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국부 펀드가 세계 금융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아시아 몇몇 나라의 국부 펀드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위기를 겪고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소방수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손실로 글로벌 투자은행의 주가는 급락한 상태에 있고 유동성이 풍부한 아시아의 국가들은 지금을 투자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의 2007년 3분기 총 상각액이 271억 달러에 달하고 4분기 예상 상각액은 7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G7(서방 선진 7개국 회의)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과 연계된 자산 상각이 4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발표했다. 향후 해당 금융회사의 추가 상각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2007년 8월 2차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가 야기된 이후 미국 주요 금융주들의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씨티은행은 2008년 2월 14일 주가가 25.48달러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53.0%나 하락했고 메릴린치는 51.64달러로 44.8% 떨어졌다. 미 금융 당국의 유동성 지원 및 국부 펀드 지원으로 일부 반등이 일어났으나 추세 전환에 역부족인 모습이다.국부 펀드의 투자액은 지난해 8월 이후 현재까지 약 600억 달러에 달한다. 메릴린치는 쿠웨이트투자청 34억 달러, 한국투자공사 20억 달러 등 총 66억 달러를, 씨티그룹은 싱가포르투자청 69억 달러, 쿠웨이트투자청 76억 달러 등 총 145억 달러를, 모건스탠리는 중국투자공사 50억 달러를, UBS는 싱가포르투자청 100억 달러를 수혈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투자의 시기에 대해 너무 일렀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미 투자한 국부 펀드의 손실 규모가 벌써 10%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글로벌 투자은행의 주가가 지나치게 급락한 만큼 오히려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진다.일부 IB의 경우 대규모 상각의 이면에 소위 말하는 빅 배스(BIG BATH: 기업이 내부적으로 파악한 회계 이익이 일정한 수준보다 높은 경우 이익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이익을 조정하는 형태)가 포함돼 있는 점도 주목해야 된다. 서브프라임의 부실에 대한 책임으로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일어나고 새로 부임한 CEO는 전임 CEO 시절에 발생한 부실에 대해 과도하게 상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국내 기관투자가들 중에서는 하나은행, 국민연금 등이 적극적으로 글로벌 IB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적절한 결정이라고 판단된다. KTB는 이미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 약 2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의 창업투자사인 JAIC, 말레이시아의 메이반벤처스(MAYBAN Ventures)와 함께 37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두고 운용하고 있다.2008년 2월에는 비상장 증권사인‘파 이스트(FAR EAST) 증권’을 인수하며 국내 최초로 태국 금융시장에 진출했다. 현지 증권사에 적용 가능한 한국의 금융상품 모델을 도입하고 자회사로 자산운용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KTB의 글로벌 전략과 공조해 동남아 IB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지금은 글로벌 IB에 대해 단순 투자의 단계를 넘어 해외 금융회사에 대한 인수·합병(M&A)을 검토할 시점이다. 비록 글로벌 IB의 자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하락의 주요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회복하는 데에도 앞으로 1년여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주가의 추가 하락 폭보다 장기적으로 상승 폭이 훨씬 클 것이라는 자산 가치적 관점과 향후 전 세계 이머징 마켓에 진출하기 위한 전진기지로서의 전략적 관점에서 해외 금융회사의 M&A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장인환KTB자산운용 대표이사약력: 1959년생. 81년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94년 연세대 경제학 석사. 85년 삼성생명 근무. 87년 동원증권 근무(국제·법인영업팀장). 97년 현대투자신탁운용 운용팀장. 99년 KTB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