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M&A는 선택 아닌 필수…‘이제 때가 왔다’

세계는 지금 인수·합병(M&A) 열풍에 휩싸여 있다.연일 대규모의 M&A 소식이 외신을 타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한 국가 안이 아니라 국경을 넘나드는 M&A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세계화 시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의 기업을 집어삼키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한경비즈니스〉가 경희대 경영대와 공동으로 5월 22일 무역센터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M&A 생존전략’ 세미나는이런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격변하는 세계 M&A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선택해야 할 전략이 심도 깊게 논의된 자리였다.후원 = KT&G·서울증권경쟁력 강화의 ‘지름길’…‘선진국 기업 삼켜라’5월 22일 과 , 경희대 경영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M&A 생존전략’ 국제 세미나는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출발했다. 미국의 저명한 로펌인 맥더머 윌 앤 에머리와 한국 굴지의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조언에 청중은 숨마저 죽이고 몰입했다.일반적인 주제도 아닌, 전문가들에게나 관심을 끌 주제임에도 이 세미나가 성황을 이룬 이유는 분명하다. M&A가 기업 전쟁에서 비즈니스 세계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지난해 미탈스틸이 세계 2위의 철강 기업인 아르셀로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사모 펀드 서버런스가 미국의 자동차 기업인 크라이슬러를 집어삼켰다. 또 캐나다의 금융 정보 업체인 톰슨과 영국의 통신사인 의 합병, 네덜란드 금융 기업인 ABN 암로 인수 등 수십 개의 굵직굵직한 M&A가 진행되고 있다. 100억 달러 이상의 대형 M&A가 올 들어 지난해보다 갑절에 가까운 23건에 이른다. 이에 따라 세계 M&A 시장의 규모는 2조 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도대체 글로벌 시장에서 M&A가 이 정도로 갑작스럽게 불어난 이유는 뭘까. 맥더머 윌 앤 에머리의 폴 J 김 변호사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이를 설명했다. 하나는 사모 펀드의 대형화다. 사모 펀드는 기본적으로 돈이 된다면 원자재든 기업이든 투자 대상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사모 펀드들의 개수와 규모가 눈에 띄게 늘었다. 세계적인 저금리 덕에 저렴한 비용으로 자본을 조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글로벌 시장에서는 갈수록 대형화김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50조 달러 규모의 펀드가 2001년 10개 안팎에서 현재 25개가 넘는다”며 “게다가 최근에는 컨소시엄 형태의 입찰이 활성화되고 있어 예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대규모 M&A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기업들도 글로벌 M&A 시장의 주축 중 하나다. 시너지 효과를 노린 기업들이 같은 업종 혹은 연관 업종의 기업을 M&A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철강 기업인 미탈이 아르셀로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기업들이 전에 없이 글로벌 M&A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보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경쟁력을 배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 M&A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유럽 시장이 단일 시장이기 때문에 M&A를 통한 시장 확대와 경쟁력 제고가 보다 손쉽기 때문이다.김택중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상무는 “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자체적으로 하나하나 준비하거나 경쟁력을 갖춘 다른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하거나 M&A를 하는 것 등 크게 3가지인데 이 가운데 M&A가 가장 효율적”이라며 “단지 자금 부담이 걱정인데 이 문제는 최근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있어 별다른 장애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국경을 넘나드는 M&A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이 대열에서 한발 물러서 있어 우려된다고 발표자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 기업들이 전략적인 관점에서 해외 M&A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이인영 맥더머 윌 앤 에머리 대표 변호사에 따르면 실제로 한국 기업의 M&A 실적은 부끄러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규모가 유럽에 비해 1000분의 1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경쟁국에 비해서도 M&A 실적이 크게 뒤처진다”며 “특히 해외 기업을 M&A한 경우는 중국의 4분의 1, 일본의 18분의 1 정도에 그친다”고 지적했다.국내 규모 유럽의 0.1% 수준 그쳐M&A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이 해외 기업의 M&A에 이렇게 소극적인 데 대해 이 변호사는 5가지의 이유를 들었다. 먼저 해외 시장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다. 둘째, 미국이나 유럽 등 타 문화를 거북하게 여긴다. 셋째, M&A 방법과 노하우가 취약하다. 넷째, 선진국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자신감이 결여돼 있다. 마지막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M&A의 진정한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상황이 다소 어렵더라도 글로벌 M&A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선진국 기업에 대한 M&A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 기업의 M&A는 단순한 시너지 효과 외에 엄청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다.한국 기업들이 지금까지는 ‘실력 부족’을 이유로 국경을 넘은 M&A에서 이렇다 할 의욕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환위기 이후 해외 기업의 국내 기업에 대한 M&A와 국내 기업 간의 M&A를 통해 경험을 쌓았고 그 과정에서 적잖은 전문 인력이 양성됐으며 과거에 비해 훨씬 큰 자본을 조성할 수 있는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글로벌 M&A 시장에 진출하라고 주문했다.이번 세미나의 발표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M&A를 시도할 때엔 관련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린다면 훨씬 유리하게 M&A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어떤 전문가를 고용하느냐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김 상무는 좋은 전문가의 조건을 4가지로 제시했다. 우선 국내외의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M&A를 할 때엔 해외 네트워크가 강해야 한다. 재무적인 분석 능력이 뛰어나야 함은 물론이다. 전략적인 사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적인 마인드가 우수해야 한다. 각 기업은 모두 상이한 법적 환경 아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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