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미래 없어’…위기 타개책 ‘봇물’

‘공교육 개혁 없이는 미국의 미래도 없다.’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최근 미 의회에서 행한 연설의 키워드다. 정보기술(IT) 업계의 거장이 의원들 앞에서 자신의 전공과 무관해 보이는 교육 개혁을 외친 것은 그만큼 미국의 교육 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실제로 지난해 미국 고교 졸업생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의 수학과 독해 평균 점수는 199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4년 이후 각 대학의 공대 졸업생 수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이에 따라 미국 대학들에는 우수 학생 유치가 발등의 불이 됐다. 미국 대학을 중심으로 파격적인 조치들을 내세우며 신입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선 시험 성적이 오른 학생에게 현금이나 휴대전화를 상으로 주는 제도까지 도입,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학교들이 우수 학생을 유치하는 미끼는 주로 ‘돈’이다. 재정이 풍부한 명문 대학들은 학비 인하 경쟁에 나섰다.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명문 스탠퍼드대는 재학생의 가족 수입이 연간 10만 달러(약 1억 원) 미만일 경우 수업료 면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6만 달러(약 6000만 원) 미만일 경우에는 수업료에다 기숙사비와 식비까지 전액 면제해 준다. “학비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존 헤네시 총장)”다. 최근 수개월간 하버드와 예일 등도 학비 인하 경쟁에 가세했다.하버드 법대는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졸업 후 5년간 공직이나 비영리 단체에서 근무하기로 약속하는 3학년생들에게 학비를 면제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청 학생들은 4만 달러가 넘는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공직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학자금 대출 상환을 면제해 주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아예 학비를 내지 않도록 한 것은 미국에서 처음이다.졸업생들의 공직 기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동안 학비가 크게 올라 학자금 융자를 받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졸업생들이 융자금 상환을 위해 수입이 적은 공직이나 비영리 단체를 피하고 법률 회사로만 몰려 왔다. 2003~06년에 매년 550명의 하버드 법대 졸업생 가운데 많게는 67명에서 적게는 54명만이 공직이나 비영리 단체로 진출했을 뿐 대다수 졸업생들은 연봉 10만 달러 이상이 보장되는 법률 회사를 선택했다. 하버드 법대는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향후 5년간 연평균 300만 달러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뉴욕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돈을 주는 성적 포상 제도로 구설수에 올랐다. 뉴욕 주는 평가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초등학생에겐 최고 50달러, 성적 향상을 도운 교사에겐 최고 3000달러를 주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돈으로 성적을 올리겠다는 발상은 문제라는 지적이다.위기의 공교육을 살리는 데는 기업들도 나서고 있다.이공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대기업들이 위기 탈출 방안으로 ‘고등학생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록히드마틴은 2년 전부터 자사 항공기 제작 연구개발센터 ‘스컹크 웍스’가 있는 캘리포니아 팜데일 인근 고등학교에 돈을 대 공학 수업을 개설하고 직원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수업도 진행한다. 인텔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지속적으로 공학 교육을 실시하는 교육청 소속 학교들을 대상으로 재정을 지원한다.특히 비영리 단체인 ‘프로젝트 리드 더 웨이(Project Lead the Way)’는 가장 폭넓은 공학 교육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각 기업과 주(州) 정부로부터 받은 150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바탕으로 2000여 개 고등학교의 공학 교육과정 개발과 시행을 돕고 있다.한국 학생들이 교육의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향하는 미국도 교육의 위기에서 헤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유병연·한국경제 기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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