히 많은 위험들이 있어 왔으며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의 사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 과거에 있어 왔던 위험들에 대해 시장은 어떻게 반응해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자본주의 역사 이후 세계는 제1,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 등 크고 작은 전쟁을 비롯해 오일쇼크나 경제 대공황 등 무수히 많은 시장의 위험을 겪어 왔다. 이 같은 위험들은 시장 참가자들의 공포라는 심리가 더해져 때로는 기나긴 침체의 늪으로 시장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시간의 문제일 뿐 시장은 놀라울만큼 평균 회귀 능력을 선보이며 역사상 평균 성장률에 맞춰 회복해 왔으며 그 반대로 과도한 폭등의 장에서도 마찬가지의 평균 회귀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따라서 자신의 재무 목표 중 자녀들을 위한 교육 자금이나 결혼 자금, 혹은 본인의 은퇴 자금과 같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하고 있는 운용안에 대해서는 현재의 서브프라임이라는 위험이 운용 방향의 변경을 고려해야 하는 별다른 이유가 되지는 못할 것이며 앞서 주식이라는 자산이 지니고 있는 특성을 이해하고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는 투자자라면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이유를 제공해 줄 기회가 될 것이다.하지만 단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상황은 분명 주식이라는 자산이 지니고 있는 변동성이 더욱 확대된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것은 단기적인 목표 달성에 있어 자신이 기대했던 바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커져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결혼 자금이나 주택 자금 등 단기적으로 필요한 목적 자금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변동성이 큰 주식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된다.만일 시장의 방향이 기대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여 재무 목표 달성에 부족 자금이 발생하게 된다면 심각한 재무적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최상의 원칙인 부담할 수 없는 위험은 부담하지 말라. 따라서 단기 목적 자금 마련을 위한 운용안에 있어서는 반드시 부담이 가능한 손실의 범위 내에서만 주식을 편입해야 하며 설사 시장이 폭등해 결과적으로 고수익의 기회를 놓치게 된 경우라 하더라도 선택의 시점에서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방안이 되는 것이다.결론적으로 말해 시장의 추세를 쫓아가기보다 자신의 재무 목표에 맞춰 위험 관리에 기준을 두고 자산을 운용해 온 투자자라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현재의 자산 운용안에 미치게 될 영향은 크지 않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현재 구성돼 있는 자신의 자산 구성안이 본인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을 경우 어떠한 위험을 부담하게 될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의 수준을 초래할 수 있다면 아무리 시장의 추세에 대한 나름대로의 확신이 있더라도 부담해서는 안 될 것이다.시장의 추세와 싸우는 것, 그것은 재앙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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