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위기의 ‘뇌관’… 2018년 적자 전환

정부 보전 법제화 대상서 제외 ㆍㆍㆍ기금 고갈 시 대책 전무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금 갈아타기’가 논란을 빚었다. KDI는 2005년 개정된 사학연금법의 특례조항을 이용, 국민연금에 가입해 온 본원 연구원과 사무직원들을 사학연금으로 전환하려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면서 결국 포기했다. 사학연금 가입이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그동안 국민연금 개혁을 앞장서 주장해 온 국책연구기관의 ‘이중플레이’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KDI가 연금 갈아타기라는 무리수를 둔 까닭은 국민연금보다 사학연금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연금 수익비는 2배 수준인데 비해 사학연금은 이 수치가 평균 3.5배에 달한다. 이는 보험료로 100원을 내면 국민연금은 200원을 연금으로 받지만 사학연금으로 옮기면 350원을 받게 된다는 걸 뜻한다. 현재 사학연금은 보수월액의 17%를 보험료로 내고 퇴직 후에는 직전 3년간 평균소득월액의 76%(33년 가입 기준)를 연금으로 받는 구조다.사학연금이 국민연금보다 가입자에게 훨씬 유리한 구조로 짜인 것은 낮은 보수에 대한 보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상규 사립연금관리공단 정책홍보팀장은 “과거 사립학교 교직원들은 박봉을 감내하면서 공적 교육에 헌신했다”며 “사학연금과 국민연금을 같은 잣대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사학연금은 1975년 출발 때부터 낮은 보수로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사립학교 교직원들에 대한 소득 보상 차원에서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사학연금 제도가 우수한 인력이 교직에 종사하고 장기 근속하는 인센티브 역할을 해 온 것도 분명하다. 게다가 사학연금은 연금뿐만 아니라 산재보험, 퇴직금, 실업보험의 역할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사립학교 교직원은 산재보험이나 실업보험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퇴직수당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기업 퇴직금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사학연금 개혁 논의가 생각만큼 간단치 않은 이유다.사학연금은 ‘3대 특수직연금’ 중 그래도 형편이 가장 나은 편에 속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수년 전부터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섰지만 사학연금은 여전히 기금이 불어나고 있다. 6월 말 현재 사학연금의 총자산은 8조5690억 원으로 국민연금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전국 24만9900명의 사립학교 교직원이 가입해 있으며, 2만6311명이 연금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사학연금을 연금 위기의 ‘뇌관’으로 꼽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배준호 한신대 교수는 “사학연금의 재정 상태가 가장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빨리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엄청난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현행 ‘저부담 고급여’ 구조가 유지되는 한 기금 고갈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사학연금은 2018년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2026년이면 기금이 완전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기금 고갈 이후의 대안이 전혀 없다는 데 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지난 2000년 법 개정을 통해 기금 고갈 시 정부 보존이 법제화됐지만 사학연금은 제외됐다. 배 교수는 “이제는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처럼 적자가 나면 어쨌든 정부에서 세금으로 채워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재정 안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학연금은 공무원연금에서 제도의 상당 부분을 그대로 따와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는 있지만 공무원과는 성격이 다른 사립학교 교직원들이 일반 공무원과 똑같은 연금 제도를 갖게 된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급여 현실화가 이루어져 ‘낮은 보수에 대한 소득 보상 수단’의 성격도 약해졌다.사학연금관리공단도 지난해 교직원단체와 전문가들로 사학연금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 개혁 논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75년 도입 이후 사학연금 제도는 몇 차례 변화를 겪었다. 20여 년간 11%로 유지되던 가입자 비용 부담률이 1996년 13%로 처음 오른 이후, 1999년에는 15%로, 2001년에는 또다시 17%로 재조정됐다. 문성근 사학연금공단 연금제도연구센터 과장은 “부담률 인상 때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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