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부유의 길은 공평하게 나누는데 있어… 뉴 비즈니스 가능성 주목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최근 17차 전국대표대회 보고에서 사용한 표현들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의 변화를 알려면 지도부의 입을 보라는 얘기가 있다. 그들은 자구 하나의 미세한 변화에서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 메시지를 던져주기 때문이다.분배 문제에서 공정을 강조한 것이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목표치를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 성장 발전 방식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다짐하고 생태문명을 건설하겠다고 제창한 것 역시 눈길을 끈다.후 주석은 이번 보고에서 “첫 번째 분배와 재분배를 모두 효율적으로 공평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의 수입 분배 원칙은 첫 번째 분배는 효율, 재분배는 공평을 중시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이번엔 첫 번째 분배에서도 공평을 중시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후 주석은 동시에 “임금을 끌어올려 첫 번째 분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중국은 개혁 개방 이후 선부론(先富論)을 내세우면서 효율 우선의 분배 구조를 만들어 왔다. 계획 경제 시대의 평균주의로 대표되는 ‘철밥통’을 깨기 위해서이기도 했다.그러나 첫 번째 분배 과정에서 공평보다 효율만이 중시되면서 오히려 재분배하는데 어려움이 가중되고 이는 빈부 격차 확대라는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첫 번째 분배에서의 공평 중시 발언이 남미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한때 잘나가던 남미 국가들은 첫 번째 분배 과정에서 실패함으로써 빈곤과 실업을 양산했고 이들을 돕기 위한 과도한 복지 정책으로 재분배를 시도함으로써 막대한 재정 적자를 감수했다는 것이다. 이는 남미의 재정과 금융 위기로 연결됐다.분배를 강조하는 후 주석의 발언은 당대회에서는 처음으로 1인당 GDP 목표치를 제시한 것과 맥이 닿는다. 후 주석은 이번 보고에서 2020년 1인당 GDP를 2000년의 4배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5년 전인 2002년 16차 당대회에서 2020년까지 GDP를 2000년의 4배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었지만 1인당 GDP 목표치는 내놓지 않았었다.16차 당대회에서는 파이를 키우기에 바빠 분배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17차 당대회에서는 파이를 나눠먹는 게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후 주석은 이를 ‘공동 부유의 길’이라고 표현했다. 중국 개혁 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의 먼저 부자를 만들자는 선부론보다 발전의 성과를 공유하자는 공동 부유론에 역점을 두겠다는 그의 통치 철학을 재확인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후 주석이 당대회 보고에서 1인당 GDP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인민을 위한 발전, 인민에 의한 발전, 발전 성과를 인민과 함께 향유하겠다는 이인위본(以人爲本)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중국은 지난 4년 연속 10% 이상 고도성장을 계속하면서 GDP 규모로는 세계 4위가 됐다. 미국 일본 독일 다음이다. 하지만 1인당 GDP는 2002년 1100달러로 처음으로 1000달러를 돌파한 뒤 2006년에는 2010달러로 2000달러대에 진입했지만 세계 순위는 129위다.후 주석이 이번에 제시한 1인당 GDP 목표치는 2년 전에 제시한 목표치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중국의 2000년 1인당 GDP는 당해연도 환율로 계산했을 경우 856달러, 이를 2020년에 4배로 키우겠다면 3500달러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당 대회는 아니지만 후 주석은 지난 2005년 20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회의 개막식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2020년까지 1인당 GDP를 3000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목표치가 500달러 정도 상향 조정된 셈이다. 조정 폭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중국이 13억 인구의 대국이라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임을 감지할 수 있다.중국 관영 언론들은 국제적인 경험상 1인당 GDP 1000달러에서 3000달러에 이르는 시기에 모순이 뚜렷이 드러난다며 이를 잘 처리하면 새로운 발전 단계에 진입하지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경제 정체나 후퇴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이 현재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는 얘기다.후 주석은 이 같은 모순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경제 발전 방식 전환의 가속’이라는 표현으로 확인했다. 경제 발전 방식 전환은 후 주석을 정점으로 한 중국의 4세대 지도부가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후 주석은 가속화하겠다고 함으로써 더욱 강력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후 주석의 ‘우호우쾌(又好又快)’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까지는 ‘우쾌우호’였지만 올해부터는 ‘우호우쾌’로 ‘쾌’와 ‘호’의 순서를 바꿔 빠른 성장보다는 성장 방식까지 고려해 ‘좋은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다. ‘좋은 성장’이란 수출과 투자 위주에서 벗어나 내수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에 친화적인 산업 구조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겠다는 것을 뜻한다.후 주석은 또 인민들의 ‘재산성(財産性)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말도 했다. 후 주석은 보고에서 “더욱 많은 인민이 재산성 수입을 늘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새롭게 등장한 ‘재산성 수입’이란 은행예금, 유가증권 등 동산과 주택, 차량, 토지, 소장품 등 부동산을 의미한다. 일반 서민들이 부를 증식시킬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상푸린(尙福林)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주석은 일반 서민들이 한층 많은 투자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조건을 만들어가겠다는 의미라고 주석을 달았다.그는 자본시장이 재산을 늘릴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자본시장이 건강하게 발전하면 투자자들이 공평, 공정하게 경제 발전의 이익을 나눠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의 거품론이 비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후 주석의 발언은 중국 증시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후 주석의 보고가 있던 지난 15일 상하이종합지수는 6000을 사상 처음 돌파했다.후 주석의 보고 내용 가운데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생태문명의 건설’이다. 12차에서 15차 당대회에 이르는 동안 공산당은 줄곧 사회주의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건설을 강조했다. 16차 대회에 이르러서는 사회주의 정치문명 건설을 강조했고 이번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생태문명이 들어갔다.생태문명은 후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과 조화사회 이념이 압축돼 녹아있다. 후 주석은 이를 에너지 절약형, 생태 환경 보호형 산업 구조와 성장 방식 및 소비 구조의 형성이라고 설명했다.후 주석은 이와 함께 사회주의 건설을 사회주의 발전으로 바꿔 표현했다. 13차 당대회 이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을 목표로 했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발전’으로 용어가 바뀌었다.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출발 단계에서 벗어나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아우르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보고에서 후 주석의 통치 노선인 과학적 발전관과 조화사회 건설도 빠짐없이 등장했다.당대회에서 행한 후 주석의 보고에는 7000만 명이 넘는 공산당원의 경구가 돼 중국을 이끄는 키워드가 될 말들이 곳곳에 스며있다. 중국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리스크와 기회가 생겨난다. 우리가 당대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오광진·한국경제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