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상성〉

진실과 우정 사이에 선 두 남자

상성(傷城), 상처받은 도시란 어떠한 모습일까. 류웨이창 마이자오후이 감독에게 그것은 홍콩, 그 자체를 의미한다. 2002년 〈무간도〉로 쇠진 상태에 빠진 홍콩 느와르를 화려하게 부활시킨 두 감독은 두 편의 속편을 연달아 내놓으며 이야기의 안팎을 촘촘히 연결하는 하나의 소우주를 완성했었다. 〈이니셜 D〉로 잠시 일본의 산길을 거닐었던 감독 콤비는 〈상성: 상처받은 도시〉를 들고 홍콩의 밤거리로 돌아왔다.홍콩에서 형사로 활동하고 있는 유정희(량차오웨이 분)와 아방(진청우 분)은 단순한 선후배 관계를 넘어 친형제와 같은 유대를 맺고 있다. 함께 범인을 추적하던 크리스마스이브, 아방의 여자 친구가 자살로 목숨을 끊자 그는 형사를 그만두고 폐인과 같은 생활에 빠진다. 그로부터 3년 후, 유정희의 장인이 살해당하고, 사건은 단순 절도로 종결된다. 하지만 유정희의 아내 숙진(쉬징레이 분)은 아버지의 죽음에 제3의 인물이 개입해 있음을 짐작하고, 사립탐정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방에게 독자적으로 사건을 재수사해 줄 것을 의뢰한다. 아방은 사건을 추적해 가면서 점차 유정희가 장인의 살해에 연루돼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대척점에 선 두 남자. 파헤치려는 자와 감추려는 자의 대립. 〈상성〉의 이야기 구조는 많은 부분에서 〈무간도〉와 접점을 이룬다. 기존 느와르의 구조를 차용하면서도 그 화법을 전복했던 〈무간도〉 시리즈와 같이 〈상성〉 역시 영웅의 존재 대신, 고통의 극점에 서서 허우적대는 인간의 존재를 이야기한다. 의리와 충성이라는 고전적 가치는 복수의 테마에 잠식당하고, 비장한 액션의 미장센 대신 화면을 채우는 것은 지난한 유혈의 고투다. 〈상성〉은 〈무간도〉가 펼쳐냈던 비열한 거리를 고스란히 자신의 무대로 삼고 있다.그러나 두 인물이 빚어내는 긴장감을 극도로 팽팽하게 잡아당겼던 〈무간도〉와는 달리 〈상성〉은 대립의 날이 무디다. 사건의 결정적 진실을 초반에 폭로한 탓에 스릴러적인 긴장감이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영화는 살인 사건의 시작과 함께 두뇌 게임을 예상했던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고, 그 빈자리에 두 남자를 관통하는 상실의 아픔을 채워 넣는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인간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영화는 복수와 자멸을 거듭하는 유정희와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가는 아방의 캐릭터를 대조하면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관객에게 서서히 유도한다.결국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한 스릴러적 이야기 구조는 하나의 장치일 뿐,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도시가 내재한 혼란과 그 안에 살아가는 이들의 상처,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나가고자 하는 희망인 셈이다. 〈상성〉은 〈무간도〉에 이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가 확정된 상태다. q최하나·씨네21 기자 raintree@cine21.com개봉영화▶데스 워터지하에서 끌어올린 물을 수돗물로 사용하는 도쿄의 서쪽 지역에서 의문의 자살이 이어진다.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 교코(이가와 하루카 분)는 일련의 죽음이 저주받은 물과 관련 있음을 발견한다. 문제의 물을 마신 사람은 환각에 시달리며 점차 미쳐서 자살에 이르게 되는 것. 평화롭던 마을에는 이제 불안의 기운이 움트기 시작한다. 〈링〉 〈착신아리〉 〈주온〉의 제작사 가도카와의 신작.▶천상고원오래전 이유 없이 사라졌던 여인 E로부터 한 통의 엽서를 받게 된 K. 그는 그녀가 떠나간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그녀와의 추억이 깃든 장소인 히말라야 고원의 마을 라다크로 여행을 떠난다. 긴 여정 중 한 명의 여행자와 동행하게 된 K는 5000m의 고원을 넘으며 고산병의 고통에 시달리고 기이한 환각을 겪는다.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달려라 장미〉의 김응수 감독 연출작.▶팩토리 걸1965년 뉴욕, 젊은 예술가 앤디 워홀(가이 피어스 분)은 파티에서 패션모델 에디 세즈윅(시에나 밀러 분)을 만난다. 그녀를 자신이 꿈꾸는 예술의 뮤즈로 점찍은 워홀은 세즈윅을 자신의 작업 세계 ‘팩토리’로 초대한다. 그의 실험 영화의 주연으로 등장하며 세즈윅은 유명세를 얻지만, 점차 자신이 하나의 피사체에 불과하다는 소외감에 빠져든다. 팝 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과 그의 연인에 관한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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