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이후 집값 ‘뚝’…횡보 이어진다

버블세븐 집값 곤두박질 ㆍㆍㆍ'강북소형' 기 살아나

주택 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분양가 인하를 큰 틀로 하는 1·11대책이 발표된 지 6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거래가 뚝 끊기고 가격도 하락세로 반전됐다. 특히 지난해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불리며 거품 붕괴의 경고를 받았던 버블세븐 전 지역의 아파트 값이 일제히 하락했다. 그중에서도 ‘강남’, ‘중대형’, ‘재건축’이 직격탄을 맞았다.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가 1·11대책 이후 6개월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0.02% 하락했고 경기 역시 0.49%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1·11대책 발표 전 6개월간 서울이 10.69%, 경기지역이 12.77%씩 폭등했던 것에 비하면 두드러진 약세다. 특히 지난해 9.17% 상승했던 신도시는 1.27% 떨어져 수도권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지난해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버블세븐은 전 지역이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서울에서는 목동이 속한 양천구가 5.01% 떨어져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1·11대책 전 6개월간 11.28% 올랐던 송파구는 3.20% 떨어졌고 강남구 역시 10.92%의 높은 상승률을 뒤로하고 1.67% 하락했다. 1·11대책 전 6.85% 상승했던 서초구도 1.48% 떨어졌고 분당과 평촌은 1.60%, 용인은 0.96% 하락했다.분양가 상한제의 직격탄을 맞은 재건축 아파트는 전체 하락세를 주도했다. 1·11대책 전 6개월간 9.87% 상승했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은 1.73% 떨어졌고 15.02%의 급등세를 보였던 경기지역도 2.61% 하락했다. 서울에서는 강동구(마이너스 5.94%), 송파구(마이너스 5.88%), 강남구(마이너스 2.34%), 서초구(마이너스 2.26%) 등 지난해 아파트 값 고공행진의 선두주자였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일제히 내림세를 기록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112㎡(전 34평형)는 대책발표 전 12억8000만~13억5000만 원선이었지만 1억1500만원 하락해 현재 11억5000만~12억5000만 원선이고,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주공6단지 89㎡(전 27평형)는 대책 발표 전 11억7500만~12억2500만 원에서 1억7500만 원 하락한 10억~10억5000만 원선이다.반면 강북은 사정이 다르다. 1·11대책 이후 지금까지 도봉구(2.81%), 강북구(2.76%), 서대문구(2.70%), 성동구(2.42%), 은평구(2.36%) 등의 순으로 일제히 올랐다. 인기 지역인 강남권이 일제히 하락하고 강북권 등 비강남권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인 것은 예년과 정반대의 양상이다.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하락은 오는 9월 시행될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사업성 악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강북지역은 두터운 실수요층에다 뉴타운 개발 및 교통 여건 개선 등으로 호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최근의 집값 움직임을 보면 양극화 현상도 예년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1·11대책 이후 6개월간 서울 아파트 값을 면적별로 살펴보면 66㎡(전 20평형) 이하 아파트는 2.78% 올랐고, 66㎡ 초과~99㎡ 이하(전 20평형대) 아파트는 1.55% 상승해 소형일수록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165㎡(전 50평형) 초과 아파트는 0.28% 떨어졌고 132㎡ 초과~165㎡ 이하(전 40평형대) 아파트도 0.27% 하락해 대형일수록 하락세가 뚜렷했다.지난해 같은 기간, 규모가 클수록 오름폭도 컸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대형일수록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폭이 높고, 공급 물량도 부족해 기존 아파트는 물론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도 중대형 평형이 강세를 보여 왔다. 재건축 소형 평형 의무 비율 등으로 향후 중대형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예상도 집값을 견인하는 요소였다.하지만 올 들어서는 버블세븐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 값이 최고 2억 원 이상 빠지는 등 뚜렷한 조정 양상을 보였다. 6억 원을 기준으로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고가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크게 위축됨에 따라 대형과 소형 간의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수도권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규모에 따른 청약 쏠림 현상이 과거와는 다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높은 반면 대형은 오히려 미달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 분양했던 서울 성북구 종암동 ‘래미안’ 109㎡(전 33평형)는 735 대 1, 고척동 ‘푸르지오’ 105㎡(전 32평형)는 24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오는 9월 청약 가점제 시행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청약 가점이 불리한 젊은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이 적극 청약에 나섰기 때문이다. 반면 중구 회현동 주상복합 ‘남산 플래티넘(175~304㎡)’, 서초동 ‘서초 아트자이(178~333㎡)’ 등 규모가 크고 분양 가격이 높았던 단지들 대부분이 미분양 사태를 맞았다.적체돼 있던 미분양 물량 역시 소형은 빠르게 소진되는 모습이다. 60㎡ 이하는 작년 말보다 22.9% 줄었고, 60㎡ 초과~85㎡ 이하 주택의 미분양은 3만8807가구로 작년 말 대비 3.8% 감소했다. 반면 전용면적 85㎡ 초과 주택의 미분양은 작년 말보다 9.3% 늘어났다.무엇보다 1·11대책에서 수요자들의 자금을 압박한 ‘돈줄 죄기’ 공략은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가장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규제인 만큼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는 동시에 세 부담 및 대출 부담에 따른 매물이 조금씩이나마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1·11대책은 무서운 기세로 치솟던 아파트 값의 가속 페달을 멈추게 하고 요동치던 수도권 아파트 시장을 잠재우는 효과를 거뒀다.최근 들어 일부 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하락세를 접고 오름세로 반전되기는 했지만 양도세 보유세 등 세금 부담과 대출 규제가 여전하고 하반기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인상 등이 예고된 상황에서 매수세가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이르면 3~4분기 중에 DTI 규제가 제2금융권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어서 앞으로는 보험사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담보만으로 대출받아 집을 사는 일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연말 대선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이미 일부 보수당 대선주자들이 양도세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추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선 이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산 시장이 꿈틀댈 조짐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이들 대부분이 1가구 1주택자에 한한 규제 완화일 뿐 2주택자 및 다주택자이거나 상승세의 불씨가 되는 재건축 부분에 관한 규제 완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출 규제나 보유세 강화의 핵심 틀은 크게 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막연한 기대만으로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야기다.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횡보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계절적으로는 장마철과 여름 휴가철 등 비수기로 접어들어 시장은 또 ‘멈춤’ 상태에 접어들었다. 오는 9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무주택자를 비롯한 수요자들이 저렴한 분양가를 기다리면서 주택 매입을 미루고 있다. 당분간 약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란 건 자명한 사실이다.다만 서울 수도권의 경우 새 아파트 입주 물량 등 공급이 부족한 점 등을 감안하면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금은 부담스럽고 대출 억제로 자금 마련도 쉽지 않아 투자 심리가 크게 억눌려 있다. 결국 지역에 따라 소폭 상승하면서 전반적으로는 지루한 보합세가 계속될 전망이다.김은경·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 www.spee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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