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4% 늘어…한은 콜금리 동결

시중 유동성이 8월 중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10월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에 따르면 8월 말 광의유동성(L) 잔액(잠정)은 1972조3000억 원으로 7월 말에 비해 20조9000억 원 늘었다. 전달 증가액 1조7000억 원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올해 월별 광의유동성 증가액은 4월 13조9000억 원, 5월 25조3000억 원, 6월 35조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가 7월 대폭 급감하며 주춤했다. 하지만 8월 다시 큰 폭 증가로 반전한 것.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 증가율도 12.4%로 전달(12.1%)보다 0.3%포인트 늘어났다. 올 들어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12%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금융사 유동성(Lf) 잔액은 1620조2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12조6000억 원 많아졌다.광의유동성은 현금 통화와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금융회사의 상품으로 이뤄진 금융사 유동성에 기업과 정부 등이 발행하는 회사채 국공채 등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의 유동성 지표다.8월 들어 광의통화(M₂·평잔 기준)의 증가세 역시 빨라졌다. 광의통화(M₂)란 현금 통화와 결제성 예금, 2년 미만의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것으로 한은이 통화 정책을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화 지표다. 다시 말하면 광의유동성에서 정부와 기업 발행 유가증권, 2년 이상 금융상품을 제외한 것이다. 광의통화는 지난 4월 전년 동기 대비 11.1%에서 5월 10.9%로 떨어진 후 석 달 연속 10%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8월에 다시 11.4%로 올랐다.시중 유동성이 다시 늘어난 원인으로는 7월 법인세 납부 등 일시적 요인이 사라진 데다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를 대거 발행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은행의 예금이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와 증시 등으로 빠져나가자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CD와 은행채를 발행하며 유동성 증가세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금융 상품별로 살펴보면 CD와 같은 시장형 상품은 한 달 동안 5조9000억 원이 증가했다. 전달 2조8000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광의통화에서 시장형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월 말 8.7%에서 8월 말 9.1%로 늘었다. 또 2년 이상 장기 금융 상품 증가액도 은행채 발행이 늘면서 전달 2000억 원에서 5조5000억 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반면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예금은 2조1000억 원과 2조2000억 원이 각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전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를 나타냈다. 펀드 등 수익증권 증가 규모는 5조4000억 원으로 전달 7조9000억 원에 이어 큰 폭의 팽창 추이를 이어갔다.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 예금은 줄어드는 가운데 중소기업 및 가계 신용 대출을 늘리면서 은행들이 대출 재원 조달 등을 위해 CD 발행을 늘린 게 유동성 증가의 원인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정부도 유동성 확대의 한 축을 차지했다. 국고채가 상환 실적 없이 발행만 되면서 전달 7000억 원에서 4조1000억 원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10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10월의 콜금리 목표 수준을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5%로 유지했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앞서 이달 콜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달 정책 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한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파문에 따른 선진국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이 지속되고 있는 점,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점 등이 그 근거였다.하지만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시중 유동성이 여전히 과잉 상태를 보이고 있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어 내년 초 콜금리의 추가 인상을 전망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효정 기자 jenny@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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