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절감 초비상…‘자린고비 경영’

국제 유가의 흐름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없다.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해도 간접적으로는 모든 기업이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치솟는 기름값에 걱정이 큰 기업들이 있다. 해운사, 항공사 등은 전체 비용 중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때문에 국제 유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아시아나항공은 항공유를 절감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배럴당 가격이 1달러 오르면 연간 7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연료 절감은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 먼저 전 항공기를 경제속도로 운항하기로 했다. 고도와 속도에 따라 연료소모율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에 적잖은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대한항공의 경우 배럴당 1달러 상승 시 연간 300억 원이 더 들어간다. 이에 따라 2004년 연료관리팀을 신설해 체계적으로 연료 절감을 하고 있다. 또 항공유 급등에 대비하기 위해 항공유 자체 저장시설인 율도 비축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기지엔 한국발 항공 편의 1개월치 연료가 저장돼 있다.항로 개발에도 열심이다. 비행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항로와 경제적인 고도를 찾아내 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는 것. 항공기도 바꿔나가고 있다. 연료소모량이 적은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를 꾸준히 도입하고 있는 것. 지난해 3대를 들여왔고 2011년까지 15대의 고효율 항공기를 신규 구입할 예정이다.벙커C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 운송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올 상반기 벙커C유 가격이 예상보다 많이 올라 바짝 긴장한 상태다.한진해운은 연료 구입비를 절약하는 데 머리를 모으고 있다. 먼저 로테르담과 싱가포르 등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구매해 비용을 줄이고 있다. 또 유가 변동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감소하기 위해 재무적인 헤지(hedge)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연료를 아낄 수 있는 경제적인 운항 체제를 도입하는 등 현장에서의 연료 절감 노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최저가의 연료를 구입하기 위해 ‘역경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항로에 있는 모든 항만에 가격을 타진해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한 곳에서 연료를 공급받는다.화학업체들도 유가 변동에 신경을 곤두세우기는 마찬가지다. 주원료인 에틸렌과 벤젠 등 기초유분 가격을 주시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에너지 절감책을 시행하고 있다. 에틸렌을 생산하는 대산공장의 경우 주원료인 납사를 롯데대산유화와 공동으로 구매해 운임을 절감하고 있다. 또 공정상에서 배출되는 부산물을 가공해 납사로 대체해 비용을 줄여나가고 있다.효성은 폐열을 이용해 발생시킨 스팀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저렴한 심야전력을 축적, 낮에 사용하게 하는 수축열 시스템의 도입도 확대 중이다.업종과 상관없이 거의 모든 기업이 에너지 절약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유가가 1달러 상승할 때마다 유틸리티 비용이 연간 수십억 원이나 불어나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회사 내의 조명과 난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공용 구간의 전등은 한등 건너 켜고 점심시간엔 일괄 소등한다.‘EIF(Energy Impact Free) Pro’ 운동을 펼쳐 연간 200억 원가량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 흔히 버려지는 냉각탑의 폐열까지 회수해 사용할 정도로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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