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뒤흔드는 최후의 4분

영화 -‘포 미니츠’

음악 영화, 그중에서도 콘테스트를 무대로 하는 영화의 이야기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놀라운 재능을 가졌으되, 어딘가 한군데 비뚤어진 천재와 그를 연주자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기를 원하는 스승. 두 사람의 갈등과 화합이 다채로운 음악의 선율을 타고 몇 개의 변곡점을 지난 뒤 마침내 콘테스트 무대 위의 성공적인 연주로 감동의 드라마는 대단원을 맞이한다.아주 오래된 클리셰(Cliche:진부한 표현)라고 할 만한 이 전형적인 설정들은 숱한 영화 속에서 지치지 않고 변주돼 왔다. ‘포 미니츠’는 그 모든 전형성을 뼈대로 갖추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그 이상의 풍성하고 입체적인 드라마를 빚어내는가에 대한 훌륭한 해답이다.60년 동안 한결같이 교도소에 출근해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온 크뤼거(모니카 블리브트리우 분)는 교도소의 문제아 제니(한나 헤르츠스프룽 분)를 만난다. 살인죄로 복역 중인 제니는 제어되지 않는 폭력적 성향으로 인해 간수들은 물론 동료 죄수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지만 피아노 재능만큼은 천재적이다. 제니를 콘테스트에 참가시키도록 교도소장을 설득한 크뤼거는 결전의 날이 올 때까지 그녀에게 피아노를 가르친다.‘포 미니츠’의 두 주인공, 크뤼거와 제니는 결코 사랑스럽지 않다. “난 네 피아노 실력에만 관심이 있지, 인간으로서 널 나아지게 만드는 건 내 몫이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는 크뤼거는 최소한의 온기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차갑고, 반대로 시도 때도 없이 동물처럼 울부짖으며 물건을 집어 던지는 제니는 이해하기 힘든 열기를 품고 있다. 전형적인 듯 보이던 설정들이 피와 살을 입고 살아나는 것은 이 두 ‘비호감’ 캐릭터를 통해서다.‘포 미니츠’는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건널 수 없는 세대와 문화의 강을 억지로 좁히기보다는 차이를 인정하되 그 안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아주 작은 공명의 접점을 찾아낸다. 말하자면 감동의 드라마를 위한 인물이 아닌, 인물이 탄생시키는 감동의 드라마가 이 영화에는 존재한다.물론 캐릭터와 이야기 이상으로 관객을 흡입하는 것은 매혹적인 피아노의 선율이다.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 등 거장들의 음악이 잿빛의 감옥에 향기를 부여하는 가운데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최후의 ‘4분(포 미니츠)’을 채우는 것은 아름답고 완벽한 연주가 아니다. 거칠고 광적인, 혹은 동물적이라고 부를 만한 극한의 퍼포먼스. 귀를 찢고 심장을 뒤흔드는 이 4분의 시간을 함께한다면 당신은 결코 이 영화를 잊지 못할 것이다. ▶뒤로 가는 연인들브렛 이스턴 엘리스가 쓴 동명의 인기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1980년대, 미국 동부의 예술대학 캠던 칼리지를 배경으로, 첫사랑과의 첫날밤을 고대하는 로렌(샤닌 소사몬 분), 약물 공급책으로 로렌에게 반한 숀(제임스 반 데릭 분) 등 마약과 섹스에 탐닉하는 대학생들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픽션’의 시나리오를 쓴 로저 애버리가 연출했다.▶M부유한 약혼녀 은혜(공효진 분)와의 결혼을 앞둔 베스트셀러 소설가 한민우(강동원 분)의 인생은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새롭게 집필을 시작한 소설은 잘 풀리지 않고 그는 잦은 불면에 시달린다. 어느 날 꿈을 꾸듯 찾아간 술집에서 11년 전에 헤어진 첫사랑 미미(이연희 분)를 만난 민우는 사랑의 기억 속에서 헤매듯 방황한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의 이명세 감독의 신작으로, 시청각적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오다기리 조의 도쿄타워홀몸으로 나(오다기리 조 분)를 키운 엄마(기키 기린 분). 나는 미술 공부를 하겠다고 떠나지만 처음의 꿈과는 달리 졸업도 하지 못하고 빚만 쌓여간다. 어느 날 날아온 엄마의 암 투병 소식에 도쿄로 돌아가 엄마와 함께 살기 시작한 나는, 우리만의 소박한 행복을 꿈꾼다. 하지만 엄마의 암이 재발되고 잠시 평온했던 그들의 일상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릴리 프랭키의 소설 ‘도쿄타워’를 영화화했다.최하나·씨네21 기자 raintree@cine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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