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투자 집중 ㆍㆍㆍ부자도시 '예약'

‘사랑해요 현대중공업.’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환영 현대중공업 군산공장 건설.’요즘 군산 구시가지 중심 영동거리는 수많은 현수막들로 뒤덮여 있다. 10월 12일 현대중공업 군산 공장 착공식을 축하하는 열렬한 의사 표시들이다. 지역신문 기사와 광고도 온통 ‘현대중공업’이 주인공이다.행인들 표정도 활짝 피었다. 쇠락하나 싶던 도심 상권은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군산 사람 둘만 모이면 현대중공업 이야기에 입이 귀에 걸린다’고 할 정도다.“현대중공업이 오면 현대백화점이 당연히 따라온다고 하대요….” “인구가 늘면 상권이 살아나는 게 당연지사지….” 군산 중앙로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마디로 ‘먹고 살기 훨씬 좋아질 것’이란 게 군산 시민들의 공통된 생각이다.지난 9월 초 전해진 현대중공업의 투자 결정은 시민들에겐 ‘깜짝 뉴스’였다. 전북도와 군산시가 1년 가까이 유치를 위해 뛰면서도 정작 활동상은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둬서 그랬다는 후문이 있지만 그 덕에 군산시와 전북도는 큰 추석 선물을 받은 셈이 됐다.조선업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현대중공업은 앞으로 군산을 제2의 생산 기지로 만들 예정이다. 군장국가산업단지와 군산국가산업단지 내 부지 각 99만1000㎡(옛 30만 평)와 51만9000㎡(옛 15만7000평)에 뿌리를 내리고 단계별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LS산전 소유의 부지 39만㎡의 추가 매입도 검토 중이다.현대중공업은 우선 1단계로 내년 5월까지 약 3000억 원을 투입해 선박 블록 제작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9월 20일 투자협약(MOU) 체결에 이어 10월 12일에는 착공식을 거행,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현대중공업이 군산에 투자할 금액은 총 1조40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20~30개 협력 업체의 추가 이동을 감안하면 투자 금액이 2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예상이다.현대중공업의 투자 결정은 군산으로선 ‘화룡점정’ 격의 쾌거다. 현대중공업 외에도 이미 수많은 기업들이 군산으로 향했거나 향하는 중이기 때문이다.지난해부터 올 9월 말까지 군산의 4개 산업단지는 212개 업체 4조3648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동양제철화학(8000억 원), SLS조선(5200억 원), 세아베스틸(4000억 원), 두산인프라코어(3000억 원), 한화건설(2500억 원) 등 수천억 원대 투자도 즐비하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11월 중으로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이들 기업이 창출할 고용 인원은 총 2만 명 규모다. 협력 업체 등의 부가 고용 효과를 감안하면 실제 파급 효과는 상상을 훨씬 웃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이에 따라 군산은 타타대우상용차 등 자동차 중심의 산업 기반에서 중공업 중심의 중후장대형 산업 도시로 옷을 갈아입게 됐다. 더불어 미래 성장 가능성을 담보한 ‘선택받은 도시’의 명예도 확보했다.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군산을 택한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지리적 이점과 탁월한 교통 인프라가 첫 번째 요인이다.김진권 군산시 투자항만과장은 “육(서해안고속도로)해(군산항)공(공항) 교통 인프라가 다 갖춰진 서해안 산업 단지라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면서 “중국 칭다오와 가깝고 새만금 등 개발 호재가 풍부하다는 것도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3.3㎡당 36만~39만 원대의 저렴한 공급 가격 역시 좋은 조건으로 작용했다.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자랑거리다. 국내 기업이 본사 또는 공장을 군산으로 이전해 20명 이상을 상시 고용할 경우 시설비(토지비 포함) 10억 원 초과 시 초과 금액 5% 범위 내에서 50억 원까지 지원한다. 또 군산시 거주자를 20명 이상 신규 채용해 상시 고용하는 경우에도 기업당 최고 2억 원의 임금을 지원한다. 특히 대규모 투자 기업에 대해선 투자보조금, 이전 근로자 정착 지원금, 고용 보조금 및 교육 훈련 보조금 등을 다양하게 지원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세제 지원과 부지 대금의 할부 납부 조건 등이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그러나 문제는 군산의 산업 단지 부지가 거의 다 팔렸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하루 5~6건의 투자 상담이 이어지고 있어서 연말께면 마지막 남은 군장국가산업단지가 100% 분양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군산국가산업단지와 군산지방산업단지, 농공단지는 이미 분양이 완료됐다. 이는 군산 이주를 원하는 기업에 더 이상 공급할 토지가 없다는 이야기다.이 때문에 군산시와 전북도는 새만금 매립지를 적극 이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산업 단지 아래쪽의 3246만2956m²(옛 982만 평) 새만금 매립 부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 군산으로 이주하려는 기업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산업 단지 연장 효과와 함께 새만금의 효율적 이용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특히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군산시가 공을 들이는 프로젝트다. 군산시로선 2003년에 인천, 광양, 부산 등에 밀려 탈락했던 아픔이 있지만 이번엔 반드시 선정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새만금 방조제 북단에 나란히 자리 잡은 광활한 산업 단지는 아직 미완의 모습이다. 그러나 계약일로부터 3년 이내 착공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앞으로 공장 건설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새만금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다면 군산은 명실상부한 ‘새로운 세기’를 맞이한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