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1위 - 삼성증권
베스트PB센터 증권 부문에서 삼성증권이 1위를 차지했다.은행 분야와는 달리 증권의 경우 1위와 2위, 2위와 3위의 차이가 크다는 게 이번 조사의 특징이다. 은행 부문에서는 1위 국민은행 243점, 2위 신한은행 229점, 3위 하나은행 218점 등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반면 총 326점을 얻은 삼성증권에 이어 2위 미래에셋증권은 150점으로 절반 수준에 못 미쳤다. 3위 우리투자증권은 74점으로 2위와 큰 격차를 보였다.베스트 자리에 오른 삼성증권 측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증권사, 은행을 포함한 여러 금융사 가운데 PB 시장을 선점해서다. PB 브랜드 ‘Fn아너스 클럽’을 선보인 지도 벌써 6년이 지났다.삼성증권은 일찌감치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1991년 씨티은행(현 한국씨티은행)이 ‘씨티골드’라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PB 시장을 연 뒤 2000년대 초반 증권 업계에도 PB 서비스가 상륙했다. 현대증권의 리치클럽,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의 골드넛멤버스, 대우증권의 씨저스클래스, 동원증권의 마제스티클럽 등 증권가의 PB 브랜드가 속속 선보였다. 삼성증권 또한 그 당시 S&I클럽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며 PB 시장에 뛰어들었다. 증권가의 초창기 PB 브랜드는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했다.다른 증권사들은 PB 사업을 접었던 반면 삼성증권은 오히려 2001년 브랜드를 리뉴얼했다. 브로커리지 영업 위주의 다른 증권사와는 달리 ‘자산 관리’로 차별화를 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Fn아너스 클럽’에 삼성증권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직원 교육, 전략 등을 강화하자 시간이 지나면서 Fn아너스 클럽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2005년에는 ‘전 지점의 PB화, 전 직원의 PB화’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선언 전에는 64명에 지나지 않았던 PB가 이제는 870명으로 늘었다. 1000억 원 이상을 관리하는 마스터 PB만 13명이다. 마스터 외에도 시니어, 프레스티지, 주니어, CS(고객만족) 등 PB 등급을 매겨 교육한다. PB 영업을 확대한 이후 자산 1억 원 이상 개인 고객이 크게 늘어 6만7000명에 이르렀다.지난해 7월에는 국내 증권사 최초로 호텔 안에 PB 지점을 열며 화제를 모았다. VIP 마케팅의 선두주자로 자리 매김한 것.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 5층에 ‘Fn아너스 호텔신라지점’을 열고 특급호텔과 증권 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Fn아너스 호텔신라지점은 ‘자산 클리닉 서비스’ 전문 점포로 운영 중이다. PB 시장에 또 하나의 아이디어 상품인 ‘자산 클리닉 서비스’는 고객 자산 관리에 대한 정확한 진단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른 지점의 PB도 자신의 고객을 데리고 와서 함께 자산 클리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또한 특징이다. 허브 점포 역할을 하는 셈이다.주중에 시간을 내기 힘든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나 호텔에 장기 투숙하는 해외 주재원, 타 금융사와 거래하는 고객도 예약을 통해 각종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객 편의를 위해 주말과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365일 정상 영업한다. 야간 상담이 가능한 것도 장점 중 하나다.Fn아너스 호텔신라지점을 이끄는 사람은 PB계의 유명인사 우승택 지점장이다. MBC 인기 주말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제야 놀자’라는 코너를 통해 ‘스타’로 떠올랐다. 개그맨 김용만, 탤런트 조형기 등 입담 좋은 연예인 사이에서 전문성으로 승부하며 PB라는 직종 자체도 널리 알렸다. 자산 클리닉 서비스의 센터장도 동시에 맡고 있는 우 지점장은 “호텔신라의 우수 고객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연계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타 금융권 고객에게도 클리닉 서비스를 통해 수준 높은 자산 관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지점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PB 서비스에 새로운 바람을 끊임없이 불어넣은 삼성증권은 또 하나의 서비스를 내놨다. 지난 9월 초우량 고객을 전담하는 ‘삼성 H-클럽’을 본사 종로타워 21층에 개점했다. 기업 CEO,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을 서비스의 대상으로 삼았다.삼성 H-클럽은 고객별로 ‘재무 솔루션 위원회’를 구성한다. 주식, 펀드, 부동산, 세무 등 분야별 전문가가 고객의 자산을 점검해 맞춤형 사모 펀드를 설정하는 등 일대일 맞춤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에게는 자산 컨설팅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를 위한 ‘패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 사업에 대한 세무 서비스, 자녀를 위한 해외 교육 프로그램, 상속·증여 설계까지 펼친다. 전문 업체와 연계한 건강, 레저 서비스 등 고객의 라이프사이클을 아우르는 게 특징이다. 삼성증권 PB연구소의 정복기 상무는 “PB 전문 점포가 VIP 고객을 위한 것이었다면 삼성 H-클럽은 VVIP를 위한 지점”이라면서 “한국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초고액 자산가 시장에서 삼성의 우수한 브랜드를 내세워 자산 관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로 삼성증권은 홍콩의 경제지 아시아머니(Asiamoney)가 실시한 ‘2007년 고액 자산가 프라이빗 뱅킹 조사’에서 한국 일본 지역의 최우수 PB로 선정됐다. 증권사와 은행 분야 구분 없이 순위를 조사한다. 은행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데에서 삼성증권은 더 큰 자부심을 갖는다.한편 홍콩 싱가포르 인도 대만 등에서는 모두 UBS, BNP파리바, 씨티은행이 최우수 PB에 올랐다. 자국의 토종 금융사가 최우수 자리에 오른 것은 한국의 삼성증권뿐이다.정 상무는 “아시아에서 고액 자산가 증가율이 가장 높은 한국에서 삼성증권이 최우수 PB로 2년 연속 선정됐다”면서 “앞으로 글로벌 투자은행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2010년 PB 시장 450조 원 팽창’정복기 삼성증권 PB연구소장(상무)은 PB 역사의 산증인이다.국내 PB는 1991년 씨티은행이 ‘씨티골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씨티은행이 첫 직장이었던 정 상무는 ‘한국의 PB 1호’로도 유명하다. 삼성증권에서 2002년부터 일하며 PB 비즈니스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숭실대 대학원 PB학과의 겸임교수인 그는 현재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인기 코너인 ‘경제야 놀자’에 출연 중이기도 하다.“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자산 시장이 양극화됐습니다. 중산층이 줄어드는 동시에, 중산층 각 가구가 보유한 근로소득보다 자산 소득에 따라 상류층과 서민층으로 나뉘었습니다. PB 시장이 태동하게 된 배경이지요.”은행권의 예금에 의존하던 자산 관리 문화가 바뀌어 가면서 PB 시장 또한 커지고 있다. 현재 PB 시장에서는 170조 원이 관리된다. 정 상무는 2010년까지 이 시장이 45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고객의 자금 이동의 축에는 증권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투자 노하우를 두루 갖춘 증권사가 새롭게 열린 투자 문화 시대에서 강점을 지닙니다.”PB에 관한 연구를 오래 해온 삼성증권은 금융권 최초로 2006년 1월 ‘PB연구소’를 열기에 이르렀다. 정 상무가 수장을 맡은 PB연구소는 국내외 PB 트렌드, 고객 투자 문화 변화, 직원 교육 등 다방면을 분석한다. PB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인 한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외국계 금융사가 적지 않다. 외국계의 오랜 PB 역사와 자산 규모 등과 비교하면 토종 금융사는 초라하다. 하지만 정 상무는 국내 금융권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본다. PB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PB 비즈니스에는 고객과의 공감대 신뢰 형성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감성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는 얘기다.그는 PB의 성공 조건으로 3P를 꼽는다. 고객에게 울타리 안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주는 공간, 즉 플랫폼(Platform), 차별화된 상품(Product)과 서비스, 마지막이 바로 사람(People)이다. 정 상무는 “PB는 결국 ‘사람 장사’”라면서 “PB의 본질을 이해하고 직원을 이끌며, 큰 그림을 그리면서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경영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효정 기자 jenn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