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용 협상론 봇물…‘양서 우선’

외교나 기업 간 계약처럼 큰 이슈가 아니라도 일상생활 자체가 협상의 과정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협상과 관련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많은 책 중에서도 옥석은 있게 마련이며 다른 책에 앞서 읽어야 할 필독서부터 챙기라고 강조한다.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청년정신)’은 이 분야에서 가장 있기 있는 책이다. 출간된 지 몇 년이나 지난 ‘구간’이지만 꾸준히 판매되고 있으니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셈이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대 테러리스트 협상 자문을 맡기도 했던 세계 최고의 협상 전문가로 꼽히는 저자의 협상론이 담겨 있다. 정보와 시간, 힘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협상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것을 기본적인 틀로 삼고 있다. 이 세 요소에서 우위를 점하면 협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생활 속의 사례를 들어 협상의 원칙과 기법을 흥미롭게 전달한다.와튼스쿨 교수인 리처드 셸의 ‘협상의 전략(김영사)’도 대표적인 협상 교과서로 꼽힌다. 우수한 협상가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신의 스타일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소화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자신의 협상 스타일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도전적 목표 수립, 권위 있는 기준 제시 등 협상의 6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이를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6가지 전략을 제안한다.까다로운 상대를 요리할 방법을 찾는다면 윌리엄 유리 하버드대 교수의 ‘NO를 극복하는 협상법(장락)’이 도움이 된다. ‘강력한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협력을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하기 위해 책을 썼다는 저자의 말대로 책은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5단계 전략을 뼈대로 삼고 있다.즉각 대응하기보다는 ‘발코니로 나가라’고 권한다. 패를 보여주기 전에 먼저 게임의 정체부터 천천히 파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 논쟁보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절하기보다 게임의 틀을 바꾸는 것을 시도해야 한다. 억지로 밀어붙이거나 맞불을 놓으면 오히려 손해 보기 십상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21세기북스)’은 본격적인 협상론이라기보다 소비자 심리학을 다룬 책이지만 하나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한 심리학적 해석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대일의 대면적인 설득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마케팅 측면의 ‘협상’에 대한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논의를 흥미로운 사례와 실험을 통해 전달한다.국내 저자들의 협상론도 인기다.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에 적절한 노하우와 전략을 담고 있어 번역서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친숙함’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책이 안세영 서강대 교수의 ‘CEO는 낙타와도 협상한다(삼성경제연구소)’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비즈니스와 관련한 협상론을 다루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에서 통상 협상까지 다양한 비즈니스 협상론을 담았다.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IGM) 협상스쿨 원장의 최신작인 ‘협상 카리스마(IGM)’도 주목되는 책이다. IGM 협상스쿨에서 3000여 명의 기업인들을 상대로 협상 노하우를 전수한 전 원장의 비법을 녹였다. 복잡하고 따라하기 힘든 스킬보다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이다.책은 무엇보다 상대의 ‘요구’가 아니라 ‘욕구’를 파악하라고 주문한다. 상대가 콜라를 요구한다고 콜라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갈증 해소’라는 ‘욕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콜라가 없어도 사이다를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숨은 욕구를 찾아서 자극하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합의점을 만들어가는 10가지의 법칙을 담고 있다. 자동차와 주택 매매, 부부관계, 채권 채무 관계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사례를 풍부하게 활용, ‘피부에 와 닿는’ 협상론을 제시하고 있어 실용성이 높다. 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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