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신바람나야 회사가 쑥쑥 큽니다’

‘펀 경영’으로 유명한 진수 테리(51) AGC 대표이사. 그녀는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회사에서 해고당하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펀 경영’ 강사로 변신했다. 이민자이면서 영어를 못한다고 비웃음을 당하자 오히려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변신하는 역발상의 지혜를 발휘했다.뒤늦게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에 들어갔지만 발표를 잘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자 최고 연설 전문가들을 고용해 아예 회원제 회사를 차려 그들을 자신의 멘토로 삼았다. 이렇게 탄생한 비즈니스 클럽은 구글 야후 애플 등 실리콘 밸리의 직원들을 매료시켰다.또한 진수 테리는 멘토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미국 각 기업과 대학, 빈, 포르투갈, 두바이 등을 누비는 최고 연설 전문가로 탈바꿈시켰다. 나아가 AGC라는 기업을 창업해 ‘펀 경영’을 전파하고 있다.그는 특히 요즘 한국에도 일반화돼 가고 있는 다국적 종업원들이 함께 근무하는 글로벌 회사야말로 ‘펀 경영’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 음식점 종업원과 최저임금을 받는 의료부품 조립공을 거쳐 이민자들이 대부분인 한 중소 의류회사 매니저로 일했습니다. 이곳에서 7년 동안 휴일도 반납한 채 솔선수범하며 열심히 일했어요. 성과 위주로 직원들을 다그쳐 매출을 3배 이상 올렸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사장이 날 부르더군요. 당신을 해고해야겠다며 말이죠. 이유는 제가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것 때문이었어요. 모두들 당신을 부담스러워 하고 마주치기 싫어한다는 거죠. 모두가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 자신 안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내가 바뀌어야 세상도 바뀌는 거죠.‘펀’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오늘날의 리더는 직원들에게 지시만하는 ‘지휘형 리더’여서는 안 됩니다. 팀원들의 숨겨진 능력을 끌어내주고, 이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띄우는 ‘치어리더형 리더’가 돼야 해요. 이 같은 사실을 깨닫게 된 이후 저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강조하는 펀 경영은 이처럼 과거의 제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돌보는 겁니다.”“펀(FUN) 경영은 말 그대로 신나게(Fun), 독창적으로(Unique), 보살펴라(Nurturing)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펀 경영의 첫째는 스스로 권위를 버리는 데서 시작합니다. 권위를 버렸을 때야 내가 구성원 중 진정한 일부가 될 수 있어요. 열린 마음으로 즐거움이 조직 안에 살아 숨 쉬도록 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제 얘기를 해볼까요. 저 역시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입니다. 하지만 언제든 제 실수가 발견됐을 때는 ‘제가 잘못했네요’라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합니다. 상대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때로는 남들이 우습게 볼 수 있는 행동도 마다하지 않습니다.이처럼 신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웃음을 만들어야 하며 잘할 수 있다는 ‘낙천적인 사고’와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또 하나 직원들의 독창성(Uique)을 인정해야 합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창조경영’이 기업 경영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창의성은 개개인을 최고로 만들어 독창성을 발휘되도록 함으로써 키워질 수 있습니다. 직원들 개개인이 가진 독특함을 발견해 이를 북돋워 주고, 누구의 아이디어든지 적극 받아들이는 것을 통해 펀 경영은 가능해집니다.지속적 관리인 보살피기(Nurturing)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직원들이 회사에서 즐거우려면 개인 문제를 회사에 갖고 오도록 해서 이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고민이 사라지는 순간 그 직원은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는 인재로 거듭납니다.”“펀 경영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구글을 꼽을 수 있습니다. 자녀가 있는 직원들을 위해 보육 시설을 설치하고, 맛의 즐거움을 전하려 사내 식당을 고급 레스토랑으로 바꿨습니다. 조직 문화도 유연합니다. 최고결정자까지의 의사 전달 과정이 매우 짧고 대부분의 직원이 평등합니다. 어떤 직원이라도 자신이 주체가 되어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프로젝트를 위해 팀원을 모으는 과정도 아이디어를 낸 팀장이 직접 합니다. 물론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 팀장이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직원이 회사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거죠.얼마 전 실리콘밸리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시스템즈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유수의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참여했습니다. 그분들이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더군요. ‘요즘 모든 뛰어난 인재들이 구글을 향한다’고 말이죠. 구글은 사실 임금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구글의 펀 경영이 회사를 인재들의 요람으로 만드는 겁니다.CEO로는 영국의 억만장자인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사장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에게 ‘일하는 것은 노는 것이고, 노는 것은 일하는 것입니다. 브랜슨은 자신이 ‘우습게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명성을 위해, 브랜드를 위해 바다에 빠졌다가 헬리콥터에 구조되기 합니다. 또 항상 도전과 모험을 즐깁니다. 자유로운 CEO를 따르려는 많은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버진 그룹은 현재 항공 사업에서 콘돔 사업에 이르기까지 30개국에서 200여 개 사업을 하는 글로벌 회사로 커졌습니다.직원들을 즐겁게 하고 그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경영자는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창조성의 시대엔 언제나 개성이 중시되고 그 개성은 전체 생산성과는 무관하게 발휘되죠. 직원 하나하나가 신나야 회사 전체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작년까지도 국내 기업들의 펀 경영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우선 CEO들이 많이 변했습니다. 며칠 전 강의한 한 제약회사의 CEO는 강의 내내 정말 다양한 표정을 제게 보여줬습니다. 펀 경영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딱딱한 표정만을 짓고 있는 CEO는 펀 경영을 하기 힘들 것입니다.또 기업들의 열정도 높아졌습니다. 이번 한국에 와서 무려 900여 곳의 강의 요청을 받았습니다. 제가 강의한 한 자동차 기업의 CEO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 새벽부터 임원진과 함께 참석해 강의를 듣더군요.”“먼저 친구를 많이 만나세요.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는 다양한 모임에 참석해야 합니다. 비슷비슷한 친구들보다는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중요합니다. 또 단지 만나기만 하는 것보다는 오픈된 마인드로 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세요.또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흠을 잡는 친구들보다 자신을 아껴주고 칭찬해 주는 사람들과 친해져야 합니다. ‘좋은 충고’일지라도 자꾸 듣다보면 비관적인 생각이 들 수 있어요.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숨겨진 능력을 가지고 있는 ‘슈퍼 히어로’입니다. 칭찬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자신감도 생기고, 숨겨진 능력을 찾을 수 있어요.마지막으로 외국어 능력을 키우셔야 합니다. 한국말만 하면 한국 친구들 밖에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죠. 세계의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영어 정도는 능통하게 해야 할 듯합니다.”정리 = 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대담 = 강창동 ‘프로슈머’ 편집장약력: 1956년생. 81년 부산대 대학원 섬유공학과 졸업. 어드밴스드 글로벌 커넥션스(AGC) 대표이사(현). 1998년 스피치클럽 ‘라이노비즈니스 클럽’ 설립. 2005년 미국 ABC TV ‘올해의 아시안 지도자 11인’ 선정.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