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터클 무림액션의 절정

‘연의 황후’

청샤오둥 감독이 연출자로 돌아왔다. ‘와호장룡(2000)’ 이후 제목 구분도 힘들 정도로 거대한 트렌드를 이루고 있는 중국 무협 블록버스터의 흐름 속에서 그의 이름은 보증수표와도 같았다.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이 ‘영웅’ ‘연인’ ‘황후화’를 차례로 만든 장이머우 감독이라면 그 세 편의 화려한 율동을 담당했던 무술 감독이 바로 청샤오둥이었다.게다가 그는 ‘진용(1990)’ ‘모험왕(1995)’ 등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이전에도 꾸준히 중국 본토를 오가며 광활한 풍광에 매혹된 스펙터클한 액션 신에 집착해 왔다. 그림 같은 산수화 속에서 펼쳐지는 액션에 관한 한 최고의 장인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진용’은 ‘배우 장이머우’를 캐스팅한 영화였으니 그는 최근 트렌드의 원조쯤 된다고 할 수 있다. 어느덧 데뷔 40주년을 맞아 내놓은 기념작인 ‘연의 황후’는 모처럼 그가 직접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적어도 액션 연출에 관한 한 우리를 특별히 실망시킨 기억이 없다는 점에서 그의 영화는 언제나 기다려진다.춘추전국시대, 연나라 황제가 암살당하고 그의 유언에 따라 대장군 설호(전쯔단 분)는 남몰래 사랑해 온 황제의 딸 연비아(천후이린 분)의 왕위 계승을 돕는다. 하지만 연비아는 황제의 자리를 노리는 무리들에 의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고, 속세를 등지고 살아가던 무사 난천(리밍 분)에 의해 구조되면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몸이 회복된 연비아는 다시 돌아가야 하고, 두 사람은 훗날 만나기로 약속한다.여기서 청샤오둥이 과거 ‘천녀유혼(1987)’의 감독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는 액션 연출의 대가이기도 하지만 그의 영화에는 항상 가슴 아픈 멜로드라마가 겹쳐 있다. 리밍과 천후이린의 풋풋한 사랑의 뒤편에서 이루지 못할 사랑에 괴로워하는 전쯔단의 모습은 ‘연의 황후’의 또 다른 얼굴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현재 홍콩 영화계의 최고수 전쯔단에게 기대하는 것은 역시 액션이다.그런 점에서 ‘연의 황후’는 청샤오둥의 강점인 유려하고 선 굵은 율동은 물론 전쯔단 특유의 거친 호흡과 박력 넘치는 액션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리밍과 천후이린이 몇 년 간 국내에서 별다른 히트작이 없었다는 점에서 국내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낼지는 미지수다.▶소심한 펀드매니저 포레스트 휘태커는 승마 도박의 결과가 어긋나면서 큰 빚을 지고 결국 은행을 털기로 결심한다.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는 해결사 브렌든 프레이저는 어떤 싸움에서도 져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앞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한 여자가 나타난다. 아름다운 외모와 가창력으로 촉망 받는 팝 가수 사라 미셸 겔러는 매니저의 도박 빚으로 인해 폭력 조직이 경영하는 매니지먼트로 옮겨져 고통을 겪게 된다. 서로 다른 4개의 이야기가 겹쳐지는 영화로 영화배우 김민의 남편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지호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다.▶파리로 여행을 떠난 딸 킴(매기 그레이스 분)이 아버지 브라이언(리암 니슨 분)과 통화를 하던 중 납치당한다. 킴의 부서진 휴대전화에서 피터의 사진을 발견한 브라이언은 그를 미행하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얻으려던 순간 피터가 죽고 만다. 이어 유력한 조직원의 옷에 몰래 도청 장치를 숨겨 넣는데 성공한 브라이언은 조직의 또 다른 근거지에 납치당한 여성들이 갇혀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브라이언은 특수 요원 시절 익힌 기술을 동원해 일생일대의 사투를 시작한다.▶다섯 살에 불과한 소년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음악적 재능과 함께 온갖 난해한 학문을 공부하는 비투스는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것만 같다. 비투스의 부모는 아들의 빛나는 미래를 꿈꾸며 아들이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천재 소년 비투스가 좋아하는 것은 그의 괴짜 할아버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하늘을 날고 싶고, 평범한 어린 아이가 되고 싶은 비투스는 결국 극적인 반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의 주인공이 된다. ‘베를린 천사의 시’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브루노 간츠가 괴짜 할아버지로 오랜만에 얼굴을 보인다.주성철·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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