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투자를 이끄는 힘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기업을 단순히 재무적 관점에서 접근, 이를 평가하고 투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맡고 있는 사회적 책임의 완수 여부까지도 평가 지표로 활용해 투자 전략으로 삼는 사회책임투자(이하 SRI)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최근 5월 말까지 펀드 설정액이 이미 5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돼 사회적 관심의 정도를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다.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성장세 그 자체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사회 책임 투자의 성장을 이끌어낸 그 근원적 힘이 무엇이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는 물론 선진국들의 SRI 펀드 성과 역시 해당 국가의 전체 펀드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 그 자체가 의심될 정도로 뚜렷한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펀드 규모를 키워낸 것이 성과 요인이 아니라면, 과연 어떠한 요인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었는지에 관한 본질적인 부분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이러한 의문들을 풀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Sustainability) 경영’이라는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속 가능 경영’은 사회 책임 경영, 윤리 투명 경영, 환경 경영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즉, ‘지속 가능 경영’은 궁극적인 목표를 의미하고 사회 책임 경영, 윤리 투명 경영, 환경 경영 등은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기업 입장에서 이렇게 윤리, 환경, 사회 책임 경영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이유는 바로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지속 가능 경영’의 실천을 통해 ‘장수(長壽) 기업’이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SRI 펀드에 많은 관심을 두는 이유는 장기 투자를 위해서는 ‘지속 가능 경영’을 실천하는 소위 ‘장수 기업’을 선별해 투자할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즉,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기업의 재무적 수치 이외의 기준으로 ‘장수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방식을 바로 SRI 펀드가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이것이 지금의 성장세를 이끈 원동력이라 생각된다.이렇게 보면 언뜻 투자자들은 장기 투자를 위해 소위 ‘장수 기업’을 요구하게 되고 기업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장수 기업’이 되고자 ‘지속 가능 경영’을 실천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장수 기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것은 기업과 투자자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가 자연스럽게 만나 이루어진 선순환 구조일 뿐이지 처음부터 인위적으로 어느 한쪽의 움직임이 다른 한쪽의 움직임을 유발해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그러면 초기에 기업과 투자자 각각을 움직이게 하고, 최종적으로 상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힘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지속 가능 경영’이다. 즉,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양’보다는 ‘질’이 중요한 가치 척도로 인식돼 가는 과정 속에서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질’적인 면을 강조하는 ‘지속 가능 경영’이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강한 설득력을 얻게 되고, 이러한 설득력이 최종적으로 기업과 투자자 각각을 움직이게 한 근본적 원동력이라는 것이다.하지만 선순환 구조의 완성을 위해선 ‘지속 가능 경영’을 실천하고 있음을 나타내고자 하는 목적으로 기업들이 작성하는 ‘지속 가능 보고서’의 표준화와 이를 재무제표와 같이 감사(監査)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히 요구되는 과제라 생각된다.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지만 우리 사회가 발전할수록 양보다는 질적인 가치 척도가 중요해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경험적 명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지속 가능 경영’의 발전과 ‘사회 책임 투자 펀드’의 발전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고 그 앞날은 밝을 것이다.차문현유리자산운용 사장약력: 1954년생. 88년 세종대 경영학과 졸업. 90년 고려대 MBA. 95년 동화은행 지점장. 98년 제일투자신탁 이사. 2005년 우리투자증권 상무. 2006년 유리자산운용 사장(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경영자문위원.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