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번째 엄마’
김혜수가 엄마가 됐다. ‘분홍신(2005)’에서도 엄마로 출연한 적 있지만 딱히 ‘모성’을 다룬 영화는 아니었다. ‘열한번째 엄마’에서는 정말 ‘보호자’처럼 등장한다. 물론 엄밀하게 말해 친엄마는 아니고 친절한 엄마 또한 아니지만 하여간 어쩌다보니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 이처럼 김혜수가 누군가의 보호자로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꽤 낯설다. ‘얼굴없는 미녀(2004)’ ‘타짜(2006)’의 경우처럼 그녀는 영화 속에서 언제나 매혹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한국 영화계에서 그녀가 차지하고 있는 어떤 상징이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바람 피기 좋은 날’의 유부녀 모습이 생경했던 것처럼 말이다. 현재 촬영 중인 정지우 감독의 영화 ‘모던 보이’에서도 미스터리한 모던 걸로 출연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열한번째 엄마’는 지금까지의 그녀의 영화들 중 가장 독특한 지점에 서 있다.한 여자(김혜수 분)가 유흥업소를 전전하다 병을 얻어 한 건달 같은 남자(류승룡 분)의 집에 잠시 머무르게 된다. 그러면서 졸지에 그 남자의 아들 재수(김영찬 분)와 꽤 긴 동거를 시작한다. 남자는 아들에게 그녀를 엄마라 부르라고 말한다. 벌써 그렇게 집에 머무르다 간 여자만 열한 번째다. 처음에는 서로 경계하고 무시하고 살지만, 혼자서 너무나 오랜 외로움을 견뎌왔던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된다. 남자의 폭력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그녀는 재수를 더욱 측은하게 바라본다. 그러는 사이 옆집 남자(황정민 분)는 그녀를 흠모하게 되지만 그녀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서서히 재수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오랜 지병이 재발하고 만다.‘열한번째 엄마’는 배우들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삶의 막장에 다다른 여자의 날카로운 정서를 인상적으로 표현한 김혜수에게서는 ‘타짜’의 요염한 모습도, ‘바람 피기 좋은 날’의 생기발랄한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어쩌면 ‘변신’이라는 측면에서 ‘좋지 아니한가’에서 보여줬던 철부지 이모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주변에 서 있는 두 남자 황정민과 류승룡의 연기도 노련하다. 다소 뻔한 이야기를 호기심 가득하게 끌고 가는 힘은 바로 그들에게 있다.일찌감치 삶의 절망을 경험한 아들을 연기하는 김영찬도 좋은 표정을 지녔다. 바로 ‘지구를 지켜라(2003)’에서 신하균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고, TV 드라마 ‘파리의 연인(2004)’에서 김정은과 함께 지내던 소년 건이가 바로 그다. 더불어 영화는 고층 아파트와 마주하고 살아가는 가난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 안전망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의 절망을 얘기한다. 그렇게 영화는 우리 모두 다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손을 건넨다. 최근의 다른 한국 영화들과 비교해 반전이나 기교를 심어놓으려는 영리함도 없지만 가장 진실된 얼굴을 하고 있는 영화다.▶마이클 클레이튼마이클 클레이튼(조지 클루니 분)은 뉴욕 최대 규모의 법률회사에 근무하는 검사 출신 변호사다. 그러던 중 그의 동료이자 친구인 아더 에든스(톰 윌킨슨 분)가 지난 8년간 취급해 온 ‘U/노스(U/North)’ 사건이 잘 해결되지 않자 마이클이 투입된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마이클은 상대 측의 주장이 맞음을 깨닫게 되는데, 에든스가 사망하면서 마이클이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세력의 공격 목표가 된다.▶색즉시공 시즌2만년 고시생 은식(임창정 분)은 대학 내 최고의 S라인을 자랑하는 수영 선수 경아(송지효 분)와 캠퍼스 커플이다. 하지만 3년 내내 입술에서 진전이 안 되는 커플이다. 한편, 만년 대학생 성국(최성국 분)은 수영부 한쪽에 마련된 ‘야메’ 동아리 ‘K-1’을 이끌며 수영부를 기웃거린다. 성국은 부원들과 함께 후배 은식을 돕지만 그때마다 은식은 변태남으로 오해받는다. 그러다 잘나가는 현직 검사이며 성국의 친구인 기주가 경아 앞에 나타나 노골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다.▶우리동네동일한 방식의 연쇄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추리소설가 지망생 경주(오만석 분)는 집주인과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연쇄살인범을 모방해 시체를 처리한다. 하지만 강력계 반장 재신(이선균 분)은 마지막 사건이 모방범의 소행임을 직감한다. 그리고 자신의 살해 수법을 모방하는 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연쇄살인범 효이(류덕환 분)는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다.주성철·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