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무리하면 ‘낭패’ 본다

경력 9년차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L씨는 33세의 미혼여성으로 매월 250만 원의 고정적인 급여를 받는 직장인이다. 총 6개의 펀드와 7개의 저축은행 예·적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은행, 증권, 보험업계를 포괄하는 인맥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재테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실행하여, 1억 원을 초과하는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하지만 보유한 금융상품의 대부분을 1년 이내의 단기로 운용하고 있으며, 주요 재무목표를 주택구입으로 한정하고 있다. 현재 매물을 물색 중이며 좋은 매물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담보대출과 전세를 활용하여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것이 목적이다.보편적인 입장에서 독신주의자가 아닌,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미혼여성이기에 9년간 축적한 금융자산을 아파트에 ‘몰빵’하려는 계획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엄청나게 급변하고 있는 투자환경 속에서 아직도 부동산 불패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실질적으로 현재 L씨의 금융자산 규모로는 전세를 끼고 대출을 받는다 하더라도 서울지역의 좋은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한다면 심리적 평온을 주는 내 집에서의 생활도 당분간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주택을 구입함에 앞서 그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주거용이라면 내 집이 주는 심리적 평온을 위하여 부담하여야 하는 비용을, 투자용이라면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는지와 원금손실의 위험(Risk)발생 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L씨는 전세와 담보대출을 활용하여 약 3억 원 상당의 아파트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 지역과 매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전세값은 시가의 60~70% 수준에서 책정된다. 만일 60%로 가정한다면 1억 원의 자산과 1억8000만 원의 전세금, 2000만 원의 담보대출로 구입이 가능하다. 내 집에서 생활하는 꿈은 당분간 포기해야 한다. 그럼 몇 년을 기다리면 될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첫 번째, 저축과 투자를 통하여 대출금과 전세금을 갚는 것으로 2억 원의 전세금과 대출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L씨가 소득의 전부인 250만 원을 모두 투자한다면 10% 이상의 기대수익률로 운용 시 5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두 번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팔아서 한꺼번에 정리하고 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하다. 아파트를 양도하는 순간 내 집은 사라진다.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또다시 담보대출과 전세를 활용한다면 내 집 마련의 꿈은 그만큼의 기간을 더 요구할 것이며, 내 집 가격이 오른 만큼 다른 사람의 집값 또한 올라 있을 것이다.주택구입을 통한 부동산 투자는 상대적으로 목돈이 있어야 가능하며 그 대상도 한정되어 있어 위험에 취약하다. 주택가격이 하락한다면 그 손해도 고스란히 집주인의 몫이다. 여기에다 대부분의 경우 대출을 활용한다.타인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레버리지효과(Leverage effect)’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총 1억 원을 투자하여 2억 원이 달성되었다면 투자수익률은 100%이나 5000만 원의 자기자본에 추가로 5000만 원을 차입(대출)하여 투자했다고 가정한다면, 5000만 원으로 1억5000만 원을 달성한 상황이 되므로, 실질수익률은 200%가 되어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때문에 일부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은 ‘빌려서라도 투자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투자에 실패했을 경우 손실률이 더 커진다는 단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1억 원을 투자하여 50%의 손실이 발생하였다면 남은 금액은 5000만 원이며 이중 5000만 원이 차입(대출)금이라고 가정한다면 실질적인 투자자의 손실률은 100%가 된다.부동산 투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에도 부동산은 투자대상으로 유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무리한 투자는 절대로 지양해야 한다. 이제 L씨는 재무목적을 다시 설정할 것이다. 인생전반을 통한 재무목적을 재설정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무목적별 준비를 병행할 것이다. 물론 재무목적에는 내 집 마련의 꿈이 포함되어 있다. 대박수익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현 상항에 따라 시기를 좀 늦추었을 뿐이다. (02)312-6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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