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동남아 수요 ‘폭발’…장기 호황

미국을 위시한 세계 전선 시장은 1990년대 건설 및 통신 관련 인프라 투자 증가에 따라 장기 호황 사이클을 경험했다.특히 1990년대 후반 정보기술(IT) 붐에 따른 각국의 인터넷 기간망 투자로 광케이블 시장은 1995~2001년까지 연평균 27.6% 성장하며 전선 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 받았다. 2000~01년 공급 부족 심화에 따라 광케이블 평균 단가는 km당 100달러 이상을 호가하며 전선 업체의 수익성을 높였다. 그러나 2001년 후반 IT 버블 붕괴와 세계 경기 불황이 겹치며 통신선을 중심으로 한 세계 전선 시장도 급격하게 침체에 빠지며 저성장 국면에 돌입했다.세계 전선업은 2001년 말 이후 수요의 침체 국면을 벗어나 2005년 후반부터 장기 호황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글로벌 T&D(Transmission & Distri bution:송배전 설비) 시장의 성장과 함께 초고압 전력선에 대한 중동 동남아 남미 등의 개도국 신규 수요와 미국 및 유럽지역의 선진국 교체 수요에 따른 것이다. 세계 전선 생산량의 64%(초고압 26%)에 달하는 전력선 수요의 지속 성장 전망은 전선 업종에 대한 투자 매력 상승을 이끌 것으로 판단된다.미국의 경우 1970년대 초반을 정점으로 장기간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송배전 시스템 교체를 위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송배전에 대한 투자는 역사적으로 신규 전력 발전 투자와 동행해 왔다.그러나 1990년대 후반 미국 전역의 전력 부족과 함께 신규 발전소 건설에 대한 투자는 급증했던 반면, 송전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까지 증대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1990년대 유틸리티 관련 비규제화의 일환으로 적극적으로 민영화가 이뤄진 미국 전력 회사들이 높은 ROI(투자수익률)에만 치중한 결과 발전량 확대에만 집중하고 송전 설비 투자에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결국 1998년 기준으로 송전 시스템 중 하나인 변압기의 경우 이미 평균연령이 30년에 이르렀다. 2003년 미국 에너지부(DOE)의 발표에 따르면 북미지역 송전 설비의 75%가 평균연령이 25년으로 교체 수요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미국 내 송전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 이른 뒤 결국 미국 정부는 2003년 에너지 정책법(Energy Bill)을 발표했다. 전력 회사들의 송배전 투자를 적극 유인했고, 그 결과 대대적인 송전 시스템 재구축 프로젝트들이 잇달아 계획됐다. 따라서 2007년 이후로 연간 80억 달러 이상의 송전 관련 투자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유럽지역의 경우 미국과 동일한 투자 형태를 보였는데 실제로 1970~2000년까지의 송전 설비 투자액은 1960년대 투자보다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흡했던 송전 설비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동시에 유럽연합(EU) 국가 간 발전 전력 연결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2001년 EU는 유럽 국가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고 지역 내 에너지 교역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2003년 기준 9개의 프로젝트가 계획 중이며 이들 프로젝트에 2007~13년 사이 280억 유로 내외가 투자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전력선에 대한 투자는 일반적으로 각국의 전력 소비 규모에 비례한다. 국가별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1인당 전력 소비 추이를 살펴보면 1인당 GDP가 높아질수록 1인당 전력 소비 또한 유사하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1인당 GDP가 1만 달러까지 성장하는 동안 전력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측면에서 개도국들의 전력선 신규 수요의 고성장성 또한 전망된다. 이는 경제 성장기의 산업 단지 조성 및 도시화에 따른 것으로, 전력 수요의 증가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신규 및 교체 전력 발전 능력은 2005~30년까지 총 5087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송전 및 배전 시스템에 6조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중동 중국 인도 동남아 등은 신규 발전소 건설에 따른 송배전 인프라 투자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LS전선과 대한전선은 국내 초고압 전력선 매출의 4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중동과 동남아 지역 신규 수요의 수혜가 지속적으로 전망된다. 또한 LS전선은 베트남 중국 인도, 대한전선은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각각 전선 자회사를 운영 및 계획하고 있어 전선 자회사 확대를 통한 연결기준 실적 개선 또한 기대된다.반면 LS전선과 대한전선의 경우 매출 기준으로 40%를 상회하는 저수익 사업인 소재 부분 비중이 매출 규모에 비해 기업 가치를 저해해 온 원인이라고 판단된다. 글로벌 전선 업체인 프리즈미안(Prysmian)과 제너럴 케이블(General Cable)에는 소재 부분이 없다. 또 넥상스(Nexans)의 경우 비중 축소에 따른 마진을 개선 중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이 바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국내 업체의 고부가 제품 개발 노력이 필요할 시점으로 여겨진다. 소재 부분 축소와 특수 전선, 해저 캐이블 등의 개발이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한편 일각에서는 초고압 전력선의 수요 증대에 따른 과도한 설비 투자 증설 혹은 신규 업체 진입 등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990년대 광통신선 분야에 대한 전 세계적 전선 업체의 무분별한 설비 투자 비용(CAPEX) 확대 및 로컬 업체 난립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증설에 대해 보수적인 것이 업계 관행이다.아울러 2000년대 초 불황 국면에서 글로벌 전선 업체 중심의 산업 내 통합(Consolidation)이 이뤄졌다. 이제 고부가 제품인 초고압 전력선 위주의 장기 호황 사이클을 맞아 글로벌 업체 중심의 이익의 성장은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마지막으로 초고압 전력선의 경우 브랜드 및 실력 등을 높이 요구하는 등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고 판단된다. 초고압 전력선의 장기 성장은 글로벌 전선 업체들의 이익 훼손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국내 전선 업계 1위이며 LS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LS전선에 대해 매수 관점을 유지한다. 이는 첫째, 초고압 전력선의 성장이 이끄는 글로벌 장기 호황 사이클에 따른 영업 가치가 상승하고 있어서다. 둘째, 베트남 중국 인도 진출 등을 통해 본격적인 글로벌 상위 업체로의 도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셋째, LS산전 LS니꼬동제련 JS전선 등의 투자 자산 및 군포공장 부지의 가치 재평가로 자산 가치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또한 국내 전선 업계 2위이며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 기반 다변화를 모색 중인 대한전선 그룹에 대해 관심 종목으로 추천한다. 이는 초고압 전력선 시장의 장기 성장성의 수혜가 예상되고 남아공 베트남 등의 해외 전선 자회사의 실적 본격화를 통한 글로벌 전선 업체로 부각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세계 전선 업계 1위인 프리즈미안(Prysmian) 지분 9.9% 인수를 통해 연구·개발(R&D)이 미미했던 대한전선 입장에서는 기술 이전 및 합작사 설립 등 전략적 제휴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로벌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한 2008년 대한전선은 자회사 재편을 통해 지주회사로 변모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자회사인 트라이브랜즈를 통한 명지건설 인수로 보유 토지 개발 및 수익 확보가 가시화되는 등 보유 자산에 대한 가치 재평가가 기대된다. 김양기·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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