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련주, 봄은 언제 올까
‘어제의 승자’가 ‘오늘의 승자’는 아니었다. 중국 증시는 지난해 하반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올해 중국 주식시장은 연초 이후 30% 이상 떨어졌다. 중국 증시가 하락하자 지난해 한국 증시를 주도했던 중국 관련주도 일제히 무기력증에 걸렸다.중국 관련주라고 하면 주로 철강, 조선, 해운, 기계 업종의 대표주를 가리킨다. 그런데 원론적으로 말하면 중국 관련주라는 것은 신조어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중국 수출 비중을 기준으로 하면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 역시 중국 관련주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중국 관련주는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판단된다. 차라리 굴뚝주 또는 경기 순환에 민감하다는 측면에서 경기민감주(Cyclical)로 접근하거나, 업종별로 차별화돼 산업재 섹터로 접근하는 것이 좀 더 타당해 보인다.그렇다면 이러한 소위 ‘중국 관련주’들의 추락을 야기한 중국의 문제는 무엇인가. 매크로 환경에 있어서 가장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인플레와 긴축 우려다. 중국의 지난 2월 중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7% 올라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더군다나 그동안 글로벌 경기 호황을 주도했던 것이 고성장과 저물가의 조합이었다는 점에서 중국 인플레는 적지 않은 위협 요인인 것이 사실이다.그런데 문제는 인플레가 소비자보다 기업들에서 좀 더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 때문에 중국 본토 증시가 하락하자 국내 중국 관련주들의 주가도 실제 펀더멘털 악화 정도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인플레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공공요금과 제품 가격을 통제하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의 상승 부담이 소비자보다는 기업들로 이전되고 있고 이러한 부담이 실적 악화 우려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지표들에도 반영되고 있다.중국의 소매 판매는 연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매 판매 기준으로도 춘지에(春節)와 폭설 때문에 소폭 둔화됐을 뿐 사치품을 중심으로 한 소비는 여전히 활발하다. 반면 기업들의 상황은 소비자에 비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은행들의 부실 채권 비율이 지난 3분기 6.63%에서 6.72%로 높아졌고 올해 1분기에는 이보다 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 채권 비율의 상승은 기업들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됐다는 의미이고 은행들의 실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재인 것이다.예컨대 중국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페트로차이나는 2007년 순익이 2006년 대비 1.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올해 1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1위 철강 회사인 보강철강도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나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그러나 현 시점에서 중국 인플레가 지금보다 더 악화되거나 긴축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아직 중국 인플레는 돼지고기와 야채 등 일부 식품 품목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핵심 소비자 물가(Core CPI)는 여전히 1~2% 수준에 머물러 있다.또한 문제가 되고 있는 돼지고기 수급의 경우에도 정부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2006년 말까지 돼지고기는 사료인 옥수수 에 비해서도 제값을 받지 못한데다 전염병 때문에 상당한 피해를 봤다. 이 때문에 정부는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위해 돼지고기 사육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보조금을 주고 있고 전염병에 대한 보험금을 대신 지급하고 있다.이러한 조치가 시행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인데 일반적으로 돼지 사육 기간이 9~10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해 중반 이후에는 돼지고기 수급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 식품 쪽에서의 수급 압박이 완화될 경우 하반기 인플레는 연 5~6%대로 떨어질 수 있다.음식료에 대한 수급 문제뿐만 아니라 미국이 신용 리스크를 타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내리는 상황에서 중국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을 낮춰 주는 대목이다. 지난 3월 14일 전인대 직후 중국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높인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시중 유동성을 통제할 필요성은 있으나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주로 지준율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긴축 정책이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은 낮고 인플레 문제도 올 하반기 이후에는 한결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주목할 점은 정부가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재정 정책은 유연하게 가져가려고 한다는 점이다. 즉, 중국 정부는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대외 여건 악화 때문에 쉽게 긴축 정책을 강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긴축 정책을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지방의 건설 투자를 중심으로 돈을 풀 계획을 가지고 있다.해안 지역 대도시는 올해 올림픽을 겨냥해서 빠르게 진행해 온 부동산 건설을 상당 부분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 외 지역들에 대한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 투자 수요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올해 중국 정부가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모토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는 지방을 중심으로 한 투자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더군다나 중국의 설비 투자 사이클은 정부 내각이 바뀌는 5년 주기를 가지고 있다. 올해 베이징 올림픽이 있긴 하지만 올해 내각과 지방정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오히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재정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경험적으로 볼 때 중국의 수출 사이클과 투자 사이클은 역의 흐름을 나타낸 바 있다. 즉, 대외 여건이 악화됐을 때 중국 정부가 투자를 늘리면서 투자 사이클은 개선되곤 했다.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투자 사이클은 예상외로 견조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대미 수출을 비롯한 교역 측면에서 성장 속도는 둔화될 수 있지만 실제 중국 자체의 투자나 소비 성장의 틀은 여전하며 중국 관련주들의 중국 펀더멘털이 크게 악화될 여지는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철강, 조선, 해운 등 소위 구경제주들이 최근 급격하게 하락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된다. 더군다나 중국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와중에서 이들 관련 종목들의 주가 하락이 여타 종목들보다 크게 나타난 것은 실제 펀더멘털의 악화를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지난해 주가가 상당히 많이 오른 데 따른 가격 부담과 향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보다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도도 펀더멘털에 대한 반영이라기보다 이익이 많이 난 종목들을 대상으로 유동성 확보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따라서 미국 경기나 신용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오히려 소위 중국 관련주가 1차적인 반등 대상이 될 수 있다. 주가 조정 과정에서 다른 종목들에 비해 조정 폭이 커 밸류에이션 매력이 한층 높아졌고, 실제로 우려하는 것에 비해 실적 측면에서의 부담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용 리스크는 JP모건의 베어스턴스 인수를 통해 일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최근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추가 인플레 확산에 대한 우려도 진정되고 있다. 수급의 목을 죄던 신용 리스크와 인플레 우려를 자극했던 원자재 가격이 진정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동안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홀대를 받았던 중국 관련주들의 회복을 기대해 볼만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허재환·대우증권 투자분석부 연구원 jhhuh@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