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선후배 힘 모아 ‘멋진 만루 홈런’

어머니와 아들이 힘을 합쳐 사업을 한다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삼겹살 구이 전문점 ‘도니와(www.doniwa.co.kr)’ 홍대점을 운영하는 신인호(49) 사장은 동업자인 아들 권태영(20) 씨를 바라보면 신바람이 난다. 비록 나이가 아직 어린 아들이지만 듬직하고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힘든 장사를 해도 피곤한 줄 모른다니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는 이야기다.신 사장은 지난해 12월 홍대 인근에 ‘도니와’를 열어 성공 창업을 일궈냈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안양 성결대 앞에 두 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다음 달에는 홍대점 부사장으로 있는 시누이가 연신내에 새로운 점포를 열 계획이다.고등학교 교사인 남편과 두 아들을 두고 20년 넘게 전업주부로 살아온 신 씨는 3년 전에 가정이란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 창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업 주부 시절 신 사장은 활달한 성격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학교 활동과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하면 새로운 사업을 한 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업종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장 방문과 인터넷 등을 통해 꾸준히 자료를 수집하다가 저가형 삼겹살집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처음엔 자신이 없어서 아이스크림이나 도넛처럼 좀 편할 것 같은 업종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연히 삼겹살 프랜차이즈 업체가 가맹점을 모집하는 광고를 보고 상담한 후 창업하게 됐죠. 초보 창업자다 보니 아무래도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어요. 집에서 조금 떨어졌지만 생소한 지역인 안양시 관양동에 저가형 삼겹살집을 오픈했지요.”여러 경로를 통해 간접 경험을 했으나 집에서 살림만 하던 그녀는 처음엔 힘들어서 매장 옥상에 올라가 남몰래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특유의 자신감과 서비스 정신을 바탕으로 전력투구하자 창업 3개월 만에 매장 운영이나 직원 관리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때부터 음식 맛 관리에서부터 홍보, 고객 서비스까지 전천후로 뛰었다. 물론 남편과 두 아들 등 가족이 아낌없는 지원과 지지를 보내주었다.“아들과 함께 사업을 하다 보니 서로가 고생하는 부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이 가죠. 점포 운영뿐만 아니라 사소한 일까지 대화가 가능한 상태가 되더군요. 늘 이해하고 격려해 주는 마음을 서로 가지고 있다 보니 든든함과 함께 위로가 됩니다.”실질적 운영은 신 사장이 맡고 있지만 도니와 홍대점의 대표 이름은 아들인 권태영 씨의 것이다. 현재 학업과 사업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다. 학생 신분으로, 또 사업가로 바쁘디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어머니와 함께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아들이 이렇게 점포 운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신 사장은 새로운 계획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도니와 홍대점과 성결대점이 안정 궤도에 진입한 후 12월에 시누이가 문을 열 연신내 점포에 적지 않은 일손을 보태고 있다. 신 사장 스스로 ‘만루 홈런’이라 부르고 있는 즐거운 일들이 연이어 진행 중인 셈이다.‘도니와’ 홍대점은 저절로 성공한 매장이 아니다. 중심 상권이 아닌 이면도로에 위치한 데다 가시성이 떨어지는 입지여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했다. 직접 시식 쿠폰을 들고 길거리에 나가 홍보를 하고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마음을 담아 장사를 하니 단골손님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점포비를 포함해 총2억5000만 원을 투자한 105.7㎡(옛 32평) 매장에서 하루 평균 15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자신감 넘치는 어머니와 성실하게 잘 따라주는 아들, 모자의 정이 도니와 홍대점의 성장과 함께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02)324-9592“장사는 처음이라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습니다.”이태원동에서 쌀떡볶이 전문점 ‘해피궁’을 운영하는 김미진(51) 한기평(60) 씨는 고향 선후배로 시작해 30년째 인연을 맺어오다 3개월 전 사업의 동반자가 됐다.한 씨가 정년퇴직 후 창업을 준비하던 중 주변으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 씨가 참여 의사를 밝힌 게 계기가 됐다. 비즈니스를 함께 하기 위해서는 친분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신용이 크게 작용하는데 그런 점에서 김 씨와 한 씨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서로 고향 모임에서 자주 얼굴을 보는 사이였지만 함께 사업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장사를 하면서도 내 인생의 두 번째 파트너를 제대로 만난 기분입니다.”20년 넘게 가정에만 충실했던 김 씨는 자녀 학비와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것이 목표다. 두 사람 모두 경험과 자본이 부족했던 터라 서로 1500만 원씩 똑같이 부담해 경제적, 심리적인 부담을 줄였다.두 사람이 점포 임대료를 포함해 3000만 원으로 오픈한 ‘해피궁’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소자본 창업 아이템이다. 이처럼 적은 비용으로 가맹 개설이 가능한 이유는 본사에서 가맹비, 물품 보증금, 로열티 등을 일절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매장 인테리어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했다. “첫 장사인 만큼 부담이 적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아이템이 적당하다”는 생각에 딱 맞는 업종이었다.한 씨는 “분식집은 무엇보다도 ‘맛’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쌀떡볶이와 어묵, 만두 등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라 그만큼 리스크가 적을 것으로 판단했다.가게는 점심시간부터 오후 10시까지 꾸준히 손님이 들고 있다. 약 26.44㎡ 크기의 작은 매장이지만 60% 이상이 포장 주문이어서 붐비는 시간에는 두 사람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오픈 3개월 만에 김 씨는 떡볶이, 한 씨는 만두 굽기의 달인이 됐다. 대구 출신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납작만두’는 볶음떡볶이 다음으로 해피궁의 인기 메뉴다. 또한 ‘블랙 빈(Black bean)’이라고 불리는 간장떡볶이는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해피궁의 모든 메뉴는 조리법이 워낙 간단하기 때문에 두 명으로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인건비가 적게 들어 현재 매달 5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두 사람은 요즘 소문을 들은 주변 사람들의 전화 문의에 시달리고 있다. 한 사람이 1500만 원을 투자해 매달 250만 원의 수익을 얻고 있으니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주식 못지않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쯤 매장 하나를 더 낼 계획이라는 두 사람은 “마음 맞는 파트너를 만난 것이 성공 비결 아니겠느냐”며 서로를 치켜세웠다. (02) 876-9866 이상헌·창업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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