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 일·가정생활·재테크

직접 창업 77%…‘판로 개척 가장 어려워’

〈한경비즈니스〉는 5월 14일부터 21일까지 8일간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여성 CEO의 일과 가정, 경제 생활 등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기 위한 조사였다. 설문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이하 여경협) 전국 13개 지회의 협조를 얻어 진행했다. 서울 경기 인천 대전 부산 대구 광주 울산 강원 충북 경남 전북 제주 지회의 여경협 회원 108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설문 결과는 CAR(Computer Assisted Reporting: 컴퓨터 활용 보도) 기법으로 가 자체 분석했다.설문에 답한 여성 CEO의 평균 나이는 48세였다. 여성 CEO 가운데 40대가 가장 많아 응답자의 46%를 차지했다. 50대가 33%, 30대 11%, 60대가 8%, 20대와 70대가 각각 1%로 그 뒤를 이었다. 여성 CEO 가운데 최연소는 29세, 최고령은 76세였다.여성 CEO의 평균 연령은 일반 직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 대다수가 20~40대인 점과 대비하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회사 문을 열고 기업을 진두지휘하는 여사장의 88%가 40~70대다. 조기 퇴직 트렌드 등으로 미래를 고민하는 여성에게 창업이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학력은 대학 졸업이 54명으로 전체의 50%를 점유했다. 고등학교 졸업은 39%, 대학원 졸업은 10%, 중학교 졸업은 1%로 나타났다. 고졸 이하가 40%로, 대학 졸업장과 기업 경영의 상관관계는 높지 않다고 분석됐다.결혼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기혼 91%, 미혼 5%, 사별과 이혼 등 기타가 4%였다. 기혼 여사장의 경우 결혼 기간은 평균 22년이었다. 아울러 결혼을 한 여성 대표이사는 평균 2.16명의 자녀를 뒀다. 저출산 시대로 접어든 국내의 합계 출산율이 2005년 1.08명, 2006년 1.13명인 것과 비교하면 여사장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자녀를 둔 편이다.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CEO도 적지 않았다. 2명의 자녀를 낳은 여사장이 62%, 1명이 14%였고, 3명은 19%, 4명이 4%, 5명 또한 1%를 기록했다.회사와 일응답한 여성 CEO는 평균 10.45년의 역사를 지닌 기업을 경영하고 있었다. 회사 문을 연 지 1년 된 신설 기업에서부터 3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중견기업까지 다양했다.기업의 임직원 수는 6~50명이 60%로 가장 많았다. 5명 이하 34%, 51~100명 3%, 101~300명 2%, 301~500명이 1%로 그 뒤를 이었다. 500명 이상의 직원을 지닌 기업은 없었다. 50명 이하의 회사가 전체의 94%로, 응답자의 대다수가 중소기업을 운영한다고 나타났다. 국내 전체 중소기업 가운데 38%가 여성 CEO에 의해 경영된다는 사실과 맥을 같이한다.아울러 여성 CEO의 77%는 기업을 직접 창업했다고 조사됐다. 인수는 14%, 가업 승계는 9%로 집계됐다. 창업 동기는 64%가 ‘더 많은 자유와 도전’을 꼽았다. ‘전 직장에 대한 실망감’은 3%였다. 반면 ‘생계를 위해’라고 답한 사람도 9%에 이르렀다.경영하는 회사 형태는 주식회사가 43%로 가장 많았다. 개인기업은 36%, 유한회사는 6%를 차지했다. 나머지 15%는 기타 의견으로 답했다.여성 CEO가 경영하는 기업의 업종 가운데에는 도소매업이 2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제조업은 24%로 도소매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서비스업은 14%, 패션업은 4%, 음식업과 교육업은 각각 2%를 차지했다. 기타 의견 가운데는 건설업이 특히 많았다. 건설업이라고 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10%였다.중소기업의 수장을 맡은 CEO가 많은 만큼 연 매출액은 10억 원 이하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10억 원 이하가 47%, 11억~30억 원이 31%, 31억~50억 원이 8%, 51억~100억 원이 9%였다. 하지만 100억 원 이상 또한 5%의 비율을 차지해 수백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여성 기업도 일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여성 CEO로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보다 판로 개척과 자금 조달이었다. 전체의 42%에 이르는 사장이 판로 개척이 가장 어렵다고 호소했다. 자금 조달은 25%, 임직원 관리·가정과 업무 병행은 각각 15%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여사장에게 가장 필요한 정부 정책은 원활한 자금 조달이 44%, 판로 개척이 36%로 조사됐다. 임직원 관리가 힘들다고 답한 사장 가운데 구인 문제에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 사람이 적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10%가 구인 문제 해결을 첫째로 꼽았다. 기타 의견 중에서는 ‘상거래 질서 확립’, ‘지역 공단의 인프라 보완’ 등이 있었다.회사 생활을 묻는 질문에서는 오전 8시 30분~9시에 출근해 오후 6시 30분~7시에 퇴근하는 CEO가 가장 많았다. 오전 8시 30분~9시에 출근하는 여성 CEO가 38%, 8시~8시 30분 24%, 7시 30분~8시 15%였다. 반면 오전 6시 30분~7시 출근 4%, 7시~7시 30분은 5%로 ‘아침형 인간’도 일부 있었다. 퇴근 시간은 오후 6시 30분~7시가 26%로 1순위를 보였지만, 매일 밤 8시 이후에 달을 보며 퇴근하는 CEO도 19%를 점유했다.하루 근무 시간을 묻는 질문에는 평균 9.9시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평균은 약 10시간이지만 응답자 중 2명은 ‘24시간’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하루 종일 일만 생각하며 사는 워커홀릭형 CEO로 풀이할 수 있다.야근을 하는 여사장보다는 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다. 일주일에 야근을 하는 횟수에 대한 답변으로 46%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주 1~2회 31%, 주 3~4회 8%였던 반면 매일 야근한다고 답한 사람은 8%에 이르렀다.‘사장’하면 영업 활동 및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밤이면 밤마다 펼쳐지는 술자리에 참석해야 한다고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여성 CEO는 술자리보다는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과반수에 이르는 49%는 ‘술자리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 1~2회 술을 마신다는 사람은 41%였다. 주 3~4회는 6%, 매일 술을 마신다는 여성 CEO는 3%였다.반면 자기 계발을 묻는 질문에는 적극적인 답변이 많았다. 복수응답이라고 별도로 표시하지 않았지만, 어학 공부·자격증 취득·대학원 등 상급학교 진학·독서·스터디 등 자기 계발 방법을 묻는 질문의 객관식 답변란에 모두 체크한 CEO도 있었다. 의도와는 달리 복수응답이 된 이 문항에 대해서는, 전체의 37%는 스터디 등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다. 29%는 전문서적 등 독서를 통해, 20%는 어학공부를 하며 자기 계발을 하는 중이다. 이 밖에 자격증 취득은 전체의 20%, 대학원 등 상급학교 진학은 29%를 차지했다. ‘자기 계발을 위해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라고 답한 사람은 단 3명뿐이었다.가정생활기업의 리더로서 바쁜 일상을 보내는 여성 CEO는 가족과의 대화가 부족했다.대화 등을 하며 배우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31%가 3~6시간이라고 답했다. 1~3시간은 24%였던 반면 30분~1시간은 13%, 30분 미만은 10%, 거의 없다고 한 경우도 5%였다. 전체의 28%가 배우자와 하루에 1시간도 대화하지 않는다는 얘기다.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역시 많지 않았다. 자녀와 함께 1~3시간을 보내는 CEO가 39%로 절대 다수였다. 3~6시간은 19%, 30분~1시간은 19%, 30분 미만은 8% 순으로 이었다. 자녀들의 출가, 유학 등으로 해당 사항이 없는 사람도 있었지만 5%는 ‘거의 없다’고 답했다.이런 이유로 가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자녀 교육’이었다. 40%가 자녀 교육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부부관계로 고민하는 CEO는 8%였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배우자와 1시간 미만 대화한다고 답했던 여사장이다. 이 밖의 고민거리 가운데 부모 봉양은 6%, 금전 문제는 18%였다. 반면 ‘고민이 없다’고 답한 행복한 여사장도 13%로 적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고민이 있을 경우 과반수가 가족과 상의했다. 55%는 가족과, 19%는 직장동료·친구와 마음을 나눴다. 하지만 ‘고민을 상담하는 사람이 없다’라고 답한 CEO도 10%에 이르러 ‘사장은 외롭다’는 속설을 증명했다.앞으로 건강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CEO가 많았다. 운동은 ‘거의 안 한다’고 체크한 응답자가 36%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주 1~2회 31%, 주 3~4회 10%, 거의 매일이 10%로 조사됐다.운동은 취미 또는 레저 활동을 통해 한다는 여사장이 33%로 가장 많았다. 요가와 골프, 등산 등의 취미를 통해 건강을 관리한다고 보다 자세히 부연 설명을 한 CEO도 있었다. 그 뒤를 간단한 조깅, 헬스클럽, 사무실에서 스트레칭 순으로 이었다.스트레스를 풀 때는 목욕이나 운동이 44%로 가장 선호됐다. 하지만 ‘잠을 잔다’라는 답도 20%, ‘TV를 본다’가 10%, ‘술로 푼다’가 2%로 나타나 보다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여성 CEO에게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적인 남성 CEO와는 달리 ‘문화 생활’로 스트레스를 떨쳐 버린다는 답변도 19%로 많은 편이었다. 친구를 만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다는 사람은 13%였다. 이 문항에도 복수응답이 적용됐다.경제생활·재테크기업 돈의 흐름을 책임지는 여성 CEO는 가정 경제권 또한 꽉 잡고 있었다. 가정에서 생활비를 관리하는 사람으로 ‘자신’이라고 답한 경우가 52%로 반을 넘었다. 반면 남편이 관리한다는 가정은 5%에 불과했다. ‘부부가 공동으로 관리한다’는 14%, ‘부부가 각자 관리한다’는 19%로 아내 혼자 관리하는 비율에 크게 못 미쳤다.한 달에 생활비는 200만~300만 원 사이에서 쓰는 사람이 34%로 제일 많았다. 그 뒤를 300만~400만 원 21%, 200만 원 미만과 400만~500만 원 미만이 각각 18%, 500만 원 이상이 6%였다.평소 재테크 수단으로는 펀드 등 간접 투자가 37%였다. 몇 해 전부터 분 펀드 열풍이 여성 CEO에게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응답이 가능했던 이 질문에 대해서는 은행권 금융 상품이 31%, 부동산 8%, 주식 직접 투자가 7%를 차지했다. 하지만 ‘특별히 하는 재테크가 없다’고 답한 사람도 12%를 점유해 재테크 교육이 여성 CEO에게 보다 더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월평균 저축 또는 투자하는 금액으로는 100만~300만 원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6%로 선두를 지켰다. 그 뒤를 50만~100만 원 13%, 300만~500만 원 10%, 500만~1000만 원 6%, 1000만 원 이상이 2%로 차례대로 이었다. 반면 50만 원 미만 또한 5%, ‘전혀 안 한다’가 8%로 나타났다.노후 대비 준비를 할 때는 ‘개인연금’이 44%를 차지해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저축과 부동산이 각각 32%, 주식이 8%로 분석됐다. ‘특별히 하는 준비가 없다’는 대답도 9%에 이르렀다.여윳돈이 생긴다면 저축이나 투자, 부채 상환에 쓰겠다는 의견이 48%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는 답변이 35%나 돼 여행에 목말라하는 여사장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자녀 교육비 등 가정에 투자하겠다는 응답도 15%로 ‘맹모형 CEO’가 적지 않다는 것을 입증했다.그렇다면 한국의 여사장들은 월평균 얼마를 용돈으로 쓸까. 개인적으로 쓰는 돈에 대한 응답으로 100만 원 미만이 38%로 알뜰한 여성 CEO가 많았다. 이어서 100만~200만 원(36%), 200만~300만 원(12%), 300만~400만 원(7%), 400만~500만 원(5%) 순이었다.용돈의 가장 큰 사용처는 ‘자기 계발비’였다. 자기 계발을 묻는 질문에 큰 호응을 보였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 자기 계발비라고 답한 사람이 36%를 기록했고, 사교비 30%, 식비 10%, 교통비 7%였다. 반면 술값이라고 응답한 여성 CEO는 단 1명으로 1%에도 못 미쳤다. 문화비도 16%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해 ‘자기 계발과 문화 생활을 중시하는 여성 CEO’의 면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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