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위협하는 백내장
얼마 전 필자의 클리닉에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 찾아왔다. 한쪽 눈은 정상인데 다른 한쪽 눈은 겨우 빛만 구별할 수 있는 상태였다. 진단 결과 백내장, 그것도 말기의 과숙 백내장 상태였다. 환자와의 충분한 상담을 거쳐 수술 일정을 급하게 잡고 백내장 수술을 했다. 만약 수술이 조금이라도 더 늦어졌다면 수정체 낭이 자연적으로 파열되고, 2차적으로 수반되는 포도막염과 녹내장으로 실명했을지도 모른다.어떻게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을까. 수술 후 얘기를 들어보니 이 학생은 대학 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학생을 본 대학 병원 교수는 수술을 최대한 연기하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그 교수는 또 다른 점을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젊은 여학생에게 치명적인, 수술 후 돋보기를 써야 하는 불행을 최대한 연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것은 사실이다.노인들의 백내장은 조금 이르게 수술해도 문제될 것이 없지만 젊은이들은 다르다. 수술 후 젊은 학생이 글씨를 보기 위해서 돋보기를 써야 한다면 사회생활에 지장이 많을 것이며 결혼하는 데도 많은 제약을 받을 것이다. 만약 이 젊은 여성이 일반적인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면 십중팔구 돋보기를 써야만 가까운 곳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 병원은 이러한 특수 렌즈 시술을 수 년 전부터 받아들여 경험을 축적하고 있었다.요즘 출시되는 레스토(Restor) 렌즈 같은 특수 렌즈는 원거리·근거리 겸용 다중 초점 렌즈로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 젊은이들이 수술 후 돋보기를 써야 하는 불행을 막을 수 있게 해준다. 필자에게는 이런 특수 렌즈들이 젊은 백내장 환자를 구하고 또 우리 안과 의사를 구해주는 신의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필자가 이런 특수 렌즈 시술을 유난히 일찍 받아들인 데는 이유가 있다. 1990년대 중반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30대 후반의 여성 백내장 환자를 수술하게 됐는데 수술이 완벽하게 잘돼 양안 모두 1.0 이상이 나오는 완벽한 눈으로 복원됐다. 얼굴도 예쁜 동안의 환자는 카페를 운영하는 여주인이었는데 너무나도 완벽한 수술에 필자에게 감사의 말을 해줄 줄 알았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그녀는 내게 올 때면 울어버리거나 혹은 죽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계산할 때 많은 남자들 앞에서 돋보기를 꺼내 쓰면 손님들이 수군거린다는 것이다. ‘얼굴은 20대인데 눈은 50대….’ 이를 보며 필자는 오래 전부터 돋보기를 쓰지 않게 만드는 노안 교정술에 더욱 집착했는지 모른다.요즘은 백내장의 발생 연령이 더 낮아졌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30대, 심지어는 20대 초반에 발생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백내장의 발생 연령이 왜 이렇게 낮아진 것일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먼저 철저한 예방이 필요하다. 주의 사항으로는 되도록 자외선을 차단하고 백내장 유발 요인이 될 수 있는 먹는 약, 점안약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며 눈 질환을 방치해 백내장이 빨리 진행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백내장이 생겼을 때 절대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굳이 알려고 하지 말고 원인을 알았다고 해도 너무 후회하지 말자. 오히려 이것을 호기로 삼아 영원히 노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이동호·연세아이센터 대표 원장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대학원 의학박사. 아주대 안과학교실 교수. 대한안과학회 정회원.한국콘택트렌즈연구회 정회원.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정회원. 미국안과학회 정회원. 미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정회원. 연세아이센터 대표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