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근로자 ‘줄고’…정부 개입 ‘늘고’

노동시장 ‘뉴트렌드’

노동시장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그 첫째는 세계 최초로 입법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비정규직보호법상의 차별금지 조항 때문이다. 최근 한국파견기업협회가 주최한 아시아 CIEET(세계파견기업협회의 아시아 존 모임)에서 중국과 일본의 대표자들이 우리나라의 차별 금지에 관한 내용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 조항은 유연해지고 있는 세계 노동법의 변화 추이로 볼 때 매우 선진적 입법이거나, 노동 현장을 경직시키는 악법이 될 수 있다는 측면이 관심의 초점이었다.이렇듯 국제적 관심의 대상이 될 정도로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후 노동시장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비정규직보호법을 회피하기 위해 기업들은 기간제 근로를 무기계약근로로 전환하거나, 기간제 계약을 해지하고 필요한 인력을 호출근로로 조달하 고 있다. 파견과 도급 등 간접 고용으로 대체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기간제 근로를 무기계약근로로 전환하는 방법도 직군 구분, 최하위 직급 신설 및 단순 고용 보장 방법 등 기업의 지불건정성 여부에 따라 많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두 번째 변화는 노동부의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를 위한 노동시장 직접 개입이 한층 활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된 점이다.예를 들면 용모와 나이를 중시하는 여성 채용 관행과 관련해 ‘표준이력서(입사지원서)’와 ‘표준면접 가이드라인’을 개발, 우선 공공부문과 1000인 이상 대기업에 통보한 것이 대표적이다.내용을 보면 서류 전형에서 직무와 무관한 성별이나 외모, 나이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원칙적으로 사진 부착을 금지하고 주민등록번호에 나이와 성별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앞자리 번호를 삭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세 번째는 경영계의 변화다. 비정규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경영계도 각종 노동 현장의 이슈와 입법 상황에 예민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근로자 정년 연장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에 이어 한국경영자총협회까지 반기를 들고 나서 실제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경총은 최근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 최근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한 데 대해 “우리나라 노동시장 현실에 대한 고찰 및 부작용에 대한 검토 없이 쏟아내는 무책임한 인기 영합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정년을 63세로 올리겠다고 발언하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가 70세 정년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데 이어 배일도 의원은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연동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이에 경총은 지난 14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48회 이사회에서 “청년 실업률(체감실업률)이 사실상 20%에 육박하고 관행화된 연공서열형 인사 체계로 인해 기업들이 장기 고용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 등을 무시, 획일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성토했다.경총 측은 또 “선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고용률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60.2%(2007년 9월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4.1%에 비해 뒤처지는 수준이라는 게 경총 측의 설명이다.경영계의 이 같은 반발과 관련해 노동부는 노동시장 유연성과 임금 체계 개선 등 시장 상황에 대한 연구 용역을 우선 실시한 뒤 2010년 정년 연장 문제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노동계는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년이 됐다는 이유로 퇴출시키는 것은 국내 노동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이라며 “기존 노동자에게는 일자리를 보장해 주고 청년 실업의 문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또한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비정규직 활용 범위 확대와 사용 기간 연장 등 6개 분야 100여 건의 규제 개혁 과제를 14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경제계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으로 기업의 인력 운용이 현저히 제약됐다”며 기간제의 경우 기간 제한 예외 직종을 넓히고 파견 대상 업종은 제조업의 생산 업무까지 허용해 줄 것을 건의했다. 또 비정규직 교체에 따른 업무 공백과 행정 비용의 최소화를 위해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이상철·위드스탭스 대표이사약력: 1959년생. 82년 국민대 법과대학 졸업. 83년 쌍용그룹 입사. 99년 위드스탭스홀딩스 대표이사 (현). 2007년 HR아웃소싱협의회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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