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 역할 ‘주목’…계열사 대주주 올라

롯데후레쉬델리카 지분 9.31%씩 보유, 재계선 후계구도 변화 여부 ‘촉각’

롯데그룹은 44개의 계열사를 둔 국내 재계 서열 5위의 그룹이지만 여타의 기업들과는 달리 독특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일단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은 국내 최고령 현역 경영자로 8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월별로 일본(짝수 달)과 한국(홀수 달)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1세대 기업인이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유일한 대기업이다.기업 지배 구조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룹의 3대 축인 호텔(호텔롯데) 백화점(롯데쇼핑) 식음료(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롯데삼강) 중 호텔롯데는 아직 비상장이고 롯데쇼핑은 지난해서야 기업을 공개했을 정도다. 특히 호텔롯데는 대부분의 지분을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소유하고 있어 신 회장 일가의 지분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져 있지 않다.신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은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개인을 제외한 법인으로서는 호텔롯데가 롯데 계열사에 대해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 신 회장과 자녀들을 제외하면 롯데칠성음료의 1대 주주는 롯데제과이고 롯데제과의 1대 주주는 롯데알미늄이다. 롯데알미늄은 롯데호텔이 1대 주주다. ‘롯데호텔→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 그리고 ‘롯데호텔→롯데쇼핑’의 지배 구조임을 알 수 있다.신 회장이 아직 정정한 상태지만 차츰 그룹 승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후계 구도에 대해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남2녀의 역할에 대한 큰 그림은 이미 그려졌다. 일본롯데는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54)이, 한국롯데는 신동빈 롯데쇼핑 부회장(53)이 맡고 있다. 국내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대주주는 일본 롯데이기 때문에 장남인 신동주 부사장이 결국은 신 회장을 대신할 후계자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장자 승계 원칙 아래 두 딸에 대한 배분이 어떻게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지난 10월 5일 계열사인 롯데후레쉬델리카는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66)과 신유미 씨(25)가 개인 최대주주가 됐음을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들은 신 회장의 두 딸로 신동주 부사장, 신동빈 부회장의 누나와 여동생이다.신영자 부사장은 이미 지난 3월 30일 롯데후레쉬델리카의 주주인 일본 후지식품의 주식 10만 주를 매입해 2.66%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됐다. 당시 취득 단가는 2560원, 매입 금액은 2억5600만 원이었다. 신영자 부사장은 9월 28일 25만 주를 추가 매입해 9.31%의 지분을 매입했다. 취득 단가는 2467원, 매입 가격은 6억1675만 원이다.막내인 신 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주식을 취득했다. 35만 주를 8억6345만 원에 매입했다. 이번에 매각된 주식 60만 주는 일본 미쓰이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신 씨가 이번에 처음으로 롯데의 주주가 됐다는 점이다. 또 어머니인 서민경 씨 역시 관심을 끌었다.롯데제과는 1977년부터 1980년대 말까지 매년 자사 모델을 뽑는 ‘미스 롯데’ 선발 대회를 개최했다. 1980년대 이름을 날렸던 스타인 원미경 이미숙 채시라 이미연 등이 이 대회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서 씨는 1977년 제1회 대회에서 1위에 뽑힌 것을 계기로 영화, TV 드라마, 광고 모델로 인기를 누렸다.인기 절정의 아이돌 스타였던 서 씨는 1980년대 초 돌연 종적을 감췄다. 이후 1983년 신 회장의 딸인 신 씨를 낳았다. 신 씨는 1988년 신 회장의 호적에 입적됐다. 지금의 부인 사이에서 난 딸이 아니다 보니 그간 베일에 가려졌던 면이 있었다. 지금도 신 씨가 국내에 있는지,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공개적으로 그의 존재가 드러난 것은 롯데그룹의 지분 정리가 막바지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딸들을 경영에서 배제한 범 현대가(家)나 범 LG가(家)와 달리 일찍부터 롯데쇼핑 경영에 관여해 온 신영자 부사장은 일찍부터 그 역할에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또래의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 달리 신 부사장은 빛을 보지 못했다.현재 그룹의 굵직한 계열사들은 신 부회장이 맡고, 신영자 부사장은 계열사 경영에서 배제된 채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대신 롯데 계열사에 안정적인 납품권을 보장받았다.신영자 부사장이 최대주주(28.3%)인 시네마통상과 신유미 씨의 어머니인 서 씨, 그녀의 오빠인 서진석 씨가 이사인 유원실업은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시네마의 매점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유원실업은 서울·경기 지역을, 시네마통상은 그 외 지역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원래는 유원실업이 전 지역을 도맡았으나 2005년 신영자 부사장이 시네마통상을 설립하면서 지역을 양분한 것으로 보인다.그 전까지 신영자 부사장의 장남인 장재영 씨가 운영하는 명품 수입업체인 비엔에프통상과 광고 선전물을 인쇄하는 유니엘을 통해 롯데의 도움을 받았다. 서미경 씨는 유원실업 외에도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외식 업체를 운영하는 유기개발에도 이사로 등재돼 있다.이번에 신유미 씨가 주주가 된 롯데후레쉬델리카는 (주)코리아세븐에 김밥 등의 식품을 납품하는 회사다. 코리아세븐은 신 부회장, 신영자 부사장을 비롯한 계열사가 대주주로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회사다. 롯데후레쉬델레카는 납입 자본금 188억 원으로 지난해 매출 262억 원, 당기순이익 2885만 원을 올렸다. 그러나 2005년에는 17억 원 손실, 2004년에는 27억 원의 손실을 보는 등 경영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2000년대 들어 대규모 적자를 본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신영자 부사장이 3월 매입한 가격은 2560원, 9월 매입한 가격은 2467원이다. 이 가격대로라면 시가총액은 92억 원으로 납입자본금 188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매입가격이 이렇게 낮은 데 대해 롯데그룹 측은 “일본 후지식품과 미쓰이물산은 롯데와 전혀 관련이 없는 회사로, 가격은 평가기관에 의해 공정하게 매겨진 것이다. 계열사가 오너에게 헐값으로 넘기는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최근 2~3년 사이에 신영자 부사장과 신 씨의 움직임을 보면, 두 사람은 터울 많은 자매임에도 불구하고 형평성의 문제를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나이 어린 신 씨보다는 그녀의 어머니인 서 씨를 의식한 면이 짙다. 롯데시네마에 대한 납품권을 신영자 부사장이 나눠 가진 것이라든지, 신 부사장이 먼저 주식을 취득한 롯데후레쉬델리카에 신 씨가 주식을 매입해 지분을 똑같이 한 것을 보면 그렇다.신영자 부사장의 둘째 딸인 장선윤 롯데호텔 상무(37)가 면세점, 백화점, 호텔을 거치며 활발한 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신영자 부사장의 3남 1녀 중에서는 유일하게 신 회장의 인정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롯데가(家)도 여성에게 개방적인 가풍으로 변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장 상무는 2005년 개관한 롯데백화점 본점의 명품 매장 ‘애비뉴엘’ 개관을 지휘했고 매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데 공을 세웠다. 올해 7월에는 롯데호텔로 자리를 옮겨 여성 특유의 소프트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으로 명품 호텔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장 상무의 활약을 봤을 때 ‘나이 어린 고모’인 신 씨가 앞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만은 없게 됐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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