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타기보다 분산 투자로 ‘균형 회복’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강세를 보였던 중소형주 펀드와 가치주 펀드가 최근 약세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주가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중소형주와 가치주, 배당주 등이 저조한 탓이다. 이 때문에 지금이라도 대형주 펀드로 ‘갈아타기’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다. 오직 신만이 주가의 향방을 알 수 있는 것처럼 향후 중소형주나 가치주, 배당주 등이 오르거나 떨어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따라서 자칫 ‘갈아타기’를 하기보다는 지금이라도 여러 스타일로 분산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이다.중소형주와 가치주, 배당주 등의 부진은 최근 3개월 수익률을 기준으로 보면 극명하게 갈린다. 지난 11월 14일 현재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3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는 대부분 중소형주, 가치주, 배당주 펀드에 속한다.대표적으로 소형 가치주 펀드인 ‘유리스몰뷰티주식C’ 펀드가 마이너스 13.52%, 배당주 펀드인 ‘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1’ 펀드가 마이너스 9.31%, 중형 가치주 펀드인 ‘한국부자아빠거꾸로주식A-1’ 펀드가 마이너스 9.04% 등을 기록했다. 다만 신영투신의 대형 가치주 펀드인 ‘신영마라톤주식’ 펀드와 ‘신영고배당주식’ 펀드 등은 2~3%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피했다.반면 대형 성장주 펀드인 ‘미래에셋3억만들기인디펜던스주식K-1’ 펀드와 ‘삼성팀파워90주식형’ 펀드 등은 같은 기간 각각 22.46%, 19.31% 등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이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바로 펀드의 투자 스타일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 펀드의 투자 스타일에 대한 개념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주식 펀드의 투자 스타일은 투자하는 종목의 특성과 시가총액의 크기에 따라 나눠진다. 종목의 특성에 따라 가치주와 성장주, 그리고 그 중간 정도인 혼합형으로 나뉜다. 또 해당 종목의 시가총액 크기에 따라 대형주와 중소형주, 그리고 그 중간인 혼합형으로 구분한다. 이 두 가지 기준을 서로 결합해 대형-가치, 대형-성장, 대형-혼합, 중소형-가치, 중소형-성장, 중소형-혼합, 혼합-혼합 등으로 분류한다.가치주는 기업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으로 주가수익률(PER: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 주가순자산배율(PBR: 주가를 주당 순자산 가치로 나눈 비율)이 낮은 특성이 있어 장기적으로 높은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가치주 펀드’라고 한다. 성장주는 가치주보다 PER와 PBR가 높게 나타나며 향후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성장할 만한 신기술과 성장 기회를 가지고 있는 유망한 종목으로 분류한다. 주로 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성장주 펀드’다.또 투자 종목의 시장 가치 크기에 따라 대형주와 중소형주로 나눌 수 있다. 대형주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과 같이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큰 회사들로 귀에 익숙한 기업의 주식을 말한다. 이들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가 바로 대형주 펀드다. 이에 반해 중소형주는 주식수가 대형주에 비해 훨씬 적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매가 활발하지 못한 종목도 있다. 이 같은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가 중소형주 펀드다. 이 같은 주식 펀드의 스타일은 한국펀드평가(www.fundzone.co.kr)나 제로인(www.funddoctor.co.kr) 등에 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펀드평가사마다 스타일을 구분하는 기준이 약간씩 차이가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일반적으로 배당주 펀드는 운용 스타일로 볼 때 가치주 펀드로 분류돼 서로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러 가지 유사점이 많지만 엄밀하게 보면 차이점도 적지 않다. 가치주 펀드가 저평가된 종목을 고르는 과정에서 배당수익률(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비율)이나 배당성향(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비율) 등과 같은 배당 관련 지표를 참고할 뿐이지만 배당주 펀드는 이들 지표의 수준과 추이에 초점을 두고 있다.결국 배당주의 범주가 가치주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치주 펀드의 범주 내에 배당주 펀드가 위치하고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는 않는다. 실제로 여러 배당주 펀드들이 배당수익률이 높은 중소형 가치주를 20~40% 꾸준하게 투자하기 때문에 중소형 가치주의 가격 등락과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 움직임이 유사하게 나타난다.가치주 펀드와 배당주 펀드 등은 일반적으로 약세장에서는 덜 빠지지만 상승장에서는 덜 오르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이 이어진다면 성장주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까지 계속된 주가 상승기에 성장주 펀드가 약진한 반면 가치주, 배당주, 중소형주 펀드가 부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렇게 시장 상황에 따라 스타일별로 수익률이 다르게 움직인다면 특정 스타일의 주가가 오를 때마다 재빠르게 갈아타기 하는 식의 스타일 교체 투자를 생각할 수 있다. 즉, ‘연말이면 배당주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거나 ‘앞으로 한동안 대형주 펀드의 성과가 더 좋을 것’이라는 식으로 실제 적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투자 방법이다. 이러한 흐름을 잘만 맞춘다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스타일별로 언제 가격이 오를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코스피 대형주, 중형주, 소형주 지수 상승 흐름을 상대적으로 분석해 보면 들쭉날쭉한 모습을 볼 수 있다. 2004년 1분기의 경우 대형주가, 2분기는 소형주, 3분기 4분기는 중형주가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2005년은 내내 소형주가 가장 우수한 상승을 보였다. 2006년에는 1분기 2분기 때 대형주가, 3분기 4분기에는 중형주가 높은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1분기 소형주. 2분기와 3분기는 중형주가 상대적으로 좋았다.한국투자증권과 제로인이 2005년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분석한 결과 역시 비슷하다. 가치와 성장을 기준으로 분류할 경우 2005년은 성장이, 2006년은 가치가, 2007년까지는 가치가 각각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1년간 수익률 1위를 한 펀드와 스타일을 분석한 결과 역시 비슷하다. 2000년 2001년은 경우 대형 혼합 스타일 펀드가 높은 성과를 보였지만 2002년은 중형 가치, 2003년 대형 성장, 2004년 중형가치, 2005년과 2006년은 소형 가치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연도별뿐만 아니라 분기별로나 계절별 혹은 그 어떤 기준으로도 수익률 흐름의 규칙성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주가의 향방을 알 수 없듯 스타일 변화 역시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따라서 요즘처럼 중소형주와 가치주, 배당주 펀드 등이 저조하다고 해서 성장주로 갈아타기보다는 여러 스타일로 두루 분산 투자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로 스타일 분산 투자라고 한다. 즉, 지나치게 한 가지 스타일로 몰리면 시장 상황에 따라 성과가 낮아질 수 있으므로 현재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균형되게 나눠져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민주영·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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