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영의 우선 과제

올 초부터 창조경영이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왜 일까. 21세기에는 두 가지 혁명이 진행되고 있고 경영도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혁명이란 바로 글로벌 혁명과 디지털 혁명이다. 글로벌 혁명은 비즈니스에 관한 한 국가라고 하는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무한 경쟁, 국경 없는 경쟁을 심화하고 있고, 디지털 혁명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전 세계 인류의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만들어 속도 경쟁, 정보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의 많은 기업들은 미국과 일본 등의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거나 빌려 와 내수와 수출을 통해 이만큼 성장해 왔다.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이런 ‘모방경영’, ‘베끼는 경영’, ‘따라하는 경영’이 통하지 않게 됐다. 오늘날 이 시대에는 ‘남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경영’, ‘앞서 가는 경영’, ‘창조하는 경영’이 아니면 세계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숨 쉴 수 있는 미래의 공간이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그렇다면 새로운 창조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기업들은 요즘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들을 채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 참신한 채용 기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창의력이 높거나 창조적 마인드를 갖춘 인재들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창조경영을 펼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선 검증되지도 않은 기발한 채용 기법을 적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창의력 있는 인재를 선별해 준다는 보장이 없으며, 설령 창의력 있는 인재들이 채용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자기의 창의성을 발휘해 실질적으로 조직에 보탬이 되는 창조적 결과물을 생성해 내느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조직에서 생성해 내는 창조적 결과물은 개인의 창의적 역량보다는 그 조직이 얼마나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갖고 있느냐에 의해 훨씬 더 많이 좌우된다.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면 그 기업의 직원들은 누구라도 창의적으로 고민하면서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기존의 직원들이 누구라도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빠른 기간 내에 조직의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과연 이렇게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대답은 ‘조직 문화를 바꾸면 충분히 가능하다’이다.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데 최대의 장애물은 바로 ‘스스로 채워 놓은 족쇄(self-imposed constraints)’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습관적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이 습관의 범위 내에 창조적으로 사고하거나 창조적으로 활동하는 시간을 갖고 있지 않으면 제 아무리 창의력이 높은 사람이라도 창의적으로 활동하는 시간을 갖지 않게 되며, 따라서 창조적인 결과물을 생성할 수 없게 된다. 기존의 습관을 뛰어 넘어 창조적인 생각과 활동을 하는 시간을 갖도록 만들고, 그런 활동의 결과에 대해 평가해 주는 문화가 없으면 그 많은 수천수만 명의 직원들 중에 아무도 창조적으로 일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이에 반해 창의적인 기업 문화와는 거리가 먼 기업들은 전형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다른 곳에서 입증되지 않은 방식은 아예 시도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보다는 안전한 것을 지향한다. 업무 추진에 있어서 회사 제도 및 구조를 벗어난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현실의 벽에 부딪치면 관습과 관례에 의존한다. 자기와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만 경청한다. 변화와 혁신은 직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처럼 말한다. 구성원들이 혁신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인색하거나 관심이 없다.또한 조직 문화를 창의적으로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팀장과 같은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다음과 같이 행동하는 리더로는 결코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 수 없다-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 뭐 그리 말이 많아, 규정에 있는 대로 해, 다른 부서는 어떻게 했나 알아봐, 네가 책임 질 거야, 그런다고 월급 더 주냐, 말로 하지 말고 보고서 작성해서 올려, 괜히 튀지 말고 중간이라도 해 등등. 창조경영은 말로만 외쳐서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창의력 있는 인재들을 많이 채용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창조경영을 하려면 조직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서용원성균관대 사회과학부 교수suh0491@dreamwiz.com약력: 1960년생. 1993년 성균관대 사회과학부 교수(심리학 전공). 2005년 한국 산업 및 조직심리학회 회장 역임. 2002년 성균관대 응용심리연구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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