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안전·웰빙 먹을거리가 뜬다

일본에서 터진 중국산 농약만두 사건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일본 내에서 유통되는 냉동만두에서 농약이 검출된 데 이어 문제가 된 중국 업체에서 제조된 냉동만두의 겉봉지에서 맹독성 살충제까지 검출됐기 때문이다. 식품 안전에 관한한 세계 최고임을 자부해 온 일본의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 일본인들은 농약 성분이 기준보다 많게는 400배나 초과했다는 사실, 그것도 포장지 겉 부분에까지 농약이 묻어 있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하지만 한국도 이런 문제에서는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매년 4조 원어치 이상의 중국산 먹을거리가 국내로 수입되고 있다. 기생충 알이 든 김치에서부터 이산화황으로 표백한 찐쌀까지 이미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값싼 중국산 먹을거리가 없으면 더 이상 식탁을 차릴 수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5월부터 국내에 들여오기로 한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옥수수도 상당한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곡물 가격 급등과 운송료 인상으로 수입 가격이 두 배 이상 치솟아 GMO 제품을 들여올 수밖에 없다는 게 전분당 업계의 설명이다. 수입되는 GMO 옥수수는 전량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철저한 검사를 거치게 되고 이미 29개 나라에서 GMO 수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소비자 입장에서는 식품 문제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지난 2000년 이후 국내 식품 구매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는 이미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 ‘안전성’과 ‘웰빙’이 두 축이다. 대형 할인점 이마트가 지난해 1월부터 12월 초까지 전국 108개 매장의 판매 상품을 분석한 결과 생수는 전년 99위에서 79위로 올랐으나 탄산음료는 20%가량 매출이 줄어 사상 처음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격인 맥도날드는 54위에서 70위로 하락한 반면 초밥은 68위에서 52위로 뛰어올랐다. 신세계 유통산업 연구소는 “소득 2만 달러를 넘어가면 ‘생계형’에서 ‘가치 추구형’으로 소비 수준이 향상된다”며 “먹을거리에서도 안전과 건강을 따지는 웰빙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국내 가공식품 시장도 안전과 웰빙 식품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세분화된 건강 기능식이 새로운 흐름으로 부각되고 있다.식품 재료에서는 당도와 염도, 지방을 낮추는 ‘삼저 트렌드’가 대세다. 액상 제품인 올리고당은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는 설탕의 4분의 1에 불과한데다 유산균을 증식시켜 장의 기능을 개선하는 효능까지 갖고 있다. 최근 올리고당은 설탕과 물엿을 대체하는 재료로 모든 식품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리고당의 시장 규모도 매년 50%이상 성장하고 있다. 반면 가정용 흰 설탕의 판매량은 감소 추세다. 저나트륨 소금도 빠르게 맛소금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 제품은 나트륨 함량이 일반 소금의 절반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저나트륨 소금이 가공식품, 김장용 등으로 확산되면서 시장 규모가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리브유가 지배하고 있는 고급 식용유 시장에서도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올리브유의 판매가 주춤하고 그 대신 포도씨유와 유채씨에서 추출한 카놀라유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카놀라유는 가격이 기존 올리브유나 포도씨유의 절반 수준이어서 알뜰 웰빙족에게 인기가 높다. 업계에서는 올리브유와 포도씨유, 카놀라유 등 고급 식용유 시장의 전체 규모가 14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마늘 호박 고구마 등 토종 먹을거리도 가공식품의 새로운 원료로 부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마’를 주원료로 한 건강음료 ‘통째로 갈아 넣은 마’를 내놓고 웰빙족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양념으로만 사용했던 마늘도 음료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야쿠르트의 ‘천년의 식물 산’은 흑마늘 추출물 등의 한약재를 넣어 먹기 좋도록 만든 제품이다. 새싹과 호박씨를 제품화한 곳도 있다. 이들 토종 원료는 맛과 건강에서 뛰어나 다양한 연령층에 어필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웰빙 바람을 타고 전통 발효 식품뿐만 아니라 발효 기술을 활용한 프리미엄 제품들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대부분 최적의 발효 온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해찬들 맛있는 숙성온도 32℃ 숙성 양조간장’을 내놓았다. 최상의 맛을 지닌 발효 식품을 만들려면 발효를 유도하는 균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알맞은 온도를 맞춰 주는 게 관건이다. CJ제일제당의 제품은 4개월간 쿨링 시스템을 이용해 온도를 섭씨 32도로 일정하게 유지해 콩이 제대로 발효되기 때문에 향이 뛰어나고 감칠맛이 살아 있다.트랜스 지방 논란 이후 가공식품 업계에 불고 있는 ‘무첨가제 바람’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농심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라면과 스낵 전 제품에 화학조미료(MSG)를 사용하지 않는다. 농심은 버섯, 야채 등을 사용해 MSG를 넣지 않고 기존의 맛을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냈다. 풀무원은 두보의 응고제(간수)를 자연 정제 간수로 모두 교체했으며 천연양념김치에는 설탕을 대시해 매실과 감초를 넣어 맛을 낸다. CJ제일제당은 MSG, 방부제, 색소가 들어있지 않은 천연 조미료 ‘백설 한술에’를 출시하기도 했다. 포장 두부인 ‘백설 행복한 콩’은 소포제, 유화제 등을 쓰지 않는다는 무첨가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제과·음료 업체들도 인공색소를 줄이거나 사용을 중단했다. 롯데제과 등 제과 업체들은 거의 모든 제품에 천연색소를 사용한다. 매일유업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노란색 색소를 넣지 않은 과즙 음료다. 천연색소는 단순히 색깔만 내주는 게 아니라 추가적인 효능까지 갖고 있다. 검은콩, 흑마늘 등에 포함된 검은색을 내는 안토시아닌 계통 색소는 유해산소 생성을 억제하는 항산화 작용을 해 노화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신장을 비롯한 각 내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 면역력을 높여준다. 당근과 호박에서 뽑아내는 황적색의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는 암을 예방하는 베타카로틴 성분을 지니고 있다.식품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시스템을 구축하고 ISO-9001(품질경영시스템),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 등 각종 인증을 획득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장류 업계 1위인 대상은 2002년 식품안전센터를 설립해 주요 공장 및 계열사,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원료, 생산공정, 유통 과정의 안전성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검사를 수행하고 있으며 전 사업장에 HACCP를 도입했다.롯데제과도 경영 효율성과 안전성을 검증 받을 수 있는 각종 인증 획득에 발 벗고 나섰다. 1999년 생산 공정의 위생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과 업계에서는 처음 HACCP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2000년에는 ISO-9001, 2004년에는 ISO-14001 인증을 각각 획득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소비자불만자율관리프로그램(CCMS) 우수 업체에 선정되기도 했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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