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보존 ‘굿’…장기투자엔 ‘글쎄’

ELS 펀드 투자전략

최근 코스피 지수가 2000을 중심으로 급등락이 거듭되는 지루한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을 계기로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감에다 중국 증시의 버블 논란 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불안하기 때문이다.이처럼 주식시장의 등락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가연계증권이란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의 특정 시점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의 일종이다. ELS 펀드란 ELS를 편입해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대개 원금 보존을 추구하거나 일정한 수준까지 손실이 제한된다는 점 때문에 주식 투자를 겁내는 중간 성향 투자자들의 대안 상품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본격 판매되기 시작해 그동안 7000개 가까이 ELS 펀드가 만들어졌으며 그중 5000개 펀드가 상환됐다. 현재 1800여 개 펀드, 16조 원 가까운 자금이 운용 중이다.도입 초기 ELS 펀드는 주가가 일정 범위에서 상승하면 수익이 나는 단순한 구조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보기도 해 한때 외면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수익률은 좀 낮지만 주가가 어느 정도 하락해도 수익을 내는 ELS가 등장하면서 안정 성향 투자자들의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ELS 상품의 종류도 증가하면서 다양하게 진화해 왔다. KOSPI200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등락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은 물론 주가 하락으로 반등 기대가 높아지자 조기 상환을 노린 상품까지 다양한 상품이 선을 보이고 있다.금융회사들도 ELS를 판매하면서 1개 상품이 아니라 2~3개 상품을 같이 내놓아 투자자들의 선택폭을 넓혀주고 있다. KOSPI200에 연계한 상품은 물론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 개별 종목을 기초 자산으로 한 상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은 2개 주식의 가격이 각각 일정 기간 내에 20~30% 이상 오르거나 내리지 않으면 은행 이자보다 2~4% 정도 높은 수익금을 기대하는 상품이 대부분이다.ELS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ELS 상품에 대한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ELS는 마치 첨단의 금융공학을 사용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의외로 무척 쉬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즉, 펀드의 투자 자금 중 80~90% 이상의 금액으로 채권을 매입해 만기 시 투자 원금을 확보한 후 나머지 자금으로 주식, 원자재(금, 은, 석유 등), 실물(부동산 등)과 같은 위험한 자산을 매수한다.예를 들어 현재 ELS 펀드에 100원의 투자 자금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국채 1년짜리 이자율이 5%라고 가정하면, 1년 후 원금 100원은 현재 가치로 95.3원(=100원/(1+0.05))이 된다. 그러면 95.3원으로 1년짜리 국채를 매수하면 1년 후 정확하게 100원의 원리금이 들어오므로 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제 원금을 확보했으니 나머지 투자 자금 4.7원으로 위험한 자산에 투자해서 만기 시 0원 이상의 가치를 얻으면 된다.1년 후 만기가 됐다고 가정하면, 국채 투자 자금에서 원리금 100원이 들어오고, 위험한 자산에 대한 투자자금에서 0원 이상의 가치가 들어오므로 최소한 원금 이상의 수익률이 얻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원금을 확보하기 위한 ‘채권 투자 자금’과 원금 이상의 초과 수익률을 얻기 위한 ‘위험 자산 투자 자금’으로 나눠지는 것이 ELS 상품의 특징이다.ELS 상품은 대부분 일정한 기간만 투자자를 모집하는 형태를 지니고 있는 모집형이다. 또 투자 기간이 3개월, 6개월, 1년, 2년, 3년과 같이 일정한 기간으로 정해져 있다. 만약 투자 기간 도중에 환매한다면 환매 자금의 8% 정도까지 거액의 수수료를 물게 돼 있다.ELS 펀드는 실제와 달리 오해되는 측면이 적지 않다. ELS 펀드에 투자하기 전에 먼저 상품의 특성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순서다. 가장 흔히 오해되는 내용과 이에 대한 진실은 다음과 같다.첫째, ELS는 원금 보존이나 손실 제한을 추구하지만 결국 미래 주가에 의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엄연한 투자 상품이다. 만약 1~2년 후 주가가 하락하는 바람에 투자 원금만 돌려받게 될 경우 정기예금 이자만큼의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원금을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정기예금에 넣어 얻을 만큼의 이자를 기회비용으로 손해 보는 셈이다. 결국 주가 움직임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둘째, ELS 상품이 막상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원금 보장에다 추가 수익 확보는 굳이 첨단 운용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만약 개인 투자자가 본인 자금의 95%를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나머지 5%를 주식 인덱스 펀드에 투자했다면 훌륭한 주가지수 연동형 상품을 스스로 제조한 셈이 된다.만약 원금 보장에 필요한 손실 한도액을 관리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투자 자금의 절반 이상을 정기예금에 넣고 나머지를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는 ETF에 투자하면 된다. 이렇듯 원금을 보장하면서 주가 상승을 맛볼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너무나 많다는 점에서 ELS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셋째, ELS 상품은 장기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40대의 투자자가 20년 후 은퇴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매달 본인 소득 중 100만 원을 투자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매달 주식형 상품에 50%, 채권형 상품에 50%를 투자한다는 투자 설계가 수립된 경우 원금 보장보다는 저평가된 종목 투자 펀드를 통해 높은 기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원금 보장을 걸게 되면 주식형 펀드의 극히 일부분만 주식에 투자하게 되므로 기대 수익률이 매우 낮아지게 된다. 기대 수익률이 너무 낮으면 은퇴 자금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또 ELS는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전액 채권으로 전환되므로 연금식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다.그렇다면 실제 ELS 펀드의 수익률은 어떨까. ELS 펀드는 워낙 상품 구조가 다양하고 개별 상품별로 수익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 펀드처럼 수익률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없다. 사과는 사과끼리 배는 배끼리 비교해야 하는 데 ELS는 같은 상품이 없고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또 수익 구조 역시 매우 복잡해서 이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처음으로 ELS 펀드의 수익률을 조사했는데 5~6% 수익률을 돌려준 펀드가 가장 많았다.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후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상환한 ELS 펀드 1348개 가운데 단지 4개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펀드는 5~10%로 318개(23.59%)가 5~6%, 289개 펀드(21.44%)가 6~7%를 기록했다. 수익률 0~5%는 28.93%의 비중을 차지했다. 2006년 이후 주식시장이 비교적 상승 국면에 있었던 덕택에 양호한 수익률로 조기 상환됐다. 대부분의 ELS 펀드가 12~36개월 만기였는데 조사 결과 평균 7개월에 상환됐다.ELS는 여유 자금을 단기에 운용할 때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에 앞서 은퇴 설계, 자녀 교육 자금 설계를 제대로 수립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자산 배분을 정하고 난 후 전문성이 높은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올바른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단기적으로 투자 위험에 노출되지만 장기적으로 투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투자의 기본적인 요건이라는 것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민주영·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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