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태풍주의보’…생보 빅3 ‘대반격’

2008년 보험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다이내믹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업계 재편,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는 외국계에 대응한 대형사들의 공격적인 영업 전략 등이 예고되고 있다. 상장 1호 생명보험사(생보사)가 등장하거나 보험지주회사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손해보험사(손보사)의 자동차보험과 생보사의 변액보험 및 연금보험 시장을 둘러싼 시장 쟁탈전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최근 1~2년 동안 금융계 화두로 등장했던 ‘뱅크 워(Bank War)’가 2008년에는 ‘인슈어런스 워(Insurance War)’로 바뀔 것이란 얘기다.손보 업계의 내년 전망은 안개 속이다. 대한화재, 다음다이렉트가 M&A를 통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인 국민은행도 손보사를 인수하겠다고 밝혀 놓은 상태다. 삼성 현대 동부 LIG 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형사의 M&A 등을 통한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우선 외국 자본의 진출이 눈에 띈다. 지난 5월 프랑스 최대이며 세계 3대 보험그룹인 악사(AXA)가 교보자동차보험을 인수했다. 이어 세계 2위 재보험사인 독일 뮌헨리가 국내 자동차보험에 진출할 예정이다. 뮌헨리는 조만간 온라인 전문 자동차보험 회사인 다음다이렉트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다이렉트는 다음커뮤니케이션(50.10%)과 LIG손해보험 계열사(49.90%)들이 지분을 갖고 있는데, 이들 지분 가운데 65%가량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다이렉트의 전체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2.5%이며 온라인 시장점유율은 15%다.보험 업계는 뮌헨리가 다음다이렉트를 인수할 경우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라인 자동차보험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교보AXA자동차보험의 시장점유율은 4.5%다. 다음다이렉트의 점유율 2.5%를 고려하면 순식간에 외국계 시장점유율이 7%로 높아지는 셈이다. 교보AXA는 최근 1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뒤 TV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생명보험 시장은 외국사들이 활발히 진행했지만 손해보험 시장은 사실상 외국계 ‘무풍지대’였다. AIG손해보험 에이스화재 등이 영업하고 있지만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등 10개 국내 원수보험사가 자동차보험과 장기 보험 시장의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보험사들이 손보 시장의 핵심 영역인 자동차보험과 장기 보험에 본격 진출할 경우 경쟁력이 약한 중소형 손보사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등 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국내 손보 시장은 삼성화재를 비롯해 현대·동부·LIG·메리츠화재 등 5개 중대형사와 흥국쌍용화재 한화손보 대한화재 그린화재 제일화재 등 5개 소형사로 구분된다. 중대형사는 이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자립 기반을 확보했으며 일부 손보사는 계열 금융회사와 연계해 금융그룹화를 꾀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메리츠증권 메리츠종금 메리츠자산운용(설립 예정) 등 계열사들과 금융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대한화재는 롯데그룹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대한화재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MOU(양해각서)를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주그룹은 허재호 회장과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한화재 지분 56.98% 전량을 롯데그룹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롯데그룹의 대한화재 인수가 확정될 경우 손보 시장은 또 한 차례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업계에서는 롯데가 보험업에 진출할 경우 단시간 내에 업계 5위권으로 뛰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그룹 계열사 자체 보험 물량만 연간 500억 원이 넘는데다 홈쇼핑·카드사와 같은 판매망까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7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롯데카드는 현재 동부화재와 제휴, 부대사업으로 보험 상품을 팔고 있다.생명보험 시장에서는 그동안 외형 확대보다 내실을 다져왔던 삼성·교보·대한생명 등 ‘빅3’의 대반격이 예상된다. 사실 지난 2~3년 동안 생보 시장의 판도는 ‘외국계의 시장잠식’과 ‘중소형사의 약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빅3은 과거 고금리 저축성보험의 역마진, 암보험 손실 등을 관리하기 위해 외형 확대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그 사이 ING생명 푸르덴셜 등 외국계 보험사들은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 왔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2000 회계연도(2000년 4월~2001년 3월 말)에 5.8%에 불과했던 외국계 보험사의 시장점유율(수입 보험료 기준)은 2004 회계연도에 15%를 넘어선 뒤 2007 회계연도 들어 8월까지 21.3%로 확대됐다. 수입 보험료도 2000 회계연도 3조 원에서 2006 회계연도에 12조7000억 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외국계 생보사뿐만 아니라 미래에셋 동양생명 금호생명 등 중소형사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2004 회계연도에 15.9%였던 중소형사의 시장점유율은 올 들어 21.4%로 높아졌다. 이처럼 외국계와 중소형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대형 3사의 시장점유율은 미끄럼을 타고 있다. 빅3의 시장점유율은 2001 회계연도 80.9%에 달했으나 2003년 75.8%, 2005년 68.5%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올해 4월부터 8월 말까지 점유율은 57%로 떨어졌다. 내년 4월 4단계 방카슈랑스(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은행 판매허용)가 예정대로 실시될 경우 중소형사와 외국계의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중소형사와 외국사의 성장 요인은 방카슈랑스와 변액보험을 비롯해 인터넷, 홈쇼핑, TM(텔레마케팅) 등 다변화된 영업 채널, 전문성을 띤 남성설계사의 활약 등이 어우러진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2005년 이후 증시가 본격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투자형 상품인 변액보험이 시장 판도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변액보험을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미래에셋생명 메트라이프 PCA 등의 외형이 크게 성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보험 업계는 대형 3사가 2008년부터는 영업 확대에 본격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지난 2~3년 동안 내실을 다지면서 충분한 ‘체력’을 비축했기 때문이다. 2007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459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1% 급증했다. 대한생명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78.2% 증가한 1717억 원, 내년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교보생명은 상반기 2461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 72.9%의 이익 신장률을 보였다. 이 같은 이익 호전은 시장점유율을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는 내실 위주의 영업 전략에 주력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빅3은 나란히 은퇴 설계 마케팅에 돌입하면서 변액연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주가 하락 시 원금 손실 우려와 그에 따른 고객 민원 발생 가능성 때문에 변액보험 판매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생명은 최근 적립형 변액유니버셜보험의 판매를 2년여 만에 재개했다. 일부 외국계와 중소형사 위주로 이뤄졌던 변액보험 시장에 빅3이 본격 가세하면서 변액보험 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내년 하반기에는 생보사의 증시 상장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이 1호 상장으로 유력시되고 있는 가운데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동부생명 등이 상장 요건을 충족하면서 기업공개를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생보사들은 증시 상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등 생보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진모·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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