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33% 깎여…‘용돈이냐, 연금이냐’

200만원 월급쟁이 54만원에서 40만 원으로 ㆍㆍㆍ'그래도 낫다' 주장도

새 국민연금법의 핵심은 ‘그대로 내고 덜 받는’ 것이다. 2003년 10월 국민연금 재정안정을 위한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당시의 안은 ‘더 내고 덜 받는’ 쪽이었지만 강력한 국민적 반대에 부닥쳐 표류하다 3년 9개월 만에 이 같은 결론을 보았다.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보험료율은 현행 9%로 변함이 없다. 대신 급여율은 현재의 60%에서 내년에 50%로, 2009년부터는 매년 0.5%포인트씩 줄어 20년 후인 2028년엔 40%로 낮아진다. 단 기존 가입자들은 가입 기간의 기득권을 인정, 내년부터 내는 돈에 대해서만 새 계산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시행 첫해인 1988년 가입해 올해로 20년을 채우고 내년부터 연금을 받는 가입자는 수령액에 변동이 없지만 이후 가입자는 별도 산술에 따라 수령액이 책정된다. 물론 기존 가입 기간이 짧고 젊을수록 수령액 감소 폭이 커진다.이와 더불어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60%에게 매달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월평균 소득의 5%(현재 기준 월 9만 원선, 이하 액수는 모두 현재 가치 기준)를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이 2028년까지 10%로 인상된다. 수급자 범위는 2009년에는 70%로 확대된다. 바꿔 말하면, 소득 상위 30%에 드는 노인은 수령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뜻이다. 현재 예상으로는 월소득 50만 원 이하 노인이 수급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를 종합하면, 국민연금 급여율은 60%에서 40%로 줄어들고 기초노령연금은 현행 5%에서 10%로 높아지는 셈이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를 합쳐도 수령 액수가 현행 제도보다는 10~20% 감소하게 된다. 특히 노령연금 수급 대상자가 아닌 경우에는 급여율이 현행 60%에서 20년 후 40%로 3분의 1가량 줄어든다.이는 1988년 국민연금 출범 당시 제시된 설계안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이때 정부는 ‘월수입의 3%를 내고 생애 평균 수입의 70%를 연금으로 받는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출범 15년을 넘기면서 재정 고갈 위기를 맞았고 이제는 ‘월수입의 9% 납부, 생애 평균 수입의 40% 수령’으로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앞으로도 기금 상황에 따라 납부 조건은 변할 수 있다.이번 연금법 개정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적잖게 줄어든 수령 액수 때문이다.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한 ‘연금제도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 등 시민단체는 ‘용돈연금 개악’이라 표현하고 있다. 노후에 연금을 받아 한 가족 생활비로 쓰고자 했던 기대가 겨우 한 사람 용돈 수준밖에 되지 않는 선으로 터무니없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그것이다.실수령액이 줄어든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월소득 200만 원인 가입자가 20년간 연금에 가입할 경우 기존 제도대로라면 월 54만 원을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 가입하게 되면 월 40만 원으로 18만 원이 줄어들게 된다. 월 300만 원 소득인 가입자는 기존대로라면 월 69만 원을 받을 수 있지만 내년 신규 가입자는 월 52만 원에 그친다. 결국 생애 월평균 소득이 200만~300만 원인 평범한 중산층이 기대할 수 있는 연금 수준이 월 40만~50만 원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표 참조).문제는 국민연금 가입자 중에는 월소득 200만 원 이하인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전체 가입자의 월평균 소득은 161만 원 수준이며 월소득이 200만 원 이하라고 신고하는 이들은 전체의 60%를 웃돈다. 이들이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은 최저 생계비(월 43만5000원)에도 못 미치는 셈이 된다. ‘용돈연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에 대해 한수균 국민연금관리공단 업무이사는 “보는 시각에 따라 잣대가 다르다”면서 “기초노령연금 수령을 감안하면 월 50만 원선을 받을 수 있고, 이는 가정생활에 충분히 보탬이 될만한 액수”라고 밝혔다. 기초노령연금은 2028년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지급되며 액수는 18만 원선이 될 전망이다. 즉 국민연금이 월 30만 원대에 그쳐도 기초노령연금을 합하면 ‘용돈’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한편에서는 연금을 내지 않고 아예 기초생활보장제도로 최저 생계비 지원을 받겠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연금제도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한 이사는 “오랫동안 일정한 소득을 거두는 사람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연금 대체 목적으로 고려하기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연금액이 줄어 기초생활보장 지원금보다 더 적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그러나 ‘용돈 연금에 불과하다 해도, 그래도 믿을 건 국민연금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부 개인연금보험보다 수익률이 낫다는 이야기도 돈다. 많이 깎였다 하더라도 낸 것보다는 많이 받는다는 이유에서다.공단이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2008년 가입해 30년 동안 납부했다면 월평균 소득 100만 원인 경우 수익비(총납부 보험료 대비 예상 연금 총액)는 현행 2.84에서 2.06으로 낮아진다. 상한선인 월평균 360만 원인 경우는 현행 1.57에서 1.14로 낮아진다. 이는 30년 가입자를 기준으로 납부보험료를 산출해 60세부터 한국인 평균 수명 78세까지 18년 동안 받게 될 연금액을 합산해 산출한 수치다. 급여율이 40%로 낮아져도 자신이 낸 돈보다는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 가입자에겐 수익비를 높여 소득분배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급여율이 깎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다른 혜택에 대해선 공감대가 부족한 측면도 지적 대상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핵심인 급여 수준 변경과 함께 출산, 군복무 크레딧제도 도입, 2개 이상 급여 발생 시 지급 방법 개선, 유족연금과 장애연금의 제도 개선, 농어민 연금보험료 국고 지원 확대 등과 같은 사안 15개가 포함돼 있다.출산·군복무 크레딧제 도입국민연금법 개정안에는 ‘그대로 내고 덜 받는’ 급여 수준 변경안과 함께 총 15개 분야에서 손질이 이뤄졌다. 하지만 급여 수준 하락에 가려져 다른 사안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대표적인 내용은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 20년 미만인 감액(조기)노령연금 수급권자에게 적용하고 있는 지급률을 기본연금액의 2.5%로 상향 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3만여 명에게 연간 368억 원의 수급 혜택이 돌아가게 됐다.노령연금 수급권자가 구직 급여를 지급받는다면 해당 기간에 노령연금 지급을 최장 8개월 지급 정지하는 제도는 폐지된다. 이에 따라 총 1만여 명의 수급자에게 175억 원의 연금(평균 월 26만 원)을 지급할 계획이다.중복 급여를 엄격하게 금지하던 것도 완화된다. 원래는 수급권자에게 국민연금법에 의한 2개 이상의 급여가 발생하면 하나만 선택하도록 했지만 앞으로는 선택하지 않은 급여의 일부도 함께 지급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노령연금을 받으면서 유족연금이 발생해 노령연금만을 선택했다면 유족연금의 20%를 함께 지급한다는 것이다.이 밖에도 2명 이상 자녀를 출산할 때는 자녀 수에 따라 12개월에서 최장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즉 내년 1월 1일 이후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하는 경우 추가 가입 기간을 인정받아 노령연금액이 인상된다는 것이다. 또 내년 1월 1일 이후 군복무자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6개월을 인정해 노령연금 산정 시 반영하도록 했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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