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내준 기업들, ‘울까 웃을까?’

동아제약 현 경영진 지지로 ‘중립’ 깨져…삼성증권 10% 이상 보유 ‘위협적’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증권 2대 주주로(10월 12일).’ ‘미래에셋자산운용, 현재 지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36개(10월 22일).’ ‘미래에셋증권, 증권주 시가총액에서 대우증권 제치고 2위 올라(10월 24일).’ ‘미래에셋, 동아제약 현 경영진 지지(10월 23일).’최근 3주 사이에 미래에셋그룹(이하 미래에셋)과 관련된 뉴스를 보면 미래에셋이 국내 금융계의 ‘큰손’으로 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원인은 미래에셋’이라는 풍문이 돌 정도다. 물론 이 풍문에 대해 미래에셋 측은 억울해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주식 절반을 가진 외국인이 매도세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미래에셋의 비중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지금도 미래에셋의 대표 펀드인 디스커버리와 인디펜던스 펀드는 삼성전자가 현대중공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셋의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는 점은, ‘미래에셋이 샀다’는 소문이 나면 개인 투자자들이 뒤따라 움직일 정도로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현 경영진을 지지하겠다고 나서면서 기관투자가의 역할에 대한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꾸준히 이익이 나고 있고, 현 경영진에 별다른 문제가 없기 때문에 지지를 표명한 것”이 미래에셋 측이 밝히는 이유다. 그러나 그 이전까지 ‘중립’ 의사를 표명했던 미래에셋이 어느 한편을 지지한 것은 ‘펀드 투자자가 맡긴 돈으로 운용사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더구나 미래에셋의 펀드 설정액이 앞으로도 더 늘어나고 기업의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국내에서 판매되는 주식형 펀드(국내+해외) 설정액(92조6892억 원, 10월 22일 기준)의 30.1%(27조8999억 원)를 미래에셋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만 봐도 설정액 52조5772억 원 중 31.4%(16조4850억 원)를 차지하고 있다. 2003년 말까지만 해도 미래에셋의 주식형 펀드 점유율은 5.6%에 불과했다. 4년 만에 5.5배가 늘어난 것이다.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5% 이상 신규로 보유하게 된 기업들 수를 기준으로 기관투자가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가 10월 22일 발표한 ‘기관투자가의 상장법인 대량주식보유(5% 이상) 현황’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투자액 5조2102억 원으로 1위, 삼성투자신탁운용이 1272억 원으로 2위, 신영투자신탁운용이 752억 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지분율 5%가 넘으면 의무적으로 공시를 해야 할 정도로 기업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더불어 투자자들의 관심은 미래에셋이 올해 신규로 대주주(5% 이상)가 된 회사들이 어디인가로 쏠리고 있다. 미래에셋은 유가증권시장 16개, 코스닥시장 1개 회사의 신규 대주주가 됐다. 그 목록들을 보면 경남기업 고려아연 두산 삼성물산 삼성증권 신세계 엔씨소프트 태영건설 한진 효성 GS건설 LG생명과학 LG패션 LG화학 SK SK케미칼 네패스(코스닥)다. 특히 삼성물산 삼성증권 신세계 등 범(汎)삼성가의 주식의 대주주라는 점에서 삼성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특히 삼성증권의 10.43%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삼성생명 11.38%에 이어 두 번째다. 지분율 차이는 불과 0.95%포인트에 불과하다. 물론 삼성생명과 더불어 특수관계인 지분이 24.5%이기 때문에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6월 30일에 6.91%였던 미래에셋 지분이 석 달 반 만에 3.5% 늘어난 것을 보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눈길을 끄는 대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삼성증권 지분을 늘리자 삼성증권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의 지분을 크게 늘린 것. 삼성증권은 9월 21일부터 매도에 치중하던 미래에셋증권 주식을 순매수하기 시작해 10월 19일까지 약 36만 주를 매수했다. 미래에셋증권도 같은 기간 삼성증권 73만여 주를 순매수했다. 두 증권사가 교차 매수를 통해 상대방 증권사의 몸값을 서로 높여준 셈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주가 상승에 힘입어 대우증권을 제치고 증권 업종 시가총액에서 삼성증권에 이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꾸준히 5% 이상 보유를 유지하고 있는 종목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금호산업 대신증권 대우차판매 동아제약 동양제철화학 유한양행 제일모직 한일이화 한진해운 호텔신라 LG상사 LS전선 SBS가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다음 서울반도체 소디프신소재 엔빅스 하나로텔레콤 CJ홈쇼핑이 있다.현재 5% 이상 보유한 기업들 중 경남기업 금호산업 삼성물산 태영건설 GS건설 등 건설주가 많은 것이 눈에 띈다. 제약 업종은 동아제약과 유한양행으로, 국내 제약 업체들 중 유일하게 신약 개발 능력을 갖췄다고 인정받고 있는 두 업체에 장기 투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섬유 업종으로 제일모직 효성 LG패션을 보유하고 있고, 화학 업종으로는 동양제철화학 LG화학 SK케미칼을 보유하고 있다.그렇다면 지난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올해 리스트에서 빠진 종목들은 무엇일까.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가 올해 리스트에서 사라진 것은 총 20개(유가증권시장 16개, 코스닥시장 4개)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한화재 중외제약 현대해상 KCC LIG손해보험 대한항공 현대제철 한솔제지 현대H&S LS산전 SKC 삼성테크윈 LG데이콤 웅진코웨이 텔코웨어 성우하이텍 CJ인터넷 우주일렉트로 티에스엠텍이다.미래에셋의 리스트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이들 주식이 빛을 바랜 것은 아니다. 대한화재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들 주가가 올해 주가 급등에 힘입어 올 초에 비해 큰 폭을 뛰었다. 그중 삼성테크윈 텔코웨어 성우하이텍 우주일렉트로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지만 연초에 비해서는 대부분 오른 편이다.한편 기업들 입장에서 미래에셋의 주요주주 등극은 자신들의 안방을 내주는 것처럼 긴장감을 주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회사에 대한 성장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기도 해 희비가 교차하는 상황이다.5% 보유 기업의 리스트가 미래에셋의 투자 성향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 삼성전자 포스코 등의 대형주들은 워낙 시가총액 비중이 높아 오너들도 5% 이상을 보유하기 힘들다. 미래에셋이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은 비교적 시가총액이 낮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자산운용사 실력 ‘놀랍다 놀라워’증권선물거래소가 밝힌 ‘기관투자가의 상장법인 대량주식보유(5% 이상) 현황’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사는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들의 보유 금액이 지난해 말과 올해 9월 말 사이에 큰 변화가 없었으나 자산운용사는 2배 이상 늘어나 자산운용사의 주식 운영 실적이 눈에 띄게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지난해 12월 말과 올해 9월 말을 비교해 봤을 때, 은행은 32조9860억 원에서 32조8364억 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대신 은행은 LG카드 등 부실 기업 주식의 정상화에 따라 매각하면서 보유 종목이 8% 정도 준 것에 비하면 주가가 상승한 덕을 본 셈이다. 증권사는 5% 이상 보유 기업의 숫자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보유 금액은 2717억 원에서 3168억 원으로 소폭 늘어났다. 은행과 증권사에 비해 자산운용사는 보유 종목 128개에서 129개로 변화가 거의 없지만 보유 금액은 6조358억 원에서 13조4592억 원으로 2배 이상 크게 늘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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